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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직사회는 소통 안 될 때 소통을 내세운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누군가를 장관이니 청장이니 앉힐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지명자가 소통이 장기라더라, 귄위가 없다더라, 격의 없이 말한다더라.’

 

그 사람이 소통을 잘하는 지 알려면 그 사람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목소리에 어떻게 반응 하는 지를 보면 안다.

 

내 말 뜻 모르냐며 윽박지르거나 겉으로 내색은 안 하지만, 다른 말은 못 받아들이겠다고 고개 돌려버리는 사람, 또 그런 사람들하고만 어울린다면 그 사람은 그냥 소통과 인연이 없다.

 

막말 좀 했다고 꼬투리 잡을 건 아니다. 다만, 막말을 통해 보내는 메시지가 다른 사람들 보고 경계하라는 게 아니라 '너 좀 사라져라' 식의 개인적 보복심리라면 답이 없다.

 

그것이 직급이나 권위와 교합한다면 ‘국민은 개돼지’란 의식은 ‘하급 직원은 개돼지’란 의식과 도치된다.

 

소통, 존중이 뭔 놈의 도덕 원리여서 떠받들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부하들을 존중하고 아끼는 지휘관이야말로 더 잔인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부하들로 하여금 진심으로 총탄 빗발치는 전선에 몸을 내던질 수 있게 하니까.

 

조직은 늘 위기를 맞이할 때가 있고, 그럴 때면 누군가의 헌신을 요구하게 된다. 그럴 때 어떤 힘으로 조직을 움직일 것인가. 그것은 지휘관의 몫이다.

 

경례는 계급에 한다.

 

하지만 사람을 따르게 하는 것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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