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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그림자금융의 민낯…“규제 만든다고 혁신성 죽지 않아”

금융硏, ‘디지털 금융에 대한 규제원칙과 빅테크 금융규제 방안 구상’ 세미나 개최
기능적 측면서 은행과 같은데…규제는 왜 없나
은행, 규제 완화로 플랫폼 사업하면 시장지배력 줄여줄 가능성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빅테크의 금융 활동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디지털금융의 발전을 위해선 금융혁신과 금융안정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 만큼 빅테크 대상 미시, 거시, 공정경쟁,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이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규제가 도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간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바탕으로 가입자를 늘리고 자사 IT기술을 활용해 전자상거래, 금융, 네트워크 등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독점 우려가 제기되면서 각 국가별로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중구 은행회관에서 ‘디지털 금융에 대한 규제원칙과 빅테크 금융규제 방안 구상’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핀테크와 빅테크의 확대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금융 사업 형태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금융거래에 편리성을 주지만, 반면 시장 지배력 강화와 금융거래의 불안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와 빅테크의) 플랫폼 시장 지배가 공정 경쟁을 헤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규제 도입을 서두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로 디지털 금융에 대한 규제 원칙과 빅테크 금융 활동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디지털 금융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이슈들을 모두 다룰 순 없겠지만, 세미나를 통해 관련 이슈들이 자유롭게 논의되길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 금융 혁신과 안정 차원서 규제 도입 필요성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는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먼저 핀테크와 빅테크 대상 규제 도입 필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금융안정위원회(FSB) 등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은 이미 선제적으로 도입했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 선진국의 경우 빅테크의 금융 참여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빅테크의 금융 참여가 글로벌 차원에서 가장 높은 경우에 해당됐다. 그런 만큼 바람직한 규제원칙을 세우고, 규제방안을 구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 시점이 됐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빅테크는 왜 규제돼야 할까.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금융 효율성과 금융포용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빅테크의 시장 지백적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규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마이클 쉬(Michael Hus) 미국 통화감독청(OCC) 청장의 발언을 인용해 “역사적으로 볼 때 규제되지 않는 금융 행위가 위기를 야기했다. 규제 밖에서 은행의 예금, 지급, 결제 서비스하고 있지만 이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빅테크에 대한 규제 미비는 향후 금융시장 전반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문제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법적 형식, 상품의 종류, 경제적 기능을 충족하면 은행이다. 가장 근간이 되는 게 경제적 기능인데 빅테크 예치금을 예로 들면 상품과 경제적 기능의 측면에서 은행 정의에 부합한다”며 “빅테크의 금융중개기능 서비스를 살펴보면, 밖에서 서비스를 플러그인 하듯이 취하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시스템 차원에서 그림자 금융과 매우 유사하다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빅테크의 부정적 효과를 억제하는 방식의 규제를 만들기 위해선 미시적, 거시적 차원에서의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시적 차원으로는 자본금 규제와 자산건전성 규제, 소유지배 규제 등이 해당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 빅테크가 은행인허가를 받을 때 자본금 규제를 은행에 준하는 수준으로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거시적 차원으로는 빅테크가 시스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소형 핀테크가 가장 위험 요인이 낮고, 빅테크가 위험 요인이 가장 높다고 봤다.

 

현재의 빅테크 관련 금융규제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미시적 측면의 은행 인허가 부분에만 그쳐있다. 특히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에 대해선 규제가 미비하다. 그림자 금융이란 일반적으로 은행시스템 밖에서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 시스템을 말한다.

 

 

◇ 은행, 위기 타파위해 현상유지 또는 규제 완화

 

빅테크가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 은행은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을까.

 

김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입장에서 세 가지의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지금도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혁신을 하고 있는 만큼 현상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 은행에 지금까지 부과됐던 모든 규제를 상당 부분 완화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다. 다만 자본금, 유동성, 소비자 보호에 대한 부분을 어디까지 완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올 가능성은 존재한다.

 

동시에 빅테크와의 데이터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핀테크 기술을 은행 안으로 가져와 스스로 기술을 채택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핀테크와 빅테크의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의 글로벌 추세이기도 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가 플랫폼을 통해 핵심적 비금용 서비스와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은행에 플랫폼 사업을 주는 방법도 있다. 멀티 호밍(Multi Homing)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지배적 플랫폼에 대항하는 경쟁 플랫폼이 생길 수 있으므로 플랫폼의 과도한 지배력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 안으로 들이면 핀, 빅테크의 혁신성이 죽는거 아니냐고 하는데 규제밖의 혁신성을 인정할거냐, 규제 안으로 들이고 혁신성을 낮출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디지털금융 발전 과정에 창조와 분산과 채택의 과정이 있다면 창조는 지났고 이제 분산과 채택이 현재 과정이라고 한다면, 핀테크를 규제로 들이는 게 치명적이진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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