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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탐구] 우리금융 민영화까지 D-1년반…손태승 회장, 묘수는?

중간 배당 앞둬…하반기 주가 상승 랠리 가능할까
비은행 부문 강화‧디지털 금융 전환‧ESG금융 실천 키워드
수익성‧성장성‧건정성 세 마리 토끼 모두 잡나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지난해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유례없는 ‘제로금리’를 단행했지만 긴급 수혈된 유동성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집중되며 영끌‧빚투를 양산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정부는 가계 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에 ‘학습효과’가 생긴 모양이다. 뒤늦게 나마 강력한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들며 진압에 나섰고, 그 결과 가계 대출 증가 속도가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

 

이같이 변동성이 큰 상황에 다행인 점은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연속으로 호실적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단 것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다른 금융지주들과 함께 중간배당을 예고하는 등 향후 완전민영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배당을 통해 공적자금을 갚는 규모가 커지면 정부의 지분 매각을 위한 ‘손익분기점’인 주가는 낮아지고, 우리금융의 주가 부양 부담 역시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우리은행을 포함한 전체 계열사 컨트롤타워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행보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쏠린다.

 

비은행 부문 강화, 디지털 금융 전환, ESG금융 실천을 키워드로 우리금융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는 손 회장이 그간 남긴 발자취와 하반기 예고한 경영 키워드를 통해 우리금융의 오랜 숙원인 완전 민영화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빨리 도달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 상반기, 지주 전환 이후 사상 최대 실적

 

우리금융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9% 급증한 1조4197억원을 달성했다. 반년만에 지난해 연간 순이익인 1조307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셈이다.

 

분기별로 놓고 봐도 지난 1분기 6671억원에 이어 2분기 역시 7526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지주 전환 이후 분기별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모두 증가시키며 균형 성장을 달성했다.

 

먼저 상반기 이자이익은 3조322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2조9408억원 보다 13% 증가했다. 중소기업 중심 대출 증가세가 이어졌고, 핵심 저비용성 예금이 지난해 말보다 10.6% 늘며 조달비용이 절감된 결과로 풀이된다.

 

비이자이익 역시 721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4680억원 보다 54.1% 급증했다. 지난해 다소 주춤했던 자산관리 영업 실적이 개선되며 수수료이익이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자회사로 편입한 우리금융캐피탈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건전성도 개선세를 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건전성 우려에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0.37%, 연체율은 0.2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금융 지원에 따른 상환 유예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적극적인 비용관리와 영업수익 회복으로 그룹 판매관리비용률 역시 지난해 동기 52.5% 대비 6.6%포인트 개선된 45.9%를 기록했다.

 

이외 우리금융의 주요 자회사별 연결 당기순이익은 우리은행 1조2793억원, 우리카드 1214억원, 우리금융캐피탈 825억원, 우리종합금융 440억원으로 확인됐다.

 

◇ 20년 만에 완전 민영화 앞둔 우리금융, 열쇠는 배당?

 

앞서 우리금융은 주주명부를 폐쇄했다.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면서 동시에 주주 환원 차원에서 중간배당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우리금융이 계획대로 배당을 실시하면 사상 첫 중간배당인 셈이 된다.

 

중간배당 계획이 발표되자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에 가속도가 붙을 거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예금보험공사가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 구조조정 과정 중 우리금융에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시점부터 거슬러 올라가 살펴봐야 한다.

 

앞서 2001년 8월 예보는 옛 우리금융과 경영계획이행약정(MOU)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그룹 내 투자은행(IB) 기능 집중, 은행 자회사의 단계별 기능 재편 등을 주문했다.

 

이후 그해 12월 예보는 우리금융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선택형교환사채 5억달러를 발행하며 본격적인 민영화 작업에 들어갔다.

 

예보는 그 다음해인 2002년 우리금융 기업공개(IPO)도 추진했다. 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공모주 청약을 한 것인데 당시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우리금융의 주당 공모가는 6800원으로 형성됐고, 예보는 구주 5400만주(지분 7.1%)를 매각하며 3600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그러자 예보는 2003년 말까지 우리금융에 대한 예보 보유 지분을 50% 미만으로 축소하겠다는 매각 추진 계획을 발표한다.

 

그러나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 결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을 통해 지분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먼저 예보는 2004년 9월 지분 5.74%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했다. 2007년 지분 5%, 2009년지분 7%, 2010년 지분 9%씩을 매각했다. 예보는 네 번의 블록세일 통해 총 3조2675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눈여겨 볼 점은 마지막 건인 2010년을 제외하면 모두 종가 대비 낮춰진 금액에 딜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2004년 3.1%, 2007년 1.09%, 2009년 4.36% 할인된 가격에 지분을 매각했다. 진행 규모가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후 예보는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우리금융의 경영권 민영화를 시도했다.

 

2013년에는 공자위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 방안’에 따라 우리바비바생명(DGB생명),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계열사들을 분리 매각했는데 그 결과 우리금융은 지주 체제를 포기해야 했다. 옛 우리금융은 2014년 우리은행과 합병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직후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5.94%를 우리은행 사주조합, 한국투자운용, 효성캐피탈(M캐피탈)에 매각하며 4531억원을 회수했다.

 

2016년 예보는 단일 역대 최대 규모인 2조3616억원을 회수했다. 이때 공자위가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중 29.7%를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 7개 투자자에 매각하기로 의결하면서다.

