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전문가칼럼] 병행수입 99.9% 이해하기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소셜마켓에서 판매하는 ‘크록스(Crocs)’ 브랜드의 신발이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는 그것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로써 소셜마켓의 ‘크록스’를 구매했다. 하지만 가끔 운이 나쁘게도 신발에 이상이 생겨 A/S를 받으려면 그게 매장에서 구입했을 때와 달리 원활히 받지 못하게 된다.

 

소셜마켓에서 판매된 크록스는 흔히 얘기하는 ‘짝퉁’이라 정상 구매품과 다른 취급을 받은 것인가. 이하에서는 크록스 매장에서 구매한 신발과 그렇지 않은 경로를 통해 구입한 신발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 보고자 한다.


병행수입이란
이러한 소셜마켓에서 구입한 크록스 제품은 일명 ‘병행수입’ 제품일 확률이 높다. 병행수입이 본격적인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995년 4월 리바이스(Levis) 청바지 건이다.

 

국내의 창고형 대형 할인점인 프라이스클럽(Price Club)은 미국 프라이스 코스트코(Costco)로부터 리바이스 청바지를 다량 수입했다. 그러자 미국 리바이스의 한국 현지 법인인 리바이스 코리아가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세관에 통관보류를 요청했다.

 

세관은 이를 받아들여 프라이스클럽의 수입 청바지 수입 통관을 보류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국내 여론은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받을 수도 있다고 들끓었다.

 

이때 정부는 여론과 각 국례를 반영하여 관세청 고시를 개정하였다. 1995년 11월 3일부터 일정기준 하에 병행 수입된 상표가 적법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는 자에 의하여 부탁되어 판매되는 상품 즉, 진정상품을 제도적으로 정상 수입 통관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도 병행수 입에 관련된 고시를 개정하여 이를 뒷받침하였다.


상기한 사례에서와 같이 외국에서 적법하게 상표가 부착되어 유통되는 진정상품을 제3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이루어지는 수입을 병행수입이라고 한다.


유통경로가 다른 병행수입, 수입가능 요건
병행수입과 암시장(Black Market)의 차이점은 암시장이 모조품, 불법복제품, 밀수품 등이 거래된다는 점과 병행수입이 지식재산권의 원소유자 또는 원소유자의 허락을 받은 제조업자로부터 나온 제품으로써 적법한 상표를 부착한 진정 상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통상적인 수입유통 경로를 밟아서 아무런 제한 없이 제품이 거래되는 일반시장(White Market)과도 구별되어 미국에서는 회색시장 (Gray Marke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진정상품에 대하여 상표와 상관없는 제3자가 수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행수입이 가능한지 여부의 기준점은 상품출처의 혼동 및 품질에 오인이 없어야 하는 데에 있다.


실무적 적용으로 외국상표권자와 국내 상표권자가 동일인인 경우 원칙적으로 제3자는 수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가 물품을 제조, 판매만 하는 경우라면 병행수입은 제한된다.


동일인 관계
1. 동일인

2. 주식 지배 관계(최대 주주이면서 지분 30% 이상)

3. 수입 대리점 관계


반대로 외국상표권자와 국내 상표권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병행수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상표 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가 진정상품을 수입, 판매만 하는 경우라면 병행수입이 가능하게 된다.


1. 병행수입 허용의 경우
① 국내외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포함)가 동일인 관계이면 상품출처 및 품질에 오인이 없으므로 국내 상표권자가 제조 하더라도 병행수입 허용

 

② 국내외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포함)가 동일인 관계가 아니고 국내 상표권자가 진정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 상품출처 및 품질차이가 없으므로 병행수입 허용

 

 

2. 병행수입 불가의 경우 (동일인 관계가 아니면서 제조만 하는 경우)

 

그러나 병행수입을 허용하게 되면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 하는 등 부작용이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즉 병행수입의 허용은 상표권자가 품질관리와 보증 기타 A/S의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과 자본을 투자하여 독자적인 영업권(Good Will)을 형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품질과 서비스가 열악한 병행수입자의 수입품에 의해 그동안 노력했던 상표권자의 영업권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지식재산권자나 독점적 사용권자의 광고, 투자에 무임승차함으로써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결과를 낳게 한다.


게다가 병행수입품은 실제 정규상품에 비하여 품질 및 서비 스가 열악할 뿐만 아니라 형식승인의 차이 등 국내 상품기준에 맞지 않을 수 있고, 제조업자의 품질보증 책임에 의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오신을 소비자에게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병행수입 금지론자들은 얘기한다.


병행수입이 필요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위시한 많은 국가에서 병행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것은 지식재산권자의 보호 이익과 국제적인 자유교역의 실현이라는 이념 사이에서 어느 것이더 가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지식재산권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서 발생되는 이해관계의 대립 등이 고려된 정책적 결과물의 성격이 강하다.


즉, 병행수입을 금지하면 독점적인 공급자를 보호는 할 수있겠으나, 이는 더 큰 대의(大義)인 자유무역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또 다른 무역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큰 문제가 있다. 또한 병행수입을 허용하게 되면 다국적 기업의 과대한 시장 독점을 막을 수 있고, 공정거래를 유도함으로써 결국 국내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주게 된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독과점적 다국적 기업의 국제적 가격차별화를 방지하고 가격 경쟁을 활성화하여 물가안정 및 국민 후생증대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비싸게 판매되는 물품을 상대 적으로 싸게 판매하는 나라의 시장에서 제3자가 수입하고, 이를 국내에 판매하게 된다면 소비자는 동일한 품질과 브랜드의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독점적으로 비싸게 팔아 과대하게 수익을 남겼던 상표권자도 경쟁을 위해서는 가격을 인하하게끔 유인하게 되어 결과적 으로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병행수입을 허용하는 것이 금지하는 것보다 전체 국가 경제의 활성화와 국민 소비자에게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우리나라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지원제도를 두어 창업의 아이템 등으로 소개하거나 관세청의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도를 운용하는 등 이를 활성화 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은 유예기간 동안 병행수입업자 및 소상공인 등을 배려한 개정이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왜냐하면 이 법의 엄격한 적용은 또 다른 병행수입의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과도 상충되기 때문이 다. 어쨌든 병행수입이라는 제도적 장치는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매력적인 창업 아이템으로서 손색은 없어 보인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소비되는 물품의 현황을 면밀히 평가해보고 다른 나라와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적극적으로 병행 수입을 고려해 보는 것도 새로운 비즈니스로 영역의 창출과 확장으 로써 의미가 있을 것이다.


[프로필]고 태 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인터뷰]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 권역별 회원 교육에 초점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은 지난해 6월 총회 선임으로 회장직을 맡은 후 이제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 회장은 회원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방회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서울 전역을 권역별로 구분해 인근 지역세무사회를 묶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회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6월에 치러질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이전에 관련 규정 개정으로 임기를 조정해 본회인 한국세무사회는 물론 다른 모든 지방세무사회와 임기를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물론 임원의 임기 조정을 위해서는 규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임기 조정이라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처음이라 주목받고 있다. 임채수 회장을 만나 지난 임기 중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 서울지방세무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Q. 회장님께서 국세청과 세무사로서의 길을 걸어오셨고 지난 1년 동안 서울지방세무사회장으로서 활약하셨는데 지금까지 삶의 여정을 소개해 주시죠. A. 저는 1957년에 경남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그랬듯이 저도 가난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때의 배고픈 기억에 지금도 밥을 남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