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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칼럼] 국세청에도 임인년 새 년(年)이 왔는데...

(조세금융신문=김종규 본지 논설고문 겸 대기자) 새 해가 여지없이 또 왔다. 초청장도 안 보냈는데 용케도 찾아온다. 자연의 섭리다.

 

임인년(壬寅年) 새 해는 검은 호랑이띠의 해이다. 독립심이 강하고 정직 솔직하며 용감하고 도전적이어서 뉴 프런티어 정신이 강한 호랑이의 해이다. 우는 아이 울음을 그치게 할 만큼 동물 중의 동물로 이름을 떨친 호랑이. 검은 호랑이띠인 새 해를 맞았다.

 

각계각층에서는 저마다 처한 입장이 달라서 새 해를 맞는 감회가 천차만별이겠지만 정녕코 묵은 한 해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아쉬움은 백지 한 장 차이지 싶다.

 

신축년 새 해 새아침에 맘먹고 당차게 세운 신년 설계가 작심삼일 늦가을 낙엽처럼 내동댕이쳐져 버리지나 않았는지 한 가득 짠하다.

 

“헌 년(年)은 가고 새 년(年)이 왔어요” 어느 선교사가 주일학교 신년 축하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틀린 단어는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년 자보다는 해 자’로 표현하는 방법이 일상일 것 같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가는 해와 오는 해’를 해학적으로 풀어 사용할 수 있는 한글의 오묘한 맛에 더 감동한다.

 

어쨌거나, 임인년 새 해가 턱밑까지 들이 닥친 이 시점에서 올 연말을 살짝 되짚어보면 ‘과반의 성적표’에 턱걸이 수준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국세청 성적표도 그 또한 별반 다를 게 없지 싶다. 2년차 코로나19에 파묻혀 ‘지원세정 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이다. 납기 때마다 평균 3개월 이상씩 납부연장이나 징수유예를 밥 퍼주듯이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세정을 외면하긴 힘들다.

 

칼 같은 세무조사 집도가 무뎌졌다는 느낌이 짐짓 새삼스러울 리 없고 조사건수와 기준을 묶어 놓고 위드 코로나와 함께 간다고 옴짝달싹못하게 대못 쳐놓고 있으니, 세수마감 연말비상대책이 표류해도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올 초과세수가 19조원에 이른다고 전망할 만큼 ‘세수만선’이다. 일찍이 연말세수 마감시간을 놓고 밤잠을 설쳤던 그 때 그 시절을 한낱 미화된 추억으로만 넘기기에는 애달픈 곡절이 너무 많다.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될 만큼 세정협의회 존폐문제 등과 같은 세무관서 위원회 존치 실효성 문제가 검토대상으로 떠오를 만하다. 아마도 납세자들의 목소리가 높은 현실을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징표라고 볼 수 있겠다.

 

기관장의 엄숙함이 관리능력 부족으로 그 품위가 땅에 떨어진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재량권 남용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당할 만큼 아직도 인정과세의 잔재가 곳곳에 기생하고 있는 듯해서 정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정기 승진 때나 전보인사 철에는 악재가 활개 친다. 행시출신은 행시대로, 세대출신은 세대대로, 일반공채출신은 공채대로 국세청을 구성하는 소중한 인력 축이다. 성별 간, 임용별, 지역별 그리고 직급별로 조화롭고 균형 잡힌 인사행정이 필요한 이유다.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의 명퇴결정은 제2의 인생 길 찾기라는 대의명분을 가슴에 담기 마련이다. 어느 명퇴 고위직은 “미처 예견하지 못한 풍랑을 빗겨가야 할 풍파가 휘호리치기도 했었다”고 회고한다. 명퇴의 잔설이 그냥 상고대로 피어난 듯한 여운을 남긴다.

 

2022년 임인년 새 해, 조세수입의 만선을 열망하는 재정역군들의 심경은 하나 일게다.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말이다.

 

끝은 시작이라 했던가. 임인년 새 해를 맞은 국세청은 그래서 또 다시 새롭다. 아니, 결코 새로워져야 한다.

 

세수를 위한 국세청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세청으로 거듭 나야하기 때문이다. 환골탈태 ‘원 팀’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국세청답지 않은 흐트러진 세정은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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