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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KISTI의 과학향기] 프로포폴이 트라우마 기억 지운다

(조세금융신문=차영재 과학칼럼니스트)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야속하게도, 이런 기억은 툭하면 다시 떠올라 우리를 불안에 떨게 만든다. 잊고 싶은 기억을 골라서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019년 3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트라우마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워줄 수 있는 약물이 있다. 그 약물은 바로 한국에서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되는 프로포폴이다.

 

비록 한국에서는 상습 투약 의혹을 일으키는 골칫덩이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 프로포폴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마취유도제이다. 프로포폴은 다른 약물에 비해 진정 효과(sedative effect)와 회복(recovery)이 빠를 뿐만 아니라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2018년에는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하는 라스커상(Lasker Award)이 프로포폴 개발자에게 수여되었는데, 이는 프로포폴이 전 세계 환자의 고통 경감에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프로포폴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 즉 마약류로 지정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래 용법과 목적에 맞게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것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프로포폴은 어떻게 기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프로포폴은 마취유도제다. 그런데 어떻게 마취유도제가 트라우마 기억을 지워줄 수 있는 것일까? 우선 프로포폴이 어떻게 마취 효과를 일으키는지 알아보자.

 

프로포폴은 뇌의 활동을 억제한다. 우리 뇌는 뇌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ma-aminobutyric acid, GABA)'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용하는데, 프로포폴은 특히 GABAa 수용체(GABA receptor type A)에 영향을 미쳐서 뇌의 활동성을 억제한다.

 

즉, 프로포폴에 의해 GABA 수용체 활성화가 결과적으로 깊은 수준의 진정 효과를 통한 마취를 일으키는 것이다.

 

한편,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연구자들은 프로포폴의 새로운 활용법을 발견했다. 프로포폴을 사용해서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기억 연구는 기억을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져서 수정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 강력한 부적 정서를 일으키는 트라우마 기억일수록 더욱더 단단하게 굳어져 고착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 기억 연구자들은 오래된 기억은 다시 떠올리는 과정에서 재구성되며, 시간에 걸쳐 재정리된다고 주장한다. 비유하자면, 기억은 딱딱하게 굳은 동상을 창고에서 꺼냈다 다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다시 넣어두는 과정과 비슷하다.

 

프로포폴은 기억을 다시 넣어두는 과정과 관련된 해마와 편도체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기억이 다시 재정립되기 전에 프로포폴을 투약하여, 잠시 떠올려진 나쁜 기억이 다시 저장되지 않는지를 검증했다.

 

실험을 통해 프로포폴이 기억에 미치는 효과 확인

 

연구자들은 프로포폴이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글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는지 확인했다. 부정적인 글 두 개를 읽게 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 그 중 한 가지 글만 다시 떠올리게 했다. 참가자들은 글을 떠올린 후 바로 프로포폴로 인한 마취 상태에 빠졌다.

 

마취에서 깨어난 참가자들은 글의 내용을 잘 기억했을까? 놀랍게도, 마취 전에 다시 떠올렸던 글에 대한 기억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의 주장처럼, 재활성화 과정을 통해 말랑말랑해진 기억만 프로포폴에 의해 손상된 것이다. 더욱 중요한 발견이 있다. 글의 전반적 내용 중 오직 부정적인 내용에 대한 기억만 감소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왜 나타난 것일까? 프로포폴이 정서적 기억과 관련된 해마와 편도체의 활동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프로포폴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이며 오직 부정적인 기억만 골라서 지워줄 수 있다. 물론 프로포폴의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프로포폴의 작용 원리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기억의 재정리 과정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결합하면, 잊고 싶은 기억만을 지울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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