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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청년 빚투 탕감 정책에 휘청이는 尹 정부 ‘공정과 상식’

(조세금융신문=이지한 상무이사/편집위원)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 14일 내놓은 청년 채무 탕감 정책에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일명 ‘청년 특례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이번 정책은 청년층의 채무 이자를 최대 50% 탕감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청년층에게 이자 감면, 상환 유예 등을 지원해 신속한 회생과 재기를 돕기 위해 마련됐으며, 신용회복위원회에서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의 저신용 청년에게 이자의 30~50%를 감면하고, 3년까지 원금상환을 유예하며 해당 기간의 대출이자율을 3.25%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는 “최대 4만 8000명이 1인당 141만~263만원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2030세대의 재기를 빨리 마련해 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나중에 부담해야 할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부의 설명에도 성실하게 대출을 갚아온 청년층은 물론 전 연령층의 반발이 드세다. 채무 탕감의 대상이 되는 청년층의 경우 이른바 빚투족이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빚내서 투자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지 이를 사회로 돌리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연일 폭락하고 있다. 검찰 출신으로 도배된 정부 내각 구성이나 일명 비선으로 불리는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문제, 경제 대응 미흡으로 드러나는 자질 논란과 물가고 등이 겹치면서 尹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어디까지 떨어질지 알 수 없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지지율에 대해 일희일비 안 한다”라는 대통령실의 반응은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 전 정부에 대한 색깔론 씌우기 프레임은 먹혀들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냈던 보수층과 노년 층의 이탈마저 가속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尹 정부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지난 정부에서 빚어졌던 ‘특혜’가 사라지고 ‘공정’한 사회로 변화하기를 열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채 두 달이 되지 않아 무너지고 말았다. 현 정부에 더 이상 ‘공정’을 바랄 수 없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이번 정부의 청년 채무 탕감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빚투족 등 일부에게만 특혜를 주는 정책으로 결코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신용회복이나 개인회생 등 기존의 신용불량자 구제정책은 빚을 갚다가 더 이상 갚을 수 없는 상태가 될 때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빚을 갚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어도 이자를 최대 50% 감면하고, 이자율도 시중 대출금리 5%에 훨씬 못 미치는 3.25%로 적용하기로 했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정책은 결코 공정할 수 없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제16대 대통령으로 재취임하면서 “누구에게도 악의(malice)로 대 하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관용(charity)을 베풀라”고 연설했다. 이 연설문은 민주주의를 정의한 게티즈버그 연설(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만큼이나 큰 반향을 불러왔 고, 남북전쟁으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편 가르기식 정치와 분열된 여론은 모두에게 고통이다. 공정과 상식은 더 이상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현 정부가 다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정책을 내놓고 이를 올바르게 집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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