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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봉의 좋은 稅上] 등입방중야출외(燈入房中夜出外)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한나라 때 한비(韓非 BC280∼BC233)는 <세난(說難)>에서 “무릇 남을 설득하기 어렵다 함은 내 지식이나 변론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해야 할 말을 꺼낼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다.

 

상대방의 심중을 살펴, 내 이야기를 거기에 적중시키는 데 있다”라며 설득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법을 집행함에 있어 국민의 마음을 살펴야 하는 세무행정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최근 국세청에서 상장법인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 신고대상자를 처음으로 당사자에게 사전 안내하는 편의를 제공하였다.

 

상장법인 주식(종목별)을 일정규모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양도한 경우에는 세금신고의무1)가 있다.

1) 소득세법 제104조 제①항 제11호

 

대주주 개인의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제도(1998년 12월 28일 소득세법 제94조 제3호의 신설)가 도입된 이후 2017년 세법개정에 이르기까지 대주주의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특히, 대주주 해당 여부는 직전 사업연도 말 본인의 지분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데, 본인이 대주주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어 무신고에 따른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2019.8.8. 국세청 보도참고자료).

 

본인이 신고대상자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수관계자의 지분율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특히, 최대주주인 경우에는2) 6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까지 확인3)해야 한다.

2) 2016.3.31.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 대주주에서 최대주주로 개정

3)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조의 2 제①항

 

대주주에 해당하는지 몰랐던 납세자가 세금추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조금만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다면 과세대상 대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며 관련 조항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4).

4) 대법원 2017.9.21.선고, 2017두47281 외

 

당시 판례의 소송 당사자는 1인 주주와 직계존비속 등 3촌 이내의 혈족과 2촌의 인척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법원은 사회환경과 가족공동체 모습의 변화 등을 고려하더라도 헌법상의 평등원칙, 자기책임의 원칙, 과잉금지원칙등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도 없고 친족으로 인해 불이익 처우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연좌제 금지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대주주의 범위에 관한 법령조항은 상장 주식을 이용한 변칙적 증여를 방지하고 다른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와의 과세형평을 기하는 등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위임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규정된 것이라 무효의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5)고 설시했다.

5) 대법원 2014.6.26.선고, 2012두20694 판결 등

 

부끄럽지만 필자는 6촌 이내의 혈족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특히 4~6촌 혈족의 경우 어디에 살고 있는지 잘 모를 뿐만 아니라 통화 한 번 못한 사람이 대다수다. 3~4촌인척 또한 비슷하다. 아마 그들 또한 필자를 알지 못할 것이다.

 

국세청 보도자료에 언급된 사례의 경우, 의도적 세금회피보다는 현실적·제도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혈족 6촌이나 인척 4촌은 법률상 특수관계자에 해당할지라도 사실상 특수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이웃 4촌보다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급변하는 시대흐름 속에 가족공동체 간 관계를 하나의 모형으로 정의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최대주주 양도소득세 신고대상자의 경우 극히 일부일지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여러모로 이번 신고대상자 사전안내는 납세편의 제공이라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만, 현행 법령상 사전안내를 받지 해 무신고할 경우 이에 따른 불이익을 면제받기는 어렵다.

 

따라서 납세편의 차원의 안내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사전안내를 의무화하거나 사전안내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가산세 면제 등 납세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실효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 납세자는 세금에 관한 지식도 불충분하고 변론도 부족하다. 할 말을 쉽게 꺼낼 만큼 용기도 없다.

 

“등불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밤이 밖으로 나간다(燈入房中夜出外)”6)고 했다. 필요한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납세자의 고민도 저절로 사라지지 않겠는가.

6) 광해군 때 무인 박엽의 동몽시(童蒙詩, 어린이가 쓴 漢詩)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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