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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KB금융勞, ‘노조추천 이사제’ 5번째 시도…이유 있는 도전?

해외 사업 전문가 김영수 후보 추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민간 금융기관도 변화해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올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현실화 되면서 금융공기관들이 일제히 준비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KB금융이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에 민간 금융권에서도 노조추천 이사제가 도입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KB금융노조는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가 희망하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한다는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KB금융노조가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을 사측에 요구한 것은 이로써 다섯 번째가 된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번에 걸친 시도가 있었으나 주주총회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KB금융노조측은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운영법이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며 “민간 금융기관에도 이 같은 변화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 또 도전

“김영수, 고전중인 해외사업에 필요한 인물”

 

현재 KB금융노조가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인물은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 수출입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한 김영수 후보다.

 

그는 해외사업 투자 및 리스크 관리 업무를 해온 해외 사업 전문가로, KB금융노조는 그가 KB금융이 꾸준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분야인 해외사업부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이 2008년 9392억원을 투입해 매입한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은 1조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2020년 다시 한번 1조원 가까운 투자금을 들여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지난 해에는 1000억원이 넘는 적자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KB금융노조는 “경쟁사가 해외사업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에 합류시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KB금융에는 경영진의 결정을 보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영수 후보는 해당 분야에 대한 오랜 노하우와 탁월한 식견으로 과거의 실패와 미진한 성과로 드러난 KB금융의 해외사업에 대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또 “노조가 다시 한 번 주주제안에 나서는 것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경영참여의 목적이 아닌 단지 주주이자 직원의 대표로서 KB금융이 해외사업에서의 약점을 보완해 진정한 글로벌 금융사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라며 “진정으로 회사의 발전을 위하는 이번 주주제안이 알수도 없는 절차와 기준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사회가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다시 무산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 측은 부코핀 인수가 이사진들의 전문성과는 인과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부코핀은행 인수는 적정한 가격의 중위권 은행을 인수해 굿뱅크로 전환하는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방향에 기반한 것으로 이사진의 구성과 전문성과는 인과관계가 없는 사안이다”라며 “부코핀은행의 경우 현지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이 다소 감소했으나, KB국민은행의 증자 참여를 바탕으로 신규고객 확보, 자산 양질화, IT인프라 개선 등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사회 내에는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금융, 재무 분야의 글로벌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고, 특히 미국 국적의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역임한 솔로몬 이사는 해외와 국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주요 자문과 해외 주주대상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KB금융 노조측의 재반박이 이어졌다.

 

KB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타 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를 분야별로 앉히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환경전문가, 법률전문가, 재무전문가, 해외투자전문가 등이다. 그런 측면에서 KB금융의 사외이사에도 분야별로 필요한 사람이 와야하고, 그중에도 해외투자에 도움이 될만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미국 월가나 해외 출신이 중요한게 아니다. 실제 필요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출 인물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KB금융지주 이사회측이 예로 든 솔로몬 이사는 임기가 한 달 뒤면 끝나는데,  임기가 한 달 남은 사람을 예로들며 노조측 의견에 반박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민간으로 확대될까

“경영투명성 높여” vs “대립적 노사관계…경영 부작용”

 

최근 금융권의 관심은 국회가 지난해 11일 본회의를 통해 통과시킨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있다.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 영역에도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 확산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KB노조는 물론 국책은행 노조들이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노동이사제 도입 관련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는 점은 노조추천 사외이사 도입 확산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사회 감시 기능을 강화해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순기능도 있으나, 대립적 노사 관계가 이사회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경영 부작용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란 근로자 대표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고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다.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공공기관은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등 총 5곳이다. 이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 기타공공기관은 제외됐다.

 

앞서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노조 추천 이사를 선임했다. 비슷한 시기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노조 측도 사외이사 추천을 시도했으나 선임으로는 이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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