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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경쟁사를 파악하기 전에 선뜻 걸음을 나서지 말라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손자병법》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그야말로 명언 중의 명언이다. 그만큼 ‘적’(경쟁자)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은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그래서 과거나 지금이나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를 ‘틈’(間)을 활용한다는 의미로 《손자병법》에서는 ‘용간(用間)’이라고 한다.

 

최근 성황리에 방영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다.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456명이 목숨을 거는 이 게임은 우리가 어릴 적 순수하게 즐기던 게임이 아니다. 나의 ‘목’(1억 원어치)을 걸기 때문에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다. All or Nothing(전부냐 제로냐)이다. 무엇보다 눈치가 빠르고, 행동이 민첩하고, 두뇌 회전이 빨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단체전에서는 참가자의 능력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다들 머리를 굴린다. ‘쫄려도 편먹기’ 에피소드에서는 단체 줄다리기가 게임 과제였다. 이때 주인공인 456번 성기훈 팀은 노인과 여성이 포함되어 있어서 절대적인 약세였다.

 

하지만 1번 노인의 경험과 노하우, 218번의 엘리트조상우의 과감한 전략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때 만약 이들이 단순히 온 힘을 다해서 줄다리기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자명하다. 당연히 남자팀으로 구성된 상대팀에 끌려가다가 모두 저승길로 갔을 것이다.

 

강자에게도 약점이 있다. 그 빈틈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자’가 꼭 ‘약자’를 이기라는 법은 없다. 강자에게도 빈틈이 있다. 그 틈을 끊임없이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위험한 사고방식은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다. 내가 똑똑하고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무조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자만’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전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그러했다. 이들은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인텔을 메모리 시장에서 몰아냈고, 1980년대에 시장을 평정했다. 일본 업체의 반도체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겼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PC 시장이 도래하면서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제품보다는 원가가 낮은 제품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삼성전자는 신뢰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보다는 원가를 낮추는데 주력했다. 결국 일본 업체의 사업 경쟁력은 점차 떨어지고,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했다.

 

철옹성처럼 보이던 일본 업체도 ‘틈’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갈량은 어땠을까? 그는 ‘삼고초려’를 통한 유비의 간곡한 설득으로 산에서 내려왔다. 이들은 오래된 친구와 같았다. 같이 밥을 먹고, 잠도 자고, 늘 함께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수어지교(水魚之交)를 나누었다. 이런 유비를 지켜보는 관우와 장비의 심정은 복잡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성심성의껏 모시던 큰형님 유비가 제갈량에 홀딱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갈량의 생각은 훨씬 더 복잡했다. 위기(危機)는 먹구름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조조는 곧 대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남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막느냐이다. 유비는 형주 자사 유표의 밑에서 신야라는 작은 고을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가 약한 유표가 과연 조조와 싸울지도 의문이었다. 만약 유표가 항복이라도 한다면 유비는 난처한 입장이었다. 또 다시 도망가든지 아니면 죽기를 각오로 맞서 싸워야 했다.

 

경쟁자의 동향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 때 제갈량은 최대한 냉정하게 경쟁자의 동향을 파악했다.

일단 조조와 손권의 진영에 세작을 보냈다. 조조가 어떤 준비를 하는지, 손권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 알려고 했다.

 

세작이 돌아와서 보고했다. 역시 우려한 대로 조조는 기주(冀州)에 현무지(玄武池)란 못을 만들어서 수군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조조가 강력한 병사를 앞세워서 유표와 손권을 모두 공격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조조는 천하통일의 1순위였던 원소의 세력을 궤멸한 후에 중원(中原)을 정복했다. 물론 원소의 자식들을 모두 제압하기까지는 무려 5년이 더 걸렸지만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형주와 변방인 강동 지역을 병합하면 게임 오버였다. 이 때 제갈량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조조가 남하할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는 바로 파트너 물색이었다. 그 파트너는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유비보다는 스물한 살 어린 손권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면, 그들은 손권의 부하나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자신들을 멋있고 강하게 ‘포지셔닝’(Positioning)해야 무시당하지 않고, 무언가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려면 성과를 보여줘야 했다. 그것은 바로 ‘첫 승리’였다. 조조의 막강한 군대에 맞서서 유비 군대의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제갈량은 조조 군대의 장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만약 병법에 능하고 신중한 장수가 군대를 끌고 온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었다. 다행히(?) 조조는 자신과 가장 친하면서 사촌인 하후돈을 먼저 보냈다. 하지만 조조의 모사인 순욱은 왠지 불안했다. 그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이 깊고 병법에 능한 이전과 우금을 같이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눈에 불을 켠 하후돈을 통제할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박망파에서 유비 군대의 매복에 당해서 참패했다. 천하의 기재였던 순욱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제갈량’의 존재였다.

 

압도적인 기업인 Intel의 CEO였던 앤디 그로브(Andy Grove)는 1996년 출간된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에서 라이벌과의 경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경쟁자들이 두렵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더 효과적으로 또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하는 방법을 찾아내 우리의 고객들을 빼앗아 갈까봐 두렵다.” -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경쟁사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없다. 늘 안테나를 세우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아니면 자칫 백전백패(百戰百敗)가 될 수 있다.

 

[프로필] 나단 작가

•전 대기업 반도체 부서 마케팅 관리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저서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 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가장 위대한 메신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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