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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국만 바라보는 ‘반도체 동맹’ 표현 안써”…’펩4 동맹’ 프레임 경계

— 대만도 반도체가 양안관계 핵심 변수…”중국이 우리 무시 못하고 우리도 조심”
— 중국에 반도체 수출 60% 넘는 한국, 균형적 통상정책 불가피…”언론이 몰아가”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자면서 자국의 관련 법까지 고치고 대만과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을 적극 설득하고 있지만, 이해당사국들은 겉으로 보이는 태도와는 달리 쉽게 미국의 제안에 응할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비중이 60%를 넘어 미국이 사실상 중국과 거래를 중단하고 중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갖춰 나가자는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이라는 지적이다.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문한 4일 국회에서 만난 한 대만 국적의 외신기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최대 반도체 회사 TSMC 회장이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로부터 반도체 조달을 크게 의존하는 중국이 (펠로시 대만 방문 등 외교안보적 문제로) 대만 정부에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러고 밝혔고, 대만도 중국에 무작정 맞설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이 ‘펩4’라고 부르는 반도체 공급망 주도 움직임에 대해 “동맹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논의하고 토론하는 협의체 정도로 보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칩4에 가입 안 할거냐”는 식으로 정부를 닥달하는 태도를 보이자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모양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4일 기자간담회에서 “팹4 관련 현재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업계 의견이나 여러 상황들, 정부 부처 간 논의를 통해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소속이 된 안철수 의원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하면서 가입을 사실상 촉구했지만,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의존도를 무시하고 무작정 그런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실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이날 “펠로시 의장 행보로 미중 갈등 격화가 되는데, ‘펩4(칩4) 동맹’에 가입하는지”를 묻는 출입 기자질문에 “우선 칩4 동맹이라는 말은 쓰지 않고 ‘반도체협의’ 정도로 표한할 것”이라며 “어떤 협의체를 통해서 협력 방안을 얘기할 것인지는 아직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언제 만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것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를 포함해서 대만, 반도체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가진 국가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그런 의미에서 혼자 등을 돌리고 따로 구상하기보다는 무엇이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나라들이 어떤 곳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서로 알고 교환도 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우리의 반도체 미래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때문에 중국과도 중국과 맞는 맞춤형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지속할 것이고, 또 미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와의 반도체 협력체 논의에도 참가를 할 것”이라며 “그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차차 논의를 할 예정이며, 누가 누구를 배제하는 반도체 동맹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만 바라보고 우리가 반도체 공급망, 인도‧태평양을 얘기하기보다는 중국과 미국, 그리고 앞으로는 또 일본, 한반도, 모든 외교 관계가 갈등 제로의 상태에서 별개로 진행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전략과 목표에 따라서 충분히 긴밀한 입체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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