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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사태’ 부동산 투기의 악몽…토지초과이득세 23년 만에 재입법 추진

위헌시비 버틴 토초세, 외환위기에 폐지
투기 광풍 원인은 막대한 기대수익
필요한 건 처벌 아닌 브레이크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LH사태로 땅 투기에 대한 민심이 들끓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1998년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이하 토초세) 재입법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19일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은 이달 말까지 정치권과 협의 하에 토초세 법안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80~90년대 부동산 광픙

 

토초세는 부동산 투기 열풍에 휩싸였던 1990년 도입된 제도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땅값 시세는 평균 27~32%로 널뛰었다.

 

땅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과 근로소득자 간 자산격차는 뒤집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고, 너나 할 것 없이 땅과 부동산에 뛰어들면서 더욱 가격은 치솟았다.

 

덩달아 전월세 시세도 솟구쳤고, 집 없는 서민들은 쥐어 짜였다.

 

정부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1990년, 보유토지를 모두 더해 누진과세하는 종합토지세,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 소유시 중과세하는 택지소유 상한제법, 주택‧공업단지 개발 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절반을 국가가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제, 그리고 토초세가 차례로 시행됐다.

 

토초세의 내용은 유휴토지 가격이 전국 평균 이상 오를 경우 이익의 30~50%를 환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단, 주택용 또는 업무용 토지는 제외했다.

 

앞선 법안들이 개발지 이익을 겨냥하는 법이라면, 토초세는 땅값상승을 노리며 사들인 유휴토지에 대한 대응이었다.

 

단순히 당국자들의 기대로 태어난 법은 아니었다.

 

MBC와 동서경제연구소가 실시한 1989년 설문조사, 응답자 75.4%가 토초세에 찬성했고, 상위소득 계층자들도 45.8%의 지지를 보냈다.

 

토초세와 형제법안들은 차례로 위헌결정을 받으며 폐지됐다.

 

이들이 폐지됐던 건 법안의 기틀이 된 ‘보유하는 동안 오른 땅값(미실현 이득)’에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1994년 토초세 위헌 결정문에서 헌재가 지적한 것은 ‘나중에 땅값이 떨어질 때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 ‘땅을 팔 때 양도소득세에서 토초세 일부만 공제해준 것’ 등 법안의 세부 디자인이었다.

 

헌재는 토초세의 본질인 ‘미실현 이득에 세금을 매기는 것’에 대해 헌법상 조세 개념에 저촉되거나 모순은 아니라고 했다.

 

토초세는 헌재가 위헌결정에서 지적한 세부 디자인을 고쳐 1994년 재시행됐다. 이후 4번의 위헌 소송에도 꿋꿋이 버텼지만, 1999년 외환위기를 명분으로 끝내 폐지됐다.

 

개발이익환수제만이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 땅에 대한 기대이익

 

참여연대는 LH사태 등 땅 투기의 근간을 해결하려면 토초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주식에 투자하면 생산에 쓰이지만, 땅에 묻힌 돈은 생산에 쓰일 일이 없다. 비용만 늘려 새로운 투자를 가로 막을 뿐이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토초세는 헌재에서 그 자체로는 위헌결정을 받은 바 없고, 보완입법을 한 후에는 4건의 위헌소송에서 이겼다고 밝혔다.

 

12일 토초세 부활 토론회에서 처벌을 강화하고, 공무원 재산등록을 의무화해봤자 편법만 낳을 것이라는 씁쓸한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땅에 대한 막대한 이익을 그대로 둬서는 해결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새로운 토초세에 대해 유휴토지 등으로부터 발생한 토지초과이득에 세금을 매기되 유휴토지 등으로 해당하지 않는 기간 내 이익은 빼주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정치권 내에서 토초세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다.

 

여당 내에서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현행 제도 틀 내에서 토초세 제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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