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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의회, 그린택소노미에 원자력과 천연가스 조건부 포함…국내 비상

고준위 폐기물 처분시설, 사고 저위험연료 개발 등 난제 곳곳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유럽연합(EU) 의회가 6일(현지시간)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조건부로 친환경 투자기준인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했다.

 

원자력과 가스가 2050년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일종의 과도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경제성을 주된 이유로 원전 확대를 추진하려 하고 있지만, 크게 제동이 걸렸다.

 

원전의 경우 엄격한 택소노미 조건에 맞추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날 EU의회에서 통과된 보완기후위임법 중 원전 내용을 보면 ▲안전기준 강화, 폐기물 최소화, 연구·혁신을 장려하는 폐쇄형 연료주기기술 개발이 나와 있다.

 

폐쇄형 핵연료주기는 다 쓴 핵연료를 녹여서 다시 쓰는 재처리 기술인데 녹이는 과정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핵무기를 만드는 재료가 나오기에 미국에서 허가를 안 내준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보유했거나 보유했던 나라는 프랑스, 영국, 러시아, 일본, 인도, 서독, 벨기에, 이탈리아, 중국 정도다.

 

한국은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개발해 플루토늄를 만들어내지 않고, 사용 후 핵연료 부피를 줄여 보려 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미국 원전당국이 파이로프로세싱의 연구결과보고서를 승인해주긴 했다. 그러나 해서 된다는 타당성이 확실하다는 보고서는 없다.

 

이외에도 ▲2045년 전 건설 허가 신규 원전에 기존 최고 기술 적용하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비용이 오르는 조항이다. ▲2040년까지 기존 원자력 시설의 수명 연장을 위한 수정·개선 작업을 할 것도 나와 있다.

 

하지만 더 곤란한 건 다른 전제조건이다.

 

2025년까지 기존 원전과 제3세대 신규 원전에 사고저항성 핵연료(ATF·accident-tolerant fuel)를 사용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같은 7등급 사고가 나도 방사성 물질 누출량을 최소화하거나 지연시키는 기술 아직 상용화 단계 기술이 아니다. 미국은 2025년, 일본은 2040년 말을 하고는 있지만, 한국이 ATF를 도입한다고 할 때 얼마나 더 걸릴지 예단하기 어렵다.

 

모든 원전에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을 위해 운영 가능한 처분시설을 갖춰야 하고, 2050년까지 고준위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분장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

 

한국은 지금 방폐장 상황으로는 택소노미와 무관하게 2031년이면 핵폐기물을 더 집어 넣을 곳이 없어 문닫는 원전이 생길 수 있다. 고리, 한빛, 한울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방폐장 문제로 1980년대부터 논의를 했지만, 말 그대로 논의만 했을 뿐 무엇 하나 진전된 바가 없다. 주민 반대로 설치계획이 엎어졌고, 이명박 정부부터는 공론화하는 시늉만 내고 슬금슬금 다음 정부로 일을 미뤘다.

 

고준위폐기물 처리장의 경우 스웨덴과 핀란드만 보유하고 있는데 부지부터 건설까지 30년이 걸렸으며, 유럽 최대 원전국가인 프랑스조차 아직 진단 중이고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돼도 약 20~30년 정도 지나야 처리시설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한국은 아직 고준위폐기물 영구 처분시설 부지도 확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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