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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매번 이용당하는 그녀의 잘못된 신념

 

(조세금융신문=송지영 프럼미 에듀 대표)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과의 모임도 미룬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간혹 단톡 모임방에 안부를 주고받으며 서로 잘 버티고 있음을 확인하곤 한다. 며칠 전, 친한 동창생 한 명과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했다. 착하고 모든 사람에게 상냥한 그녀와의 통화는 언제나 즐겁다.

 

최근 그녀가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고 한다.

코스피 3000시대를 맞이하여 요즘은 그 누구라도 돈 버는 장이라고... 그런 그녀를 축하하며 말했다. “미영아, 투잡 한다고 그동안 고생도 많았는데 이번에 돈 좀 벌었으면 그걸로 너 먹고 싶은 것도 좀 먹고, 사고 싶은 것 좀 사~.” 그러자 친구는 “이궁~ 내 형편에 어떻게... 이번 신정에 부모님 병원비에, 이혼한 동생이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도와달라고 해서 번 돈도 싹 다 나갔어.” 난 참 이해가 안 갔다.

 

“너, 언제까지 밑 빠진 친정에 돈 갖다 줄래? 그리고 너 동생은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까지 도와주는 거야...? 너 그러다 골병든다….”

 

항상 밝게 웃으며 열심히 사는 미영이는 주변 사람들 모두가 좋아한다. 학창 시절부터 미영이는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친구들이 어려운 부탁을 해도 흔쾌히 잘 들어주었고 남의 일도 내일처럼 도와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착해도 너무 착한건지 바보 같은 건지, 나쁜 친구나 남자들에게 이용당하기 십상이었다.

 

아직 싱글인 그녀는 집에서 장녀로서 아직까지 부모님 생활비에, 이혼한 동생 생활비까지 대주고 있다. 회사에서는 매번 남의 일을 본인이 떠안아 야근하기 일쑤이고, 그녀의 남친들은 매번 그녀에게 돈을 꿔달라고 한다. 그리고 헤어지면 연락이 두절되어 돈도 갚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런 남자들을 만나는 건지 참 이해하기 힘들다.

 

인간은 과연 합리적인 존재인가? 난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나는 스트레스를 핑계로 저녁에 치맥을 하고 있다. 배가 무척 부른데도 말이다. 목 가래 때문에 헛기침이 정말 심한 동료는 새해에는 꼭 금연할 거라고 굳게 다짐을 해놓고 오늘도 담배를 피운다.

 

교육 비즈니스로 성공하겠다며 야심차게 사업을 오픈한 어느 대표님은 강사들에게 무례하고 함부로 굴다가 강사들의 강의참여 거부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인지 알면서도 그 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는 걸까?

 

사람의 행동은 그가 가진 생각에서 비롯된다. 나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선 내가 과연 무의식중에 어떤 비합리적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성인이라고 해서 모두 합리적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적 결핍과 트라우마에 의해 잘못 형성된 가치관이나 신념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 사람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상담센터에 상담을 받으러온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성인이지만 잘못된 비합리적 신념들을 갖고 있었다.

 

심리학자 엘리스(Ellis)는 사람들의 인지가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개인이 가지고 있는 비합리적 신념이 그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핵심 요인으로 보았다. 그러면 엘리스가 제시한 대표적 비합리적 신념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음을 읽어보며 과연 나도 무의식중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체크해 보자.

 

① 인간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항상 사랑과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② 인간은 모든 면에서 반드시 유능하고 성취적이어야 한다.

③ 일이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은 끔찍한 파멸이다.

④ 인생에 있어서 어떤 난관이나 책임을 직면하는 것보다 회피하는 것이 더욱 쉬운 일이다.

⑤ 인간은 다른 사람의 문제나 곤란에 대해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⑥ 모든 사람에게 사랑이나 인정을 받는 것은 개인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⑦ 가치있는 사람이 되려면 매사에 유능하고 완벽해야 한다.

⑧ 내가 두려워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항상 걱정해야 한다.

⑨ 인간은 타인에게 의지해야 하며, 의지할 만한 그 누군가가 필요하다.

 

비합리적 신념들의 특징을 보자면, ‘모든 사람에게, 모든 면에서, 항상, 반드시, ~해야 한다.’ 라는 비현실적이고 강요 섞인 단어가 들어간다.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항상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인정받고 싶은 상사나 부모님, 친구, 애인, 동료들의 사랑과 인정을 항상 받으려고 지나치게 애를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그들이 때로는 나를 지적할 때 지나치게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봐야 한다. 미영이는 마음속 깊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는 내 주변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나보다 먼저 항상 그들을 돌보고 챙겨야 한다. 누군가가 날 필요로 하지 않으면 난 보잘 것 없는 사람이다.’ 물론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는 건 정말 훌륭한 행위이다.

 

그러나 모든지 경계가 있는 법이다. 나쁜 사람들에게까지 매번 이용당하면서 도와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이는 타인을 돕는 고매한 가치가 아니라 자존감이 낮은 자아가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잣대로 넘기며, 자신을 타인에게 유린당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미영이와 통화 끝자락에 그렇게 사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런 그녀가 말한다. 항상 밝은 척 하기도 힘들고, 남들 뒤치닥거리도 이젠 지긋지긋하다고, 집에서 혼자 있을 땐 너무 우울해서 운다고….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아닌 타인의 인정이 더 큰 가치로 자리 잡았기에, 그녀가 치러야 하는 대가였다. 나는 과연 이런 비합리적신념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프로필] 송지영 프럼미 에듀 대표
• 한국교류분석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도형심리상담학회 이사
• 한국시니어플래너지도사협회 이사
•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커뮤니케이션 석사
• 저서 《도형으로 보는 성격 이야기(공저, 2019)》, 《나를 찾는 여행! 액티브 시니어!(공저,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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