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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내 집 들어가려는데 전세금 막혔다”…퇴거대출에 꼬인 실거주

비거주 1주택 세부담 커지는데…보증금 반환대출 문턱은 여전
1억원 상한에 LTV·DSR까지…실거주 전환 앞선 ‘전세금 숙제’

# 수도권에 아파트 한 채를 전세 놓고 다른 지역에서 임차로 살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올가을 계약 만기에 맞춰 자기 집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 마련이 문제로 떠올랐다. 부족한 자금을 전세퇴거자금대출로 충당하려 했지만, 전세계약 이후 해당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져 예상보다 대출 가능액이 줄었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 등도 적용되면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거주를 위해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 해도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발목을 잡는 셈이다.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세제상 실거주 유인을 강화하는 가운데 전세퇴거자금대출 문턱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아 실거주 전환 과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거주 전환의 첫 단계인 ‘기존 세입자 보증금 반환’에 여전히 고강도 대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것인데 최근에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까지 겹치면서 규제상 대출이 가능한 차주도 실제 영업점에서 필요한 금액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나타나고 있는 것.

 

금융당국도 최근 총량관리 과정에서 실수요자의 자금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최근 차주들의 대출 애로가 금융회사들이 총량관리 목표를 맞추기 위해 자체적으로 대출 취급을 강화한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이번 주 안에 총량관리 목표 조정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는 5대 은행과 간담회를 열고 이주비·잔금대출 등 실수요자 금융 공급 문제를 논의했다.

 

◇ 전세금 돌려주는 대출인데…‘생활안정자금’으로 묶였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은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받는 주택담보대출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주택담보대출’로 분류하며, 주택구입이 아닌 생활안정자금 목적 대출로 관리한다.

 

대출 여건이 크게 달라진 것은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이후다. 정부는 2025년 6월 28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을 담보로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를 받는 1주택자의 신규 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했다.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차주는 신규 취급 자체가 제한됐다.

 

다만 1억원 한도가 모든 전세퇴거자금대출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6월 27일까지 체결된 매매·전세계약 등에는 경과규정에 따라 종전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경과규정은 대출 규제를 아예 면제해주는 장치는 아니다. 대책 시행 전 계약자에게 강화 이전의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1억원 상한을 적용받지 않는 차주도 실제 대출액을 산정할 때는 LTV와 DSR, 기존 부채 등을 따져야 한다.

 

지난해 10·15 대책에서 도입된 주택가격별 주담대 한도와도 구분된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는 시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한도가 차등화됐지만, 이 규제는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전세퇴거자금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전세퇴거자금대출은 1억원 상한 적용 여부만으로 실제 대출 가능액이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경과규정으로 종전 기준을 적용받더라도 LTV와 DSR, 기존 부채 등에 따라 한도가 달라질 수 있고, 최근에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까지 겹치면서 반환자금 마련 여건이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 ‘1억원 예외’ 받아도 끝 아니다…DSR이 두 번째 문턱

 

전세퇴거자금대출 역시 LTV와 DSR 범위 안에서 한도가 결정된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스트레스 DSR의 스트레스 금리 하한이 1.5%에서 3.0%로 상향돼, 경과규정으로 1억원 상한을 적용받지 않는 차주도 실제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시행 이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납부한 차주 등에는 경과규정에 따라 종전 기준이 적용될 수 있어 실제 적용 기준은 계약과 대출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스트레스 금리는 차주가 실제로 내는 대출금리에 3%p를 얹는 것이 아니라,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사용하는 가산금리다. 같은 소득과 부채를 가진 차주라면 스트레스 금리가 높아질수록 DSR상 대출 가능액은 감소한다.

 

올해 들어 규제지역이 추가된 점도 일부 차주에게는 부담이다. 금융위는 지난 7월 1일부터 경기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를 규제지역으로 새로 지정하면서 해당 지역 주담대의 LTV를 종전 70%에서 40%로 강화했다. 6월 30일까지 대출 신청 접수가 완료됐거나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납부한 차주 등에는 종전 규정이 적용된다.

 

결국 전세퇴거자금대출의 실제 한도는 보증금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6·27 대책에 따른 1억원 상한 적용 여부를 먼저 따진 뒤, 경과규정 적용 대상이라면 다시 LTV와 DSR, 기존 부채 규모 등을 반영해 대출 가능액을 산정하게 된다.

 

실거주를 위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차주에게는 ‘1억원 한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규제가 겹쳐 작동하는 셈이다.

 

◇ 세제는 거주에 무게…반환자금은 어쩌고

 

문제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세제가 이와 반대 방향에서 실거주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내놓은 2026년 세제개편안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단순 보유보다 실제 거주 여부와 주택가격에 따라 더 세분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조정하면서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는 한편 비거주 주택의 세제 혜택은 줄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거주기간에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세제 개편안이 아직 시행 전이지만, 비거주 1주택자 입장에서는 실거주 전환을 고민하게 하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며 자신이 보유한 주택을 전세로 내놓은 1주택자는 과거보다 ‘계속 임대를 줄 것인지, 자기 집에 들어갈 것인지’를 더 면밀히 계산해야 한다.

