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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관치금융'

(조세금융신문=곽호성 기자)  한국 금융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관치금융이다. 지금까지 관치금융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관치금융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다. 관치금융이 나쁜 이유는 금융이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정치논리나 기득권자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관치금융이 왕성하게 살아 움직이면 당연히 한국이 세계 금융허브로 올라갈 수 없다. 주요 금융허브를 갖고 있는 국가들은 금융이 매우 자유롭고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도 관치금융 사례들이 나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들도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대형은행이)지방까지 진출할 것까지 있느냐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은행장들에게 "(은행이) 국내 시장에서 생산적 경쟁보다는 소모적 경쟁을 하고 있지 않냐는 비판의 시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매년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형은행들에게 지방에서 사업을 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는 것 같은 언행을 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대형은행들도 지방에서 사업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19일에도 금융사들에게 압력을 가했다.   

 

그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험사 사장단 간담회를 마치고 “실손의료보험에서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보험사들이 가입자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이 한 말은 보험사들에게 보험료를 올리지 말라는 것처럼 들린다. 관치금융의 특징은 금융당국이 금융 감독만 하지 않고 금융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것에 있다. 관치금융이 만연하면 금융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기 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국민들도 높은 비용을 부담하면서 금융상품을 이용해야 한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자료를 보면 더 뱅커(The Banker)지는 국내 6개 은행(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KDB산업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이 100대 은행 순위에서 중하위권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100대 은행 순위 기준은 자본과 수익 규모다.

 

100대 은행 순위를 보면 KB금융이 59위, 신한금융은 63위, 하나금융은 77위, 우리은행은 91위였다.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금융업이 낮은 수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금융환경의 특징은 규제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강한 규제를 유지한 결과 금융업이 제조업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은 위원장과 금융당국은 금융을 지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가급적 자유를 주려고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국내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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