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대법원이 '여러 국가에 해외사업장을 둔 한국 기업의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를 계산할 때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국가의 소득에서 비율에 따라 나눠 차감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LG화학이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경정거부처분취소 소송(2026두30340)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6월 25일 확정했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도 현대건설이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2026두30552)도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6월 24일 확정했다.
소송의 쟁점은 2개 이상 국가에 국외사업장을 둔 내국법인의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를 계산할 때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결손금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외국납부세액 공제란, 한국 회사가 해외에서 번 돈에 대해 외국과 한국에서 두 번 세금을 내게 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에 낸 세금을 한국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다만 무한정 공제해줄 경우 외국에 세금을 많이 낸 회사는 그 초과분으로 국내에서 번 소득에 대한 세금까지 공제될 수 있으므로, 외국에서 번 소득에 대응하는 만큼만 공제해준다. 즉, 공제한도는 '(전체산출세액)X(그 나라의 원천소득/전체 과세표준)'이 된다.
문제는 LG화학이나 현대건설과 같이 여러 나라에 사업장이 있고, 그 중 어느 나라에서 결손이 발생한 경우 국가별 공제한도를 어떻게 계산하는지였다.
LG화학과 현대건설은 특정 국가의 결손금은 해당 국가의 소득에만 반영해야 하고 다른 국가의 국외원천소득에 반영·차감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2018 사업연도에 미국에서 결손금이 발생했는데, 이를 다른 국가 소득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그만큼 다른 국가의 국외원천소득이 크게 잡혀 공제한도가 커지게 된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해당 결손금을 각국 소득액에서 국가별 소득액 비율에 따라 나눠 차감하는 방식을 취했다.
예컨대 A국에서 결손금 100억원이 발생하고 B·C국에서 각각 500억원·300억원, 국내에서 200억원의 소득이 발생했다면, A국 결손금 100억원을 B·C국 국외원천소득에서 50%(500억원/1천억원)·30%(300억원/1천억원)씩 안분해 차감하는 것이다.
이에 LG화학은 2018 사업연도 법인세 약 42억원, 현대건설은 2015∼2017 사업연도 법인세 325억원을 환급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급심은 두 회사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들이 주장한 방식대로 계산하면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손실이 사실상 국내소득에서만 차감되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급심은 “특정 국가에서의 손실은 이미 회사의 전체 과세표준에 반영돼 한국에서 낼 법인세를 줄인다”며 “그런데 공제한도를 계산하면서 그 손실을 다른 국가의 해외소득에서는 전혀 차감하지 않으면, 전체 과세표준은 줄어든 반면 다른 국가의 해외소득은 그대로 남는다”고 밝혔다.
즉, 해외소득이 전체 과세표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실제보다 커지고,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도 늘어난다는 것. 하급심은 “따라서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국내에서 이익을 냈는데도 외국납부세액공제로 국내 법인세를 모두 공제받거나 오히려 세금을 환급받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급심은 “세무당국은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손실을 국내와 다른 국가의 소득금액에 비례해 배분한 뒤 각 소득에서 차감했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야 국가별 소득이 전체 과세표준에서 차지하는 실질적인 비율을 정확하게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하급심과 같이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국외사업장이 2개국 이상인 내국법인의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를 정할 때, 어느 국가 소득이 결손일 경우 '국외원천소득'은 그 결손금액을 총소득금액에 대한 국가별 소득금액 비율로 안분해 국가별 소득금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외국납부세액 공제 제도는 국외원천소득에 대해 우리나라에 납부할 법인세액 범위 내에서만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며 "외국납부세액 공제로 인해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과세권이 잠식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특정 국가의 결손금이 다른 국가 소득에서 전혀 차감되지 않으면 그 결손금이 실질적으로 국내원천소득에서만 차감되는 셈이 돼 국내 과세권이 잠식된다는 설명이다.
A국 결손금 100억원을 B·C국 소득에서 차감하지 않을 경우 전체 과세표준에서는 100억원이 빠지지만 B·C국 국외원천소득은 그대로 남으므로 결과적으로 해당 결손금이 국내소득에서 차감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따라서 (외국 납부 세액 공제 방식을 정한) 구 법인세법 57조 1항 1호의 입법목적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소득이 국내 법인세액 산출에 기여한 정도에 비례해 결손금을 안분해 차감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고 또한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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