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목록

[인터뷰] 전산감사 빅팀 ‘성현회계법인’, 3년 후를 대비한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홍채린 기자) 3년 전 누가 전산감사를 필수라고 말했다면, 살짝 비웃어도 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 속되게 말해 벽장 뒤 장부까지 ‘까야’ 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수년 전 자본주의 시장에서 재앙으로 불리는 회계장부 조작(회계사기)사건이 거듭 발생하고, 한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 규모만도 건당 수조 원. 정부는 법을 바꾸었다.

 

2022년부터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상장사는 IT통제 관련 감사를 받아야 한다. 서로 눈치를 보는 가운데 미들급 회계법인 중에서 성현회계법인이 선두를 치고 나왔다. 선수필승이다. ‘우리는 전산감사의 빅팀’이라고 말하는 성현회계 전산감사팀의 당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전산감사 분야의 개그맨이 될 겁니다.(형, 정말 안 웃겨)” -조용 이사-

“제가 IT감사를 꽤 오래 했죠. 대표님, 투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욱 이사-

“저는 일에서 타협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지금은 전산감사가 제 일이죠.”-윤지현 매니저-

“앞으로 전산감사 분야가 비전이 있다는 거 알고 왔습니다. (우리팀 기대주예요)” -안다예 Staff-

“여기서는 교육이든 전산감사 용역이든 다양하게 하고 싶더라고요. 한 번 내맘대로 일해보자.” -송광혁 상무-

‘조금 업데이트 되는 거겠지’라고 보신다면 잘못 생각하신 겁니다.” - 조용 이사 -

 

변화는 늘 위험과 기회를 수반한다. 딱딱한 회계감사 역시 그렇다. 기업은 여러 투자자의 돈으로 움직이고, 지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영향력이 큰만큼 무조건 경영진만 믿고 갈 수 없다. 때문에 일정 규모 기업은 회계장부가 거짓 없이 작성됐는지 검증받아야 한다. 이것이 기업의 외부감사(회계감사) 의무다.

 

과거에는 외부감사가 전문가(회계사, 외부감사인)의 손길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회계조작이 빈발했다.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권한을 독점했기 때문이었다. 수험생(기업)이 시험 감독관(외부감사인)을 돈 주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정부는 법을 바꾸었다. 외부감사인 선임권한을 부분적으로 당국에 부여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기업이 회계를 처리하는 방식, 내부통제시스템까지 검증(감사)받을 것을 요구했다. 2022년이 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상장사가 도마 위에 오른다. 그런데도 일부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달라져 봤자…’라는 냉소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회계업계는 조금 다르지만,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검토에서 조금 업데이트되는 것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잘못 생각하신 겁니다.”

조용 이사는 과거 외부감사와 비교할 때 ‘깊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영역이 검토에서 감사로 들어왔다는 건 더 깊숙이 뜯어 봐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 검토 시절을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기업으로서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느냐의 관점에서 볼 수 있죠. 그러나 내부통제가 잘 된다는 게 기업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습니다.”

 

“걱정부터 하죠. 하지만 해 보면 압니다.” -김욱 이사-

 

전산감사는 과연 제 몫을 하는 분야일까. 김욱 이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A기업 회계감사에서 외부감사인들이 재감사를 하던 사례가 있는데요. 외부감사인들이 과거 방식대로 회계감사를 했는데 무언가에 걸려서 한 달 동안 끝이 안 난 경우가 있었습니다. 엑셀로 처리하다 보니 분석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았던 거죠. 전산감사인력이 들어가고 나서 3일 만에 끝냈습니다. 나중에 파트너 회계사가 진작에 데리고 갈 걸 그랬다고 하시더군요.”

 

김욱 이사는 기업인들의 우려가 이해는 된다고 말을 받았다.

“대기업들은 전산화가 잘 되어 있고, 이들을 감사해 왔던 대형 회계법인들은 관련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산규모가 수천억 규모의 미들급 기업들입니다. 전산감사를 받아본 경험이 없고, 감사 수준으로 내부통제를 관리한 경험이 없습니다. 내부통제절차를 전산감사한다고 하면 걱정부터 하죠.”

 

“저희의 접근 방식은 ‘우리는 좀 더 이 시스템을 내부통제에 맞게 돌릴 수 있게 가이드를 드리겠다’라고 접근합니다. 왜냐면 거부감부터 느끼기 때문이죠. 미들급 기업들은 인력도, 비용도, 시스템도 경영진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산감사를 받을 수 있게 가이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독보적이라고 자신합니다.”

