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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세무사법으로 드러난 ‘변호사 이기주의’ 이젠 내려놓을 때다

(조세금융신문=이지한 콘텐츠사업담당 상무이사/편집위원) 변호사에게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배제하고 사전 1개월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이번 21대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결됐으나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다시 계류됐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기재위를 통과하기 전날인 15일에는 2018년 이후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한 2017년 12월 개정 세무사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왔다.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더는 무상으로 주지 않는 것이 옳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1일 다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변호사회에서는 위헌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 헌법소원을 제기할 모양새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나온 이유는 2004~2017년에 변호사 자격으로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받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업무 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한 2003년 12월 개정 세무사법의 등록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2018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3년 세무사법이 왜 그렇게 개정됐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부여하는 것에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국회에서도 이런 주장을 세무사법에 담아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를 폐지하고자 하였으나 변호사 업계의 반발로 ‘자격을 주되, 실제 업무는 하지 못하도록’ 하며 세무사 명칭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산업화의 기치를 내걸었던 1961년 4월 세무사 제도가 탄생할 당시만 해도 세무사 자격 보유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변호사, 공인회계사는 물론 계리사, 세무사 고시 합격자, (상법, 회계학, 경영학 등) 석·박사학위 소지자 등에도 세무사 자격을 부여했었다.

 

하지만 1972년 12월 세무사법이 개정되면서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를 제외한 나머지 방식의 자격부여는 폐지됐다. 훗날 2012년부터는 공인회계사의 세무사 자동자격부여도 폐지되고 말았다.

 

변호사협회는 세무사법 개정의 통과를 반대하며 ‘형평성 위배’를 강조하고 있다. 2003년까지의 변호사는 세무사 자격과 함께 등록도 가능하고, 2004~2017년 변호사는 세무사 자격은 있으나 등록이 안 되며, 2018년 이후 변호사는 세무사 자격도 부여받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는 이미 1970년대에 폐지되었어야 할 일이다. 아니 조금 양보해서 2012년 공인회계사에게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가 금지될 때 변호사에게도 함께 적용했어야 했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말이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산업도 고도로 전문화, 세분화하고 있으며, 세무업계도 분야별 전문성을 키우며 발전하고 있다. 50년 전과 같이 세무사가 부족할 때와 현시대를 혼동하면 안 된다.

 

이전에는 변호사가 무상으로 부여받던 세무사 자동자격을 폐지한 것(2018년 이후)이나, 세무사 자격을 무상으로 받은 변호사(2004~2017년)의 세무대리 업무를 일부 제한하는 것은 전문화, 세분화하는 자격사 제도의 발전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2003년 이전으로 회귀하려는 시도는 직역 이기주의이며 기득권을 쥐고 내놓지 않으려는 욕심일 따름이다.

 

21대 국회 법사위는 지난 20대 국회와 같이 세무사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하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법안 통과를 미루거나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 이미 기재위 조세소위에서는 헌재로부터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조정은 입법자의 결정 권한’이라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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