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공공택지 사업기간을 대폭 줄이는 '속도전'에 나선다.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평균 68개월 걸리던 기간을 37개월로 단축하고, 기존 공공택지 물량도 1~2년 앞당겨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는 신규 공공택지부터 기존 택지 조기 착공, 재건축·재개발, 소규모 정비사업, 비아파트와 유휴부지 활용까지 다양한 공급수단이 한꺼번에 담겼다. 공급을 지연시켜 온 병목을 폭넓게 손봤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정책수단이 지나치게 많아 정부가 무엇을 핵심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지 선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3일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택지와 도심 공급 등을 통해 수도권에 23만호+α의 추가 공급효과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공급에 걸리는 시간이다. 주택 수요는 금리와 소득, 시장 기대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공급은 계획부터 실제 주택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장기간이 걸려 수요 변화에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최초 입주단지인 인천계양은 후보지 발표부터 입주까지 약 8년이 걸렸다. 서울 재개발·재건축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약 13년이 소요됐다. 정부는 이처럼 공급계획이 실제 주택으로 이어지는 데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는 것을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이에 우선 공공택지의 착공 이전 단계부터 기간을 줄이기로 했다.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주택 착공까지 평균 68개월 걸리던 기간을 37개월로 31개월 단축하는 '최단기 착공모델'을 도입한다.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보상·이주·퇴거, 부지조성 등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절차 가운데 병행할 수 있는 부분을 동시에 추진한다. 기본조사를 지구지정 이전부터 시작하고 기본조사와 감정평가도 병행해 보상 착수 시점을 앞당기는 방식이다.
특히 사업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부지 확보 단계에서는 보상과 이주·퇴거에 걸리는 기간을 기존 44개월에서 24개월로 줄인다. 협의보상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내 재결 전담팀을 운영한다. 수용개시 이후 2개월이 지나도 퇴거하지 않을 경우 인도소송을 원칙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 기존 물량 4만1000호 당긴다…속도 높였지만 '체감'까지는 시차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새 택지를 내놓는 것과 동시에 이미 확보된 물량의 착공 시점을 앞당겼다는 점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8만9000호를 기존 계획보다 1~2년 앞당겨 착공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4만1000호는 당초 2031년 이후 착공 예정이던 물량을 2030년 이전으로 끌어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은 공급량 확대보다 공급 속도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규 택지를 추가로 발표하는 것보다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의 착공을 앞당기는 것이 실제 공급 체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착공 시점을 앞당기는 것과 단기간 내 입주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함 랩장은 신규 공공택지를 중장기 시장 안정 카드로 평가하면서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서울 집값을 낮추는 단기 처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역시 "단순히 신규 공급물량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착공을 지연시켜 온 병목요인을 함께 손보려 했다는 점에서 이전 공급대책보다 실행 측면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공개된 신규 공공주택지구에도 단축된 사업 일정이 적용된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일대에는 1000호를 공급한다. 2006년 민간 개발사업이 취소된 뒤 장기간 개발되지 않았던 염창공원 부지로, 정부는 주요 절차를 통합해 발표 후 33개월인 2029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도심역 일대에는 2만1700호를 공급한다. 2027년 하반기 지구지정을 거쳐 2029년 하반기까지 보상을 완료하고 2030년 상반기 주택 착공을 추진한다.
4500호 규모의 경기광주역세권2도 2027년 하반기 지구지정, 2029년 하반기 보상 완료를 거쳐 2030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한다.
이들 세 곳을 포함해 이번에 입지가 공개된 신규 공공주택지구는 2만7000호다. 나머지 7만3000호+α 규모의 후보지는 연내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 23만호 공급효과 내걸었지만…정책수단 분산 지적도
반론도 있다. 정부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한꺼번에 꺼냈지만 오히려 정책의 중심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책은 공공택지 사업기간 단축뿐 아니라 신규 공공주택지구 10만호+α,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 공급, 소규모 정비사업, 비아파트 공급, 유휴부지 활용 등 공급 가능한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괄하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에 대해 "분량만 많지 정부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공공택지부터 정비사업, 비아파트까지 여러 공급방안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둔 정책수단이 무엇인지 선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내세운 23만호+α 역시 실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는 시점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자료상 23만호+α는 이번 대책을 통해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는 추가 '공급효과'다. 반면 기존 대책과 비교해 2026~2030년 추가로 착공하는 물량은 12만호+α로 제시됐다.
특히 신규 공공주택지구 10만호+α 가운데 현재 입지가 공개된 물량은 2만7000호다. 나머지 7만3000호+α는 후보지부터 확정해야 하고, 이후 지구지정과 보상, 착공을 거쳐야 한다. 결국 23만호라는 공급효과가 단기간에 입주물량으로 전환되는 구조는 아니다.
양 전문위원 역시 이번 공급 목표의 상당 부분이 '입주'가 아닌 '착공' 기준이라는 점을 짚었다. 당장 부족한 입주물량을 채우거나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이고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 68→37개월 첫 시험대…보상·갈등이 실제 변수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정부가 얼마나 많은 공급수단을 제시했느냐보다 계획된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첫 관문은 정부 스스로 제시한 공공택지 사업기간 '68개월→37개월' 단축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상과 이주, 환경·재해영향평가, 관계기관 협의 등 사업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지연 요인을 동시에 줄여야 한다.
일부 기간 단축 방안은 법 개정도 필요하다. 기본조사와 보상 절차를 앞당기기 위한 일부 조치는 공공주택특별법과 토지보상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정부가 제시한 일정대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지도 변수다.
사업기간을 줄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함 랩장은 보상기간 단축 과정에서 토지소유자와의 갈등이 커지거나 환경·문화재 관련 절차가 지나치게 형식화될 경우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전문위원도 토지보상과 주민협의, 기반시설 조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을 실제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공사비와 사업성, 주민 갈등, 인허가 지연 등 공급을 막아온 요인이 복합적인 만큼 하나의 제도 개선만으로 실제 착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대책은 신규 공급계획을 추가하는 동시에 이미 계획된 주택을 보다 빠르게 착공시키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급 지연의 구체적인 원인까지 손댔다는 점에서는 이전보다 실행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러 정책수단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시장에 전달되는 핵심 메시지가 분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23만호+α가 실제 공급 불안 완화로 이어질지는 계획상의 물량이 얼마나 빠르게 착공·준공·입주로 전환되느냐에 달렸다. 첫 검증대는 정부가 공언한 공공택지 착공기간 '68개월→37개월' 단축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는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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