(조세금융신문=박미선 객원기자/변호사) 최근 다양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발생되고 있다.
국세청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을 사칭한 세금 및 보험료 환급 수법에서 우체국 금융 및 택배(등기) 등을 이용한 수법으로 오히려 진화를 거듭하면서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을 막을 기술적인 대책은 현재로서는 각 개인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 외에는 뚜렷이 없는 실정이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방법도 다양한데다 시간이 갈수록 그 수법도 매우 지능적이어서 자칫 주의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우는 인터넷을 통한 대출을 통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좋은 조건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전화나 문자는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물론 관계부처나 금융감독기관에서 규제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인터넷 대출 관련 보이스피싱이 난무하고 있는 사실은 어찌보면 그만큼 피해가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같은 인터넷 대출 관련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특히 자신도 모르게 대출이 이뤄졌을 경우 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비록 개인정보를 입력했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대출이 이뤄진 경우라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될만한 상황임에도 충분한 주의를 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공했거나 충분히 알 수 있을만한 연령과 지식을 갖고 있었다면 일부 책임(사기범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조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법원은 이처럼 사기범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알게 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인터넷대출을 받았다면 그 대출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2012년 전모씨는 금융범죄 수사 검사라고 사칭하는 사기범으로부터 금융사기단 검거시 자신의 계좌가 발견되었으므로 피해자인지 공범인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사기범은 전씨에게 피해자인 경우에는 피해자 구제확인서를 받아야 하니 인터넷사이트를 알려주면서 정보를 입력하라고 말해 경황이 없었던 전씨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 opt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사기범은 이어 금융감독원에 금융거래 조회를 보내 조사를 진행할 것이니 휴대폰으로 온 인증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전씨는 급한 마음에 인증번호를 알려줬다.
그러자 사기범은 그날 전모씨가 입력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은 후 전모씨가 거래하지 않던 H저축은행에서 600만원을 대출 받아 전씨 명의 계좌로 입금한 후 대포통장으로 전액 이체해 버렸다.
나중에 전씨는 H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변제하라는 요구를 받자 이 사실을 알고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 5명과 함께 대출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은 “사기범이 원고들을 속여 정보를 얻은 후 명의를 도용하여 종전에 거래한 적이 없던 H은행과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대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고들은 대출약정에 기한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또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법리를 유추적용한다 하더라도 사기범에게 원고들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없을 뿐 아니라 H은행은 본인 확인절차를 제대로 마쳤다고 보기 어렵고, 대출계약 신청서에 주소로 입력된 번지가 통상적이지 않는 등 쉽게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절차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점을 종합할 때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대출계약을 무효로 판단했다.
다만, H은행의 손해배상 반소에 대해서는 전모씨 등이 사기범의 불법행위 방조를 인정해 H은행 손해금의 40%(전씨의 경우 240만원)을 각 피해자들의 책임으로 판시했다.
본인 정보 입력 등에는 불법행위 방조책임 인정
이 판례는 사기범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알게 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들과 거래가 없는 다른 금융기관에서 인터넷 대출을 받았다면 전자금융거래법에 의거, 피해자들이 대출계약의 작성 및 송신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표현대리의 법리도 적용되지 않아 그 대출계약은 무효가 된다는 판결이다.
즉, 피해자들은 대출계약에 기한 대출채무를 부담하지 않게 된다는 판례다(동지의 최근 판례, 서울중앙지법 2014가단18147).
그러나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확인하지 않고 본인의 정보를 입력했으며, 연령이 20~30대로 젊은 점에 비춰 볼 때 피해자들의 불법행위 방조책임을 인정해 금융기관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경우 본인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만큼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판례 : 서울중앙지법 2013.2.15. 2012가단5088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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