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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신중의 아이콘 새로운 20년을 설계하다

업계 최장수 CEO…2세 경영자로 눈부신 성과
매출 반토막 감수하고 과감한 체질개선 작업
재무적 투자자와 갈등…‘백기사’ 찾기는 숙제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교보생명은 삼성생명의 뒤를 이어 한화생명과 생명보험업계 2위사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오너형 생명보험사 중에선 유일하게 빅3 생보사의 대표이사인 신창재 회장은 타 대표이사들과 달리 자신의 경영 철학을 장기간 접목시킬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 취임 이후 과감한 체질 개선작업으로 견실한 실적을 거둬들였던 신 회장은 최근 각자 대표체제 전환으로 보험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편집자 주>

 

신창재 회장은 보험업계에서 보기 드문 2세 경영자다. 19년째 교보생명을 경영하면서 과감한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 IFRS17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재무건전성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며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리스크 축소에 몰두한 신 회장의 행보는 역설적으로 교보생명의 실적 반전을 견인했던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갈등을 낳았다. 3월 윤열현 사장과 각자대표 체계를 구축한 신 회장의 차기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창재 회장은 서울대 의대 졸업 후 같은 대학 의과대학 교수를 지낸 특이한 이력이 있다. 생명보험사 대표이사 중 유일하게 오너 일가에 속한 2세 경영자다.

 

의대 출신의 신 회장은 부친인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의 건강 악화로 전혀 접점이 없어 보였던 교보생명 사령탑에 앉았다. 그는 암 투병 중인 아버지의 뜻을 받아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나섰고 2000년 5월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자산손실 2조 4000억원 극복

 

2005년 대표이사로 부임한 신 회장에게 주어진 숙제는 적자 2540억원과 2조 4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손실이었다. IMF를 겪으며 극도로 부실화된 회사를 이끌게 된 신 회장의 부담이 결코 적지 않았던 것.

 

신 회장은 취임 이듬해 1400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초기부터 탁월한 경영 역량을 과시했다. 외형 성장보다 수익중심의 경영 철학으로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보험 위주 체제를 갖춘 신 회장은 ‘리스크 혐오주의자’로 불릴 정도로 장기 성장성 확보에 몰두했다.

 

수 조원의 자산손실에 잠식되어 있던 교보생명은 신 회장의 지휘 아래 생명보험사 빅3에 들어가는 초대형사로 성장했다.

 

오너 출신인 신 회장은 임기제인 타 보험사 대표이사들과 비교해 초장기 임기 동안 본인의 경영 철학을 뚝심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신 회장 다음으로 재임기간이 긴 보험사 대표이사들과 비교해도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9.2년),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8.6년),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8.4년),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6.4년) 등 2배 이상의 시간이 주어졌던 것. 신 회장은 매해 실적에 따라 지위가 흔들리는 전문 경영인들과는 달리 당장의 외형보다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일관된 경영전략을 추구했다.

 

 

교보생명이 부실을 털어냄은 물론 생보업계에서 가장 견실한 생보사로 꼽힐 정도로 환골탈태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경영 방향성이 핵심을 짚었던 셈이다.

 

이 같은 호실적이 생보업계를 강타한 영업 한파 아래에서도 올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교보생명과 신 회장에게 더욱 고무적인 일이다.

 

교보생명은 올해 1분기 기준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262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보험업계 역시 생소했던 의사 출신 신 회장의 취임 이후 행보는 기존 보험사 대표이사들을 압도하는 눈부실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문제는 실적 부진이 아닌 지금까지의 성장을 견인했던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갈등에서 굳건했던 신 회장의 입지가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어제의 백기사가 오늘의 적으로

 

신 회장의 최대 고민은 장기간의 실적 부진으로 자산 손실이 급격히 불어난 교보생명을 반전시킬 ‘자산’이었다.

 

당시 보험 상품 판매만으로는 막대한 적자를 털어낸다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증자를 단행할 상위 그룹사도 없었던 상황에서 교보생명에 절실했던 것은 외부 자금 수혈일 수밖에 없었다.

 

신 회장은 2015년 9월까지 IPO를 완수하겠다는 조건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상장함으로써 발생하는 차액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이 같은 신 회장의 손을 복수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잡으면서 24%에 달하는 지분을 매각한 ‘실탄’은 신 회장의 ‘경영 성공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문제는 이후 저금리가 지속되고 IFRS17 도입 등 재무건전성 부담이 커지면서 교보생명의 상장에 따른 이익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는 점이다.

