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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철의 부동산 돋보기] 2·4 주택공급대책, 희망고문이 되지 않으려면?

(조세금융신문=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감정평가사)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금년 2월 4일 정부는 ‘공공주도 3080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서울 등 주요 대도시에 80만호(서울에만 전체 주택재고량의 10%에 달하는 32만호)가 넘는 주택을 향후 5년 내에 공급하여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물량으로만 보면 ‘공급쇼크’라 불릴 만하다.

 

YTN이 지난 2월 5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책이 집값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41.7%)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의견(53.1%)이 우세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수 성향을 가진 응답자는 67.5%, 진보 성향을 가진 응답자는 약 50%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응답했고, 특히 20대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응답비율이 62.7%에 달했다.

 

같은 집값대책을 놓고도 정치적 성향이나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천차만별임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선하고 정의로운 정책이라도 시장기능에 기초하지 않는 한 정부 의도대로 되지 않아

 

우리나라 국민은 전 재산의 약 70%가 부동산이고, 부동산 중 집값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집값정책은 전 국민이 이해관계자이다. 집값정책은 이해관계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 다른 분야와 달리 집값은 이해관계의 범위가 광범위하여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거나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선하고 정의로운 집값정책이라도 그 기초에 시장기능이 없는 한 정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돈의 속성에 터 잡은 지본주의 시장경제의 속성이 그러하다.

 

필자가 시장기능을 중시하는 이유다(필자는 진보 성향임). 이런 시각으로 2·4 공급대책을 판단해보면 금번 대책은 어느 정도 집값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는 있겠으나,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다. 보완정책이 없으면 집값은 더 오를 수 있다.

 

구도심을 공공주도·고밀도·Fast-track 절차·순환개발 방식으로 개발해

5년 내 8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2·4공급대책의 핵심

 

먼저 2·4 공급대책의 핵심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민간이 아닌 공기업 등 공공주도로 규제 및 절차를 간소화하여 5년 내에 도심지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신규주택을 공급하되, 전세난 방지를 위해 사업구간별로 순환개발을 한다는 것이다(그간의 공급대책은 국공유지나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공급하는 택지개발중심).

 

둘째, 용적률(토지면적 대비 건축할 수 있는 건물 면적)을 높여 기존 도심지를 고밀도로 개발하고(종전 민간 재개발방식보다 1.3∼1.5배 세대수 증가), 여기서 나오는 개발이익은 토지주에게 30%(조합을 만들어 사업하는 종전방식보다 추가적인 수익보장), 생활SOC확충에 20%, 나머지 50%는 공공주택건설(분양 혹은 임대)과 세입자, 영세상인 지원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셋째, 2·4대책으로 공급되는 주택은 일반공급 물량을 50% 늘리고, 그 중 절반(전용 85㎡이하는 30%)은 추첨을 통해 공급하여 오랫동안 주택공급을 기다려온 신혼부부, 30·40세대 등에게 충분한 내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넷째,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하고, ‘특별건축구역(사업지구)’으로 지정되면 그 지역에서 금번대책일(2021.2.4) 이후에 신규로 매입한 사람이나 지분 쪼개기를 한 사람에게는 우선입주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80만호 추가공급 5년 내에 가능할까, 주택수요자들이 믿고 기다려줄까?

 

과연 2·4 대책은 정부 의도대로 집값 상승 기조를 잠재울 수 있을까? 우려스러운 점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가 발표한 것만큼 물량이 늘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전체 83만호에는 이미 발표된 신규택지개발, 신축매입약정을 통한 공급물량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심지재개발로 인해 멸실되는 주택수가 고려되어 있지 않다. 이들을 모두 고려하면 15만호 정도가 순수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시각이다.

 

둘째, 정부 발표대로 5년 내에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사업기간이 13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농지나 임야 등을 택지로 조성하여 공급했던 방식(택지지구개발방식)도 5년은 빠듯하다.

