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목록

[이슈체크] 금감원, DLF 소송 상고심행…핵심은 ‘감독규정 별표2’

금감원, 최근 법무부에 DLF 소송 대법 상고 의견 전달
라임펀드 등 부실펀드 판매 의사결정은 미뤄질 듯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를 둘러싼 법정공방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대법원 상고로 가닥을 잡고 법무부와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손 회장이 2년간 진행중인 DLF 중징계 취소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상고로 방향을 정하고 법무부에 이를 전달한 것으로 11일 확인된다.

 

금감원은 앞선 1심과 2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 재판부가 일부 금감원의 제재 실효성을 인정했으므로 상고심까지 가볼 여지가 있다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금감원 입장에선 이번에 상고를 진행하지 않아 판례가 남는다면, 향후 동일한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징계 수위를 낮춰달라며 줄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DLF는 금리, 환율, 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19년 해당 국가들의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 8000억원 어치 가량을 판매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지난해 1월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 규정을 부실하게 만들었다고 판단, 손 회장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내렸다.

 

금융사 임원이 이같은 중징계를 받게 되면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이 제한되고 금융기관에 3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해 3월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그 결과 손 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이겼다.

 

당시 재판부는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의 경우 내부통제 기준이 되는 규정을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해서 제재를 가할 근거는 없다고 판시했다.

 

2심에서도 재판부는 손 회장에 대한 징계 사유 5가지가 모두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위반 사실에 관한 처분 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 금감원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 미묘하게 다른 1심‧2심 판결…내부통제가 관건

 

다만 1심과 2심 판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 항목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1심 재판부의 경우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지녔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제제할 수 없다고 봤고, 2심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준수할 의무까지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2심 재판부가 내부통제 마련 의무의 ‘실효성’ 여부를 판단해줄 핵심 기준인 ‘금융사지배구조법 감독규정 별표2’를 인정한 것이다.

 

지배구조법 제24조와 시행령 제19조1항을에서 금융회사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세부 기준은 감독규정 제11조 및 ‘별표2’와 ‘별표3’에서 확인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나 2심 재판부는 별표2에서 정한 기준을 위반하면 지배구조법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런 만큼 금감원 상고 시 쟁점은 1·2심과 동일하게 내부 통제 기준 마련의 실효성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실세 금감원장 행보에 금융위는 심경 복잡

 

금감원 내에서 손 회장을 상대로 상고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확고한 상황인데 이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 수장으로 취임한 후 계속해서 규제 완화와 감독, 검사 행정 개선을 강조해왔으나 금감원장의 강경 행보에 약속 이행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금감원과 손 회장 간 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라임펀드 등 다른 부실펀드 사태에 대한 의사결정이 미뤄지게 된 상황도 금융위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금감원이 상고한다면 일단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인데 이후 라임펀드 등 부실펀드 사태에 대한 일정도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