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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신년사로 읽는 2021년 보험업계

보험산업 정상화·디지털 전환 전략 추진 ‘구슬땀’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보험업계 대표이사 및 유관기관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일제히 보험산업 정상화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디지털 전환 추진 의사를 밝혔다.

 

구조적 문제로 손해율 악화 현상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분야에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보험사의 ‘언택트’ 행보 역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사 대표이사 및 유관기관장들이 잇달아 신년사를 통해 2021년 경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화재보험협회 등 3대 보험협회장들의 화두는 ‘보험산업의 정상화’ 및 ‘자가갱생·생존’이었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내년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정상화를 필두로 손해보험업계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험금 청구 유무와 관계없이 연령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되는 구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점 해결 및 고가의 비급여 항목을 악용한 ‘의료쇼핑’ 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한 것.

 

정 회장은 "실손의료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보업계의 ‘앓는 이’인 자동차보험 정상화 문제 역시 거론됐다. 손해율 개선의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함에 따라 대형사를 제외한 대다수 손보사들은 의도적으로 자동차보험 판매량을 축소하고 있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자동차보험에 투자할 자본과 인력을 장기인보험 등 타 상품군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디마케팅 전략’을 너도나도 벤치마킹하고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던 것이다.

 

정 회장은 "자동차보험 정상화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그간 관계 부처의 다각적인 대책으로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자동차보험의 보험금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전히 추진해야 될 과제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빅테크 기업이 강력한 새로운 경쟁자로 보험시장에 등장할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공정 경쟁의 틀을 마련하고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또한 31일 신년사를 통해 내년 생보업계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금융산업의 디지털 가속화,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지만 생보산업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저금리로 인한 이차역마진 확대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핀테크 영향 확대, 새로운 재무건전성 규제 도입, 금융권내 융·복합화로 인한 치열한 혁신 경쟁이 본격화 되는 등 생보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생보산업의 지속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으로 ▲고객신뢰 회복 및 강화 ▲경제역량 개발 ▲생보산업 시장 확대 ▲경영여건 개선 등의 4대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객신뢰 회복 및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ESG 경영 추진 ▲금융산업의 디지털화 ▲공사보험 정보공유 체계 마련 등을 통한 헬스케어 시장 확대 ▲건전성 규제의 연착륙 등의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손해보험협회와 별도로 설립되어 있으나 정책성 보험을 제외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자가갱생을 통한 생존’을 최대의 목표로 제시했다.

 

이윤배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2020년 협회가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재정 자립도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외국 선진 방재기관 중 보험사의 지원으로 설립돼 사업이 정착된 후 자립한 기관이 다수 있다"며 "우리 협회라고 언제까지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제든 그 같은 상황에 부닥쳐지더라도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놓아야 한다"며 "안전점검, 컨설팅, 시험연구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새로운 사업개발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 이사장은 "협회가 법의 울타리 안에서 한정된 업무만 하던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안주하던 시기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이사장은 “글로벌 경제 전망, 보험업계 환경 등 외부 변화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고객의 필요에 따라 우리도 부단히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작년 한 해 기업성 보험 리스크서베이 역량 확보, 재산종합보험 리스크서베이 정착, UCIS의 지속적 확대를 위해 애써 왔다”며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필요로 하는 사항을 파악해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대표이사들의 공통 분모는 ‘소비자 보호’였다.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고객 편의성을 증진, 계약을 유지·관리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보험사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경영 전략 5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첫 해를 맞아 ‘2030 비전’ 달성을 위해 ▲고객과 함께하는 상생의 길 ▲현장과 함께하는 소통의 길 ▲장기 성장을 추구하는 가치의 길 ▲두려움 없는 도전의 길 ▲준법을 따르는 정도의 길 등을 강조했다.

 

특히 전 사장은 고객과의 상생을 실천하기 위해 “소비자 권익을 되찾아 주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상품과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준법 경영의 중요성도 빼먹지 않았다.

 

현대해상 조용일·이성재 대표이사 역시 경영 전략 가운데 하나로 소비자보호를 선정하고 불완전판매 개선 의지를 밝혔다.

 

조용일·이성재 대표는 “체계적인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조직 개편을 시행함으로써 완전판매 영업 문화를 정착하고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신년사의 또다른 공통 화두는 ‘디지털화’ 였다. 비대면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대응하면서도 비용절감의 효과를 동시에 거두기 위해서 초기 시장 점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년사에서는 주요 대형사 대표이사들의 ‘디지털 전략’ 청사진이 일제히 쏟아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디지털시대 성공 기반 구축을 목표로 ‘디지털 전환 중심의 전략’ 추진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변화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디지털 기반으로 기존 비즈니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 회장은 비즈니스 모델부터 업무 프로세스, 부서 문화,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회사 경영의 전 부문에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대면채널 위주로 성장해온 보험 사업의 수익성 개선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보다 효율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하겠다는 의사로 분석된다.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역시 핵심 성장 동력으로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꼽았다. 최 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금융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기획부터 출시,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사슬(Value chain)의 디지털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KB손해보험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기환 대표이사는 전방위적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모든 일상이 디지털화된 지금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을 갖추지 못한다면 고객 관심에서 점점 멀어질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고객의 생각보다 미리 앞서나갈 수 있는 디지털 보험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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