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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런던 일정 분석해보니 ‘조문 지각’ 또는 ‘소통 미비’

오후 3~4시 공항 도착, 저녁만찬은 6시, 공항에서 만찬장까지 60km
만찬 후 참배 못 한 것 영국 측 제안이라며 ‘떠넘기기’
‘늦은 도착’ 늑장이었나, 영국 측 배려 부족이었나…대통령실 해명 없어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런던 현지시각 19일 오전 6시 30분(한국시각 19일 오후 2시 30분)까지 진행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조문(Lying-in-State)은 고인을 직접 뵙고 예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각국 정상들은 별도의 장례식이 있음에도 예의와 성의를 보이는 의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모셔져 있는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았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일본 나루히토 국왕, 중국 왕치산 국가부주석도 조문에 나섰으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일반 시민들 사이로 직접 걸어서 빈소를 방문했다.

 

대통령실은 출발 전 서방 측과 조문 외교를 한다고 이번 런던 방문을 소개했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참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조문하지 못했다. 런던 도착 시간 자체가 늦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공군 1호기가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한 건 현지시각 18일 오후 3~4시였다. 그리고 찰스 3세와의 저녁 만찬이 오후 6시 버킹엄 궁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공항 도착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 한 말은 애매했다.

 

“영국군의 6·25 참전 기념비 헌화, 웨스터민스터 홀 참배, 찰스 3세 영국 국왕 주재 리셉션 세 개를 고려했으나, 런던 교통 상황을 이유로 세 개를 다 할 수 있을지, 두 개만 할 수 있을지 정확하지 않다.”

 

얼핏 보기에도 가능한 일정이 아니었다.

 

공항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치된 웨스터민스터 홀까지 육로로 64km나 되고, 웨스터민스터 홀에서 버킹엄 궁까지 1km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각국 정상들과 참배객으로 북적이는 런던 한복판에서, 겨우 두 시간으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참배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해명은 다음과 같다.

 

“어제 이른 오후까지 도착한 정상은 조문할 수 있었고, 런던의 복잡한 상황으로 (18일) 오후 2~3시 이후 도착한 정상은 오늘로 조문록 작성이 안내됐다.”

 

하지만 영국 정부‧왕실에서는 참배(Lying-in-State) 종료 시간을 19일 6시 30분으로 명시해두고 있었고, 만찬이 열리는 버킹엄 궁에서 빈소가 차려진 웨스터민스터 홀까지 불과 1km도 안 됐다.

 

 

 

물론 줄 서서 기다려야 하고, 시차 적응이나 만찬 후 피로함 등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리한 일정이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

 

80세 고령인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참배를 위해 17일 늦은 밤에 런던에 도착했다. 심지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차 사용, 도로‧인원 통제 등 각종 혜택을 받았음에도 일찍 도착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버킹엄궁 저녁 만찬에 참석한 후 별도의 일정 없이 다음날 오전 11시 장례식 일정에 맞춰 이동했다.

 

 

◇ ‘도착시간’ 영국 측과 소통 없었나

 

윤석열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참배와 저녁 만찬 일정까지 모두 소화할 예정이었다면 18일 오후 2~3시 이전에 도착했어야만 했다.

 

영국 정부는 앞서 각국 정상들에게 되도록 전용기 말고 일반 여객기를 이용하라고 권고했는데 런던 하늘 길은 각국에서 몰려든 비행기로 항공 관제가 어려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용기 이동을 선택한 만큼 영국 측과 치밀하게 공항 도착시간을 맞춰어야 했다.

 

런던 교통상황을 사전에 파악해 동선과 일정을 짜지 못했고, 그러면서 18일 버킹엄궁 만찬 2시간여 전에야 도착했다는 것은 대통령실 또는 영국 측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우리 측이 일찍 가고 싶었는데도 영국 측이 불허해서 늦게 간 건지 아니면 별도의 이유가 있어 늦게 출발한 것인지 해명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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