 

교보생명에 앞서 상장한 생보사들은 모두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주가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었다. 생보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조차 상장이후 맥을 추지 못하는 현실은 신 회장과 교보생명 입장에선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2015년 예정되어 있던 IPO는 이 같은 이유로 수차례 번복되고 연기됐다. 물론 지분을 가진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의사소통 끝에 이뤄진 결과였으나 ‘상장차익’이라는 약속된 과실을 취하지 못한 재무적 투자자들의 불만은 점차 고조되고 있었다. 자산을 쌓아두고 IPO를 추진, 막대한 상장차익이 발생했던 오렌지라이프생명의 사례 이후 이 같은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끝은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열린 ‘중재 전쟁’이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지분율 9.05%), IMM(5.23%), 베어링(5.23%) 등 프라이빗에 퀴티(PE) 3곳과 싱가포르투자청(4.50%)은 3월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들은 신 회장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만큼, 2012년 신 회장과 맺은 주주 간 계약(SHA)에 따라 풋옵션이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은 우호적 지분 확보를 위해 FI들이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 5000원(총 1조 2054억원)에 2011년 사들이는 대신, 3년 내 IPO로 투자금을 회수토록 하고, 불발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SHA를 이듬해 9월 맺었다.

 

 

그러나 IPO가 약속한 기한까지 이뤄지지 않자 FI들은 지난해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행사 가격은 주당 40만 9000원(총 2조 122억원)이다. 신 회장은 이 금액의 절반가량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재무적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액을 신 회장이 사재를 털어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까지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중재와 함께 가격대를 맞추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 공식적으로 드러난 진행 상황은 전무한 상태.

 

교보생명을 대형 생보사로 키워낸 신 회장이 아이러니하게도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교보생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각자대표 체제 연착륙 성공적

 

난처한 상황에 놓인 신 회장의 선택은 교보생명의 내실을 더욱 탄탄히 다지기 위한 윤열현 사장의 선임과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 창출이었다.

 

윤 사장은 2013년 생명보험협회장 취임으로 사직한 신용길 전 사장에 이어 6년 만에 사장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19년의 임기동안 검증된 신 회장의 기획 역량과 더불어 마케팅 부문 부사장 직책을 역임했던 ‘영업통’ 윤 사장의 협업 체계를 구축했던 것이다.

 

재무적 투자자와의 갈등 해결은 물론 IPO를 위해서라도 교보생명에 필요한 것은 외부 투자자들에게 교보생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투자처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2세 오너 대표이사로써 6년간의 단독 경영 체계를 끝내고 윤 사장과 각자대표로 ‘새판’을 짠 신 회장의 승부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신 회장과 윤 사장의 협업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교보생명의 성장지표 부분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윤 사장은 대표이사 선임 후 생보업계 최초로 시작한 신계약 모니터링 외국어 상담 서비스와 대고객 챗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V3’의 막바지 점검을 맡기도 했다.

 

‘고객중심 영업’을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는 윤 사장의 경영 철학이 교보생명에 추가된 것으로 해당 시스템은 총 2500억원을 투입해 3년가량 추진한 초대형 IT프로젝트다.

 

교보생명은 다양한 시스템에 분리돼 있는 영업지원 기능을 통합해 사용자 편의성 강화, 모바일 활용 고객접점에서의 업무 완결성 제고, 컨설턴트 활동이력 데이터 기반 활동 지원 등 고객중심 마케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상품정보 및 규칙관리시스템’과 ‘상품검증시스템’ 등을 통해 보험상품 정보를 표준화해 이를 기반으로 보험 계약 청약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보험 영업의 전 부분을 지원한다.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48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57억원) 증가했다.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실적 악화를 겪었지만 보험료 수익, 국내채권 매각이익 증가에 힘입어 순이익이 늘었다. 안정적인 이익성장은 재무건전성 제고로도 이어졌다. 이 회사의 상반기 지급여력(RBC)비율은 352.6%로 지난해 동기 대비 70%p 가량 상승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은 보험업계에서 유일한 오너 대표이사로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초대형사로 성장시킬 정도로 경영 철학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모험과 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외부 수혈을 기대하기 어려운 교보생명의 특성상 신 회장과 같은 극도로 세밀한 투자 전략이 불가피 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 업체 고위 관계자는 “외형 성장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확대하거나 적기 적시에 채권 투자·매각을 병행하는 등 신 회장의 뚝심이 돋보이고 있다”며 “IPO 및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중재 등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올해 신 회장에게 최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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