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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직장이야기] 기성세대 vs MZ세대

(조세금융신문=이소연 작가) 나는 98년생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은 기업을 운영하셨다.

 

내가 7살이 되던 무렵, 엄마는 이제 아파트를 떠나 이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벽지에 얼룩덜룩 그려 넣은 낙서들이 가득한 집을 떠나는 게 아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새로 지어지는 집을 처음 봤을 때 기대에 차 엄마 귀에 속삭였다. “엄마 여기 벽에는 낙서하지 않을게!”

 

나는 우리 집이 좋았다. 1층과 2층 사이 연결된 작지만 멋진 화물 트레이나(그때는 그게 엘리베이터 같았다.), 넓게 마련된 사무실들이나(운동장처럼 넓다고 생각했다.), 밝고 열정적인 엄마 아빠의 얼굴이 좋았다. 맞다. 우리 집은 1, 2층은 회사, 3층은 가정집이다.

 

이 집에 18년을 살며 여러 직원들의 입 퇴사, 업의 변경, 기업 내부 문화의 변화를 직접 봐왔다. 10살도 안 되었던 나는 점심 때마다 부모님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가끔은 회식을 따라가기도 했다. 거기서는 모두 웃고 즐기고 잔을 높이 들고 소리를 질렀다. “건배!” 어린 나는 마냥 신이 났다. 노래방에서 ‘마법의 성’을 부르며 약간은 취한 직원들 사이에서 율동을 추기도 했다.

 

많은 직원이 스쳐 갔지만 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는 것을 모두 지켜본 직원분도 있었다. 가끔 마주치면 이렇게나 컸느냐고 매번 놀라는 모습에 쑥스럽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7살부터 직장이라는 곳에 눌러앉아 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2000년대 후반 직장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성장하고, 2016년에 이르러서 직접적으로 체험한 것이다.

 

19살의 나이로 직장에 들어갔다. 사회라는 곳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세대가 급변하는 시기와 맞물려있었다.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분위기와, 6년이 지난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짧다고 느껴지는 6년 사이에 이제는 익숙한 직장 내 괴롭힘, 꼰대, MZ세대 라는 단어의 등장과 더불어 공과 사 분리의 중요성, 개인의 발전과 회사 내의 명성의 분명한 경계선, 수평적 조직문화 개선, 세대갈등 개선 교육 등 기업 내에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MZ세대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7년도부터 시작된 벌크 채용으로 대거 유입된 신입사원들은 기득권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는 세간의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여기서 언급하는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개인의 성장을 중요시하고, 디지털 제품에 능숙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주 많은 분야(소비 트렌드 등)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의 위력이 직장 내에서도 발휘된 것이다.

 

MZ세대라는 말은 내 나이 또래 직장인들의 행동이 기성세대의 의견과 충돌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신입직원과, 아직은 스테디셀러인 기성세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나는 그 가운데에서 혼란스럽다. 분명 MZ세대인데, 뭔가 모르게 기성세대가 하는 말이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MZ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떨 때는 기성세대와 같이 행동하지만, 어떨 때는 누구보다 MZ세대 답게 행동하곤 한다. 누구든 둘 중 누군가가 정확히 ‘맞다’고 말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두 세대가 모두 이해가 간다.

 

2000년 후반의 간접적인 직장 체험, 그리고 2016년 이후의 직장생활은 나를 MZ와 기성세대 그 가운데에 있게 한 것일까. 앞으로의 이야기는 그 혼란스러운 MZ세대의 직장생활을 적는다. 자잘하고 다양한 갈등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이겨내는 그런 이야기이다.

 

 

[프로필] 이 소 연

• 만 24세

• 고졸(대학 재학중)

• 공기업 사무직

• 브런치 작가 활동, 직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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