 

여기서 금융 규제와의 접점이 생긴다. 자기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재 세입자의 계약이 끝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임대인은 계약 종료일까지 기존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수억원의 보증금을 현금으로 보유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출이나 신규 임차보증금, 주택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금 측면에서는 거주를 선택할 유인이 높아지는데, 금융 측면에서는 그 거주를 실행하기 위한 첫 자금인 보증금 반환 대출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 대출 규제에 총량관리까지…반환자금 조달 더 팍팍

 

최근에는 법정 규제보다 은행 자체 관리가 더 직접적인 장벽으로 작용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정부는 올해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설정했다. 지난해 실제 증가율 1.7%보다 낮고, 정부가 예상한 올해 경상성장률 약 4.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년도 목표를 초과한 금융회사에는 올해 관리 목표를 줄이는 페널티도 적용하고 있다.

 

5대 은행만 놓고 보면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합산 약 4조3300억원이다.

 

지난 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책성 대출 제외 가계대출 잔액은 650조376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4005억원 늘었다. 이미 연간 목표를 1조원 이상 넘어선 수준이다.

 

이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주택구입자금 주담대 자체 한도를 최대 3억원으로 낮췄고,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주택 관련 대출 월 취급 한도를 기존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했다. 신한·하나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도 대출모집인 접수 중단이나 모기지보험 취급 제한 등으로 신규 주택대출 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자 은행권 전체 대출 증가 속도는 이달 들어 일단 둔화됐다.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79조921억원으로 7월 말보다 1130억원 늘었다. 7월 한 달간 증가액 4조183억원과 비교하면 월초 증가 속도가 크게 낮아졌다. 세부적으로는 신용대출 잔액이 109조6942억원으로 7월 말보다 591억원 감소했고, 주담대는 618조1258억원으로 1847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의 대출 관리 조치가 잔액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는 자금의 용도와 시급성을 세밀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증시 투자에 쓰기 위한 신용대출과 집을 사기 위한 주담대, 입주 예정 아파트의 잔금을 치르는 대출, 세입자에게 만기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자금이 모두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범위 안에서 경쟁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간 증가 한도를 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반면 차주 입장에서는 계약 만기일과 입주일이 정해져 있어 대출을 몇 달 뒤로 미룰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이 특히 민감한 이유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경우에 따라 거래 자체를 미룰 수 있지만, 임대차계약이 끝난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일은 이미 계약으로 정해진 채무다.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세입자에게 반환 시기를 일방적으로 늦출 수 없다.

 

◇ 반환자금 막히면 세입자 이동까지 차질

 

전세 보증금 반환자금 부족의 영향은 임대인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기존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아 다른 전셋집의 잔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한 집의 반환 지연이 다음 임대차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매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라면 기존 전세보증금이 새집 잔금의 자기자본으로 쓰이기도 한다.

 

전세퇴거자금은 그래서 일반적인 소비 목적의 생활자금과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을 받은 돈이 새로운 주택 구입이나 투자자금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되고, 해당 임차인의 주거 이전과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환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출 규제를 전면 풀기도 쉽지 않다. 보유 주택을 담보로 대출 여력을 넓혀주면 해당 자금이 다른 목적으로 흘러가거나 가계부채가 다시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결국 쟁점은 전세퇴거자금대출의 규제 자체를 없앨 것인지보다 실제 보증금 반환이라는 용도가 확인되는 자금을 현재의 총량관리 체계 안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가깝다.

 

금융위가 12일 예고한 금융회사 총량관리 목표 조정 방안도 이 지점에서 주목된다.

 

당국은 최근의 대출 애로가 금융권의 자체 총량관리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총량 목표를 조정해 은행의 대출 여력이 추가로 생기면 실수요자의 자금난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조정 폭이나 어떤 대출을 실수요로 인정해 우선 공급할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전세퇴거자금대출 문제가 곧바로 풀린다고 보기는 이르다. 6·27 대책에 따른 생활안정자금 한도와 DSR·LTV 등 개별 차주 규제는 은행 총량과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보완책이 은행별 공급 한도만 늘리는 수준에 머문다면 규제상 한도가 부족한 차주의 문제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실수요 범위를 넓게 인정할 경우 가계부채 관리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 가계부채를 억제하면서 계약상 반환해야 할 전세보증금까지 막히지 않도록 하는 세밀한 구분이 필요한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전세퇴거자금은 계약 만기에 맞춰 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생활자금보다 시점이 정해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은행의 공급 여력이 부족하면 보증금 반환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실수요를 어떻게 구분해 관리할지가 핵심인데 그 부분을 구분해 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면 세입자의 전세금부터 돌려줘야 한다. 실거주를 강조할수록 그 반환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열어둘 것인지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이 단순한 집주인 대출 문제가 아니라 임대차 정책의 연결고리로 다시 떠오른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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