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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대법 "비리로 승진하고 하는 일 그대로면 오른 월급 반납"

"비리 적발돼 승진 무효 처리됐다면 임금 상승분, 원인 없이 지급된 돈"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은 '법인 직원이 승진 뒤 업무 차이가 크지 않고 그 승진마저 무효가 됐다면 그간의 임금 상승분을 사용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A씨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소속 법인에서 근무하던 A씨 등은 2003∼2011년 시행된 승진시험에 합격해 직급을 올렸는데, 이 시험은 농어촌공사가 외부 업체에 의뢰한 것이었다.

 

문제는 A씨 등 일부 직원이 사전에 외부 업체에 돈을 주고 시험 문제와 답을 미리 받았다는 점이다.

 

농어촌공사는 이 사실을 확인하고 승진 발령을 취소한 뒤 A씨 등이 승진일부터 승진 취소일까지 받아 간 급여 상승분을 반환해야 한다며 2015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농어촌공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쨌든 A씨 등은 승진된 직급의 업무를 수행했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았으니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 등이 승진 전후로 한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달라졌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승진 전후 직급에 따라 수행한 업무에 차이가 생기고 그 대가로 임금이 지급됐다면, 설령 승진 발령이 무효가 되더라도 사용자가 임금 상승분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승진 전후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고, 단지 직급 상승만을 이유로 임금이 상승했다면 근로자는 그 임금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며 "승진이 무효인 이상 그 이득은 근로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승진 전후 근로의 가치'에 차이가 있는지를 따지려면 업무 내용과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승진이 무효가 될 경우, 임금 상승분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최초로 명확히 제시했다"며 "향후 유사 쟁점에 관한 하급심 판단에서 지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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