 

“저는 일에서 타협하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IT통제가 미비하다고 모든 프로세스가 그런 건 아니죠.” -윤지현 매니저-

 

성현회계는 지난해부터 전산감사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이현회계에서 전산감사를 담당하던 김욱 이사를 시작으로 송광혁 상무, 조용 이사, 윤지현 회계사, 안다예 회계사가 합류했다.

 

대형회계법인과 대등한 수준의 도구도 갖췄다. APT소프트웨어와 데이터분석 도구인 아이디어를 통한 IT통제 검증, 전표 분석(Journal Entry Test)을 포함한 데이터 분석(Data Analysis), IT통제 PA(Private Accounting: 회계자문업무) 등이다. 특히 Global Big5 회계법인인 BDO에서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분석tool인 ‘아이디어(IDEA)’를 사용하여 제한 없는 데이터 처리와 다양한 시나리오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뛰어난 사람들을 모으고 많은 투자만으로 부족하다.

 

도구와 사람이 매끄럽게 움직이려면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윤지현 매니저는 성현회계법인은 전문가로서의 활동을 보장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산감사도 시간 압박을 받으면 결론이 획일적으로 될 수 있습니다. IT통제에서 문제가 있다면 그대로 ‘미비’라고 결정 내리게 되죠. 그런데 저는 일에서 타협하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IT통제가 미비하다고 모든 프로세스가 미비라는 건 아니죠. 덜 살펴봤거나, IT통제 일부에 서 미비가 나왔어도 다른 보완통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성현회계법인에 와서는 이렇게 일하지 않습니다. 정말 미비면 미비지만, 저는 기업 상황을 다 고려하고 결론 내립니다.”

 

김욱 이사가 “대표님, 투자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자 조용 이사도 “저도 훌륭하신 대표님 바라보고 왔습니다”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회계업계에서 전산감사팀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성현회계법인의 회계감사팀이었다. 윤지현 매니저는 실제 협조 사례에 관해 설명했다.

 

“회계사분들은 전산감사 이론은 아셔도 실무적으로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계감사팀과 협업을 하다 보니 저한테 질문을 주시고 제가 줄 수 있는 게 있었습니다. 내부회계관리 분야 감사가 더 편하게 진행된다며, 문의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분들도 다 회계사지만, 전산감사 업무 경험이 없으시다 보니 그런부분에서 우리 팀에서 수요가 크지 않았나 싶어요.”

 

“전산감사 시대까지 앞으로 3년” -송광혁 상무-

 

성현회계 전산감사팀이 직접적으로 필요한 곳은 기업이지만, 진짜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은 같은 회계법인으로 전망된다. 2022년이 되면 자산 1000억원 이상 상장사들은 내부회계관리에 대해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외부감사인들도 전산감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용 이사는 “경영진 재량권이 큰 기업은 내부 통제가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감사 리스크가 더 노출된 건데, 그런 기업에는 전산감사가 더욱 유용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상한 신호가 있으면 감사팀에게 집중적으로 보라고 전달하는 거죠. 회계감사팀도 저희 고객입니다”라고 말한다.

 

성현회계법인 전산감사팀을 총괄하는 송광혁 상무도 한 마디 덧붙였다. “앞으로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모든 회계 관련 파일이 시스템을 통해 나오게 됩니다. 아직은 전산감사가 회계감사의 구색을 갖추는 보조에 불과했지만, 내부통제 감사가 2022년이면 자산 1000억원 이상 상장사로 확대됩니다. 앞으로 공인회계사 시험에서도 데이터분석 등 IT관련 문제가 더 출제되고 업계 자체도 바뀔 겁니다. 앞으로 3년 정도면 바뀔 거예요. 저희는 회계법인에 전산감사 교육도 제공하고 있고요,”

 

지난해 신입으로 입사한 안다예 미국회계사는 ‘예비 회계사들도 전산감사가 유망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이 다음과 같이 답했다.

 

“비전 있는 분야로 알려졌지요. 저도 전산감사라는 걸 알고 성현회계법인에 지원했습니다.”

성현회계법인 전산감사팀은 젊다. 총책임자는 40대 초반이고, 20~30대 젊은 인력도 있다. 송광혁 상무는 자율, 조용 이사는 개성, 김욱 이사는 자부심, 윤지현 매니저는 책임감, 안다예 Staff은 비전. 서로 다른 목적으로 뭉쳤지만, 경력과 무관하게 서로의 전문성과 의견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전산감사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욕구는 명확히 남달랐다는 점이었다. 전산감사의 미래를 단언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이들이 ‘프로’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송광혁 상무의 말처럼 3년 후를 기대해 본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