 

해당 매각으로 예보와 우리은행이 2001년 체결한 경영정상화 MOU가 해제됐다. 과점주주가 경영 주축이 되고 예보는 공적자금 관리 차원만 관여하는 식으로 전환됐다. 이후 우리은행 체제는 4년 가량 계속됐다. 당시 과점주주 콜옵션을 행사로 예보 지분 2.94%를 추가 매입한 것과 배당을 제외하면 공적자금 회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우리은행이 2018년 11월 기존 해체한 지주체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같은해 6월 공자위는 우리금융의 장기적 성장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 예보 잔여지분 매각 방안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3차례에 걸쳐 최대 10%씩 지분을 분산 매각한다는 것이다.

 

앞서 공자위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까지는 현재부터 1년 반 정도 시간이 남은 상태다.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과 MOU 맺은 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간 예보가 보유한 우리지주의 지분은 100%에서 15.25%로 줄었다. 1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예보와 우리금융의 노력이 빚은 결과로 평가된다.

 

게다가 올해 들어 주가 상승 랠리를 계속되고 있는 점도 완전민영화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보 입장에서는 과거 투입한 공적자금 이상의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또한 배당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도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우리금융이 발표한 중간배당이 이뤄질 경우 예보가 회수할 공적자금 규모도 줄어드는 만큼 주가의 마지노선도 낮아지게 된다다. 예보가 남은 공적자금을 회수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지속적 리스크 관리…“비은행 부문 강화”

 

완전 민영화를 위해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와 선제적 주가 부양이 필요한 상황에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사업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들이 잇따라 영업 기반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 다각화, 자회사 통합마케팅 등 부분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존 자회사와의 유기적인 시너지 체계를 구축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경쟁력 및 기업가치를 한층 제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하반기 새판짜는 우리금융…키워드 ‘속도‧기업문화’

 

실적 호재로 완전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9일 ‘2021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을 통해 하반기 경영 핵심 키워드로 ‘속도’와 ‘기업문화’를 제시했다.

 

이날 손 회장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디지털 혁신의 가속화로 모든 생활 양식이 급변하고 시장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하반기 우리금융그룹이 모든 사업에서 최고의 속도를 내고, 획기적 전략으로 시장의 판을 흔드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룹 임원들에게 “MZ세대는 이제 그룹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이끄는 주축 세대인 만큼,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자”고 덧붙였다.

 

또한 손 회장은 올해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 원년으로 선언하며 하반기에도 ESG경영의 속도 역시 더욱 가속화하기로 했다.

 

실제 우리금융은 2019년지주사 설립할 당시부터 그룹 차원의 ESG경영을 도입했다.

 

다음해인 2020년 12월 지주 ESG 경영부를 신설했고, 주요 자회사 및 유관부서의 ESG 대응 총괄 관리와 그룹 경영전략 연계 지속가능경영체계를 구축했다.

 

올해 1월 그룹 경영전략회의에 전 그룹사 CEO ESG경영원칙 서명식 개최해 글로벌 수준의 ESG경영성과 달성하고, 국내외 시장에서도 투명하게 평가받기 위한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TDFD(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 권고안) 지지를 함께 선언했다.

 

이후 3월에는 국내 금융지주사 최초 ESG 인증등급을 획득했고, 같은 시기 이사회 내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달에는 ‘그룹 ESG 비전 및 중장기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ESG 중장기 목표로 ‘Plan Zero 100(탄소배출 Zero, ESG금융 100조 지원)’도 선언했다.

 

 

◇ 손태승 회장, 어떤 인물인가

 

1959년생인 손 회장은 광주 출신으로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를 마쳤다.

 

1987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1989년 한일은행 국제부 대리, 1994년 뉴욕지점 과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2003년 우리은행 전략기획팀장 2006년 LA지점장을 맡았다. 2010년 우리금융 민영화 담당 상무로 승진했고, 2012년 우리은행 관악동작영업본부 영업본부장으로 일했다.

 

2014년 3월 자금시장사업단 상무를 맡았고, 그해 12월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선임된 뒤 2018년 우리금융 회장에 올라 우리은행 행장을 겸직하게 됐다. 2020년 3월에는 주주총회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 3년 연임이 확정됐다.

 

손 회장은 조용하지만 빠른 결단력과 추진력을 소유한 리더로 평가받는다.

 

임기 중 채용비리로 고역을 치른 내부조직을 추스르고 조직 개편과 경영정상화에 성공했다.

 

‘글로벌통’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해외소통 능력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손 회장은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 디지털집무실을 마련하는 등 디지털 금융 전환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경영 추진에도 손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녹아 있다.

 

지난해 말 손 회장은 ESG 전담조직을 신설한 이후 올해 1월 그룹사 CEO를 위원으로 하는 ‘그룹 ESG경영협의회’를 설치했다. 2월에는 이사회 내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했고, 그룹 ESG 지배구조 체계를 견고히 구축했으며 4월에는 그룹 ‘ESG금융 원칙’을 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2050년까지 그룹 자체의 탄소배출량과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의 제로(Zero)화, 2030년까지 ESG상품·대출·투자 및 ESG채권 발행 등 ESG금융에 100조원 지원을 목표로 한 ‘플랜 제로 100’을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업계의 관심은 손 회장이 남은 임기 중 완전 민영화에 걸맞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수익성, 성장성, 건정성을 모두 도모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로드맵 완료까지 주어진 시간은 1년 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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