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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불가리스 사태’ 책임지고 물러난다

대국민 사과·사퇴…“자녀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을 것”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자사 유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4일 홍 회장은 서울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오른지 44년만이다.

 

이날 홍 회장은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당사에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남양유업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남양 만들어갈 직원들을 성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남양유업은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확산됐다. 최종 단계인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가리스를 마시기만 하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남양유업은 지난달 16일 1차 사과문을 내고 “해당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불가리스 생산공장이 있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는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부과가 사전통보됐다.

 

주식시장도 출렁였다. 심포지엄 직후 1년 최고가인 48만90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으나 36만원대로 가격이 떨어지는 등 급등락 흐름을 보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결과를 성급히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경찰은 식약처 고발을 접수하고 지난달 남양유업 본사,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연구기록과 홍보자료 등을 수거해간 상태다.

 

이번 홍 회장 사퇴로 남양유업은 경영진 공백 상태에 빠졌다.

 

앞서 지난 3일 이광범 대표가 먼저 사의를 표명하고 퇴진 의지를 밝혔다. 당시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남양유업 대국민사과는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에 이어 2019년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 사건 이후 3번째다.

 

8년 전의 경우 김웅 당시 남양유업 대표와 본부장급 임원 등 10여 명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으나, 홍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불가리스 사태’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홍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홍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가공 업체로 오랜기간 사랑 받아왔지만 오랜기간 회사 성장만 바라고 달여오다보니, 소비자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밀어내기 사건, 황하나 사건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조치를 취해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울먹였다.

 

한편 1950년생인 홍 회장은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이후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오르며 경영에 참여했고,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부사장을 지냈다. 1990년부터 2003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다가 2003년 회장에 올라 현재까지 남양유업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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