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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직장 폐업 후 부당해고 구제 신청…대법 "노동자 보호 못 받아"

재판부 "정년 도래·폐업으로 근로자 지위 소멸…구제 신청 이익 없어"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기 전에 정년이 됐거나 사업장이 폐업됐다면, 법적인 근로자의 지위가 사라진 것이므로 부당해고 구제 명령을 받아낼 이익도 없다'는 첫 판례를 남겼다.

 

2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군부대 미용사로 일한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손을 든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8월 육군 B사단에 간부 이발소를 열기로 하고 사단장과 1년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했는데, 2016년 8월까지 두 차례 갱신된 뒤 무기한 근로계약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2018년 4월 B사단 측은 이발소의 수익성이 악화해 폐쇄한다며 A씨를 해고한 뒤 5월 말 이발소 문을 닫았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사업장이 없어져 구제의 이익이 소멸했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같은 이유로 재심 신청을 기각하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노동자가 노동당국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해 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 정년을 맞거나 사업장이 사라져 근로관계를 회복시킬 수 없는 경우라도 구제 신청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노동자가 부당해고 시점부터 정년이나 폐업 때까지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고, 때에 따라 해고 무효 소송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과 별개로 노동당국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면 강제성 있는 구제 명령도 받아낼 수 있다.

 

따라서 '구제 신청 이후' 해고됐다면 정년이 도래하거나 사업장이 없어졌다고 해도 노동자에게 노동 당국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는 줘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였다.

 

A씨 재판의 쟁점은 노동당국 구제 신청이 있기 전 이발소가 폐업된 상태에서도 이런 법리가 적용돼 부당해고 구제 명령 신청의 이익이 인정되는지였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구제의 이익이 존재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판결을 파기했다.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기 전에 정년의 도래나 폐업 등의 이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됐다면, 법적으로 근로자 지위가 소멸한 것이므로 노동위원회 구제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원심(2심)은 폐업 시기가 A씨의 구제 신청일 전인지를 심리해 소송의 이익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구제 명령을 받을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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