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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 기업, 자진시정안으로 '시간끌기' 꼼수 안 통한다

오기형 의원 '동의의결 신청하면 처분시효 정지' 법안 발의…공정위도 공감

 

(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행위 혐의로 조사를 받던 기업이 자진시정안(동의의결) 제도를 악용해 시간을 끌며 제재를 피하는 꼼수가 앞으로는 통하지 않게 될 전망이다.

29일 국회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오기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이 동의의결을 신청하면 본 사건의 처분시효가 정지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동의의결은 조사 대상 기업이 소비자·거래상대방 피해구제를 위해 자진해 내놓은 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조사 후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등 제재 결정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동의의결은 기업 자진시정으로 소비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업이 동의의결을 신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심사를 통해 해당 기업의 행위가 검찰 고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지, 자진시정안 내용이 과징금 등 예상 제재조치와 균형을 이루는지 등을 살펴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2011년 12월 공정거래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17건의 신청이 들어왔지만, 실제 받아들여진 것은 9건뿐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조사 당시 2천억원 규모 상생지원 계획을 포함한 자진시정안을 내놓으며 동의의결을 신청했으나 검찰 고발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는 이유 등으로 기각당한 바 있다.

개시 이후에도 기업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자진시정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공정위는 동의의결을 취소하고 본 사건 심의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 이처럼 엄격한 절차와 요건에도, 현행 동의의결 제도에는 허점이 있다.

동의의결 절차 진행 중 본 사건 처분시효를 정지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어 기업이 동의의결을 통해 '시간 끌기'를 하며 제재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상 시정조치·과징금은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이 지나면 부과할 수 없다. 기업이 공정위로부터 동의의결 개시 결정을 받은 뒤 결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7년 시효가 끝나버리면 이 기업을 제재할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기업이 동의의결을 신청하면 신청인 및 동일한 사건으로 심의를 받는 다른 당사자의 사건에 대한 처분시효를 정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단 신청인이 동의의결 신청을 취소한 때,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때,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때, 동의의결 이행이 모두 완료된 때, 동의의결이 취소된 때부터 다시 처분시효가 진행되도록 했다. 그간 제도 개선을 검토해온 공정위도 이 법안 취지에 공감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2월 갑질 혐의를 받던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 확정 내용을 발표하면서 "동의의결 신청 후 최종 확정까지 19개월이나 소요됐다"며 "동의의결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공정위는 각종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해왔는데, 그중 처분시효 문제에 대해서는 오 의원의 개정안이 해법이 될 것으로 보고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동의의결 신청 시점을 현재 '최종 심의일 전까지'에서 '심사보고서 발송 후 피심인이 의견서를 제출할 때'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대다수 동의의결 신청이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들어온 점, 동의의결 활성화 취지에 역행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사실상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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