 

하물며 이미 생활터전이 정착되어 있는 주거지역에서 세입자, 영세상인, 집주인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가면서, 그것도 ‘순환재개발방식’으로 개발하여 어느 세월에 공급할 수 있을까? 만약 땅을 확보할 때까지의 기간이 5년이라면 주민이주, 철거, 착공을 거처 새집으로 입주할 때까지는 3년 정도의 기간이 더 필요하므로 이 기간을 합하면 약 8년이 걸리는 셈이다.

 

만약 정부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속도전으로 밀어 붙일 경우 재산권침해 시비에 대한 민원의 폭주로 지구지정과 취소가 빈번할 가능성이 크다(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토지소유자의 10% 이상이 동의하면 예정지구 지정, 예정지구 지정 후 1년 내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으면(지주의 2/3 및 토지면적의 1/2 이상) 토지수용권 부여, 받지 못하면 예정지구 해제). 과거 권위주의 정부처럼 정부가 공권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면제, 2년 거주의무면제, 기부체납면적 축소 등 여러 가지 유인책 중 자체개발하는 것보다 ‘30% 추가이익보장’이 핵심이다. ‘30% 추가이익 보장’이 토지주들을 유인할 충분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까?

 

개발이익을 독점하였던 과거 ‘대박의 추억’을 알고 있는 토지주들은 비록 용적률을 높여 생긴 이익이라고 하더라도 “30% 추가이익을 본다고 생각하지 않고, 정부에 70%이익을 빼앗긴다” 고 생각할 것이다.

 

넷째, 내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으로 매수에 적극 가담한 젊은 층 및 실수요자들이 공급이 현실화 될 때까지 믿고 기다려 줄지 의문이다. 정부 소망대로 그들이 내 집 마련 구입시간을 멈추어 줄 수 있을까?

 

일반분양 및 추첨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여전히 청약에 당첨되기는 로또에 가깝다. 로또청약 당첨의 불확실성을 참고 기다리려면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거나, 집값을 자극할 전세값이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집값 혹은 전세 값이 계속 오르거나, 공급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은 약간의 징후만 보여도 집값은 다시 오를 수 있다.

 

‘2·4 공급대책’ 중장기적으로 완벽하지만, 단기적 집값상승을 잡기는 역부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런 여러 가지 우려스러운 점에도 불구하고 금번 2.4.대책은 옳은 정책방향임은 분명하다. 더 일찍 시행했어야 할 정책이다. 이 정책이 차질 없이 시행되면 낙후된 도심지 주거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분양가격이 주변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내려가게 되어 집값도 하향안정화 시킬 수 있다. 공공이 직접사업을 시행하고, 용적률이 높아지면 분양가격 구성항목 중 토지가격 부담이 적어져 분양가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주택(토지는 국가 등 소유, 건물만 분양), 환매조건부 주택(일정기간 거주 후 국가 등에게만 되팔 수 있는 주택) 등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하는 이유이다.

 

‘시장메커니즘’ 복원 없이는 관망세 보이다가 재상승할 가능성 커

 

2·4 공급대책이 중장기적인 대책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정책이지만,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새집이 공급되는 기간까지의 집값급등이 없어야 한다. 집값급등을 막으려면 기존재고주택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거래가 활성화되어야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선순환 되는 시장메커니즘이 작동되고, 시장메커니즘이 작동되어야 시차를 두고 전셋값과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매물이 적으면 파는 사람이 가격주도권을 갖게 되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매물이 늘어나야 집값은 내려간다.

 

매물이 늘어나려면 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 혹은 변칙거래자, 투기행위자들은 철저히 단속하되, 한시적인 양도세 완화 내지 유예를 통해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앞뒤 퇴로를 다 막아 놓은 상태에서는 시장에 매물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이러한 시장메커니즘을 복원시키는 후속정책 없이는 집값은 당분간은 관망세를 보이다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2·4대책은 아직 실체가 없는 ‘중장기적인 공급계획 발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뭐가 중한디?(What's important)’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4대책도 고통스러운 ‘희망고문’만 하나 더 추가하게 될 것이다.

 

[프로필] 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 감정평가사/경영학박사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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