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요새 개각 인사에 말이 많다.
조직의 성패는 늘 사람에게서 갈린다. 예로부터 ‘인사만사’라 하여 사람이 모든 일의 시작이고 끝이라 믿었고, 용인의 기준은 대개 ‘능력’과 ‘인연’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AI와 거대 시스템이 조직을 구동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거의 인사 철학은 심각한 모순과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의 개각 인사 잡음은 이러한 시대적·제도적·철학적 공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용인의 패러다임을 과거의 ‘연능’에서 ‘청덕’으로 바꾸는 일대 전환을 해야 한다.
연능(緣能)이란 인연(人緣)과 능력(能力)을 함축한 말이다.
이 두 가지는 현대사회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첫째, 능력이라는 개념은 지극히 추상적이며 정의하기 어렵다.
무엇이 능력인지 객관화하기 힘들고, AI와 고도화된 시스템이 실무적 역량을 대체하는 현대에 와서는 능력만으로 리더십의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둘째, 인연을 바탕으로 한 등용은 실타래처럼 얽힌 사적인 이해관계와 패거리즘을 낳는다.
능력 검증의 모호함과 인연이 빚어내는 정실인사의 위험성이 맞물려 늘 국민에게 불안감을 안긴다.
그렇다면 혼란의 시대에 공직자를 판별할 수 있는 용인의 진짜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청(聽)과 덕(德)이다.
우리는 AI라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인간이 없는 시스템의 폭주를 바라보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폭주는 인간 중심의 가치를 내세운 5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기술 만능의 4차 산업혁명을 넘어 인간의 가치와 철학을 회복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인류의 미래에 닥쳐오는 불확실한 격랑 속에서 우리는 파도에 저항하기보다 그 파도에 유연히 올라타 새로운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용인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청과 덕. 이에 대한 지향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기 위해 한자 파자로 그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청(聽)>
귀(耳)가 왕(王)이라, 귀가 제일 소중하다는 뜻이다. 항상 백성과 세상의 소리를 듣고, 열(十) 개의 눈(目)으로 현상을 다방면의 시각에서 직시하며, 그 바탕 위에 한 가지 신념(一心)을 세운다.
<덕(德)>
열(十) 개의 눈(目)으로 현상을 다방면의 시각에서 직시하며, 그 바탕 위에 한 가지 신념(一心)을 세우고 행동(行)한다.
청은 열린 눈으로 온갖 쓴소리와 비판의 소리를 다 듣고, 그 소리를 바탕으로 실제 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어떠한지를 다방면으로 관찰해 다음 단계인 ‘덕’, 즉 행동의 단계로 가는 전 단계이다.
여기서 눈(目)을 옆으로 놓은 것은 똑바로 서서 보지 말고 누워서 보라는 뜻이다. 서서 보면 자신의 앞 한 방향만을 보게 돼 편협한 시각에 빠질 수 있지만, 누워서 보면 자신의 심신에 힘을 빼고 오로지 하늘에 펼쳐지는 다각도의 전체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공자는 덕으로 정치를 하면 마치 북극성이 가만히 제자리에 있어도 수많은 별들이 그를 향해 따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덕이란 단순히 착하고 인자하게 베푸는 온정주의가 아니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보다 타인을 향한 올곧은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적 인성을 말한다.
덕을 실천하는 성품으로 온(溫)·량(良)·공(恭)·검(儉)·양(讓)을 꼽았다. 즉 온화하고 선하며, 공손하고 검소하며, 사양할 줄 아는 태도이다.
이는 곧 청과 덕의 패러다임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청·덕의 용인(用人) 시대를 기대하는 것이 과연 나만의 사치일까.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