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서울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다 마쳐놓고도, 세원부서에서 납세자에 해명자료 및 수정신고 요구를 하다가 행정심판에서 과세 취소 결정을 받았다.
조세심판원은 대부업체 A가 제기한 법인세 등 취소 심판청구에 대해 2020년 처분은 중복 세무조사로 취소하고 2021~2022년 과세는 청구를 기각(처분 유지)할 것을 결정했다(조심 2025서3948, 2026. 7. 22.).
심판원은 “이미 종료된 세무조사에 대해 ‘해명자료 제출안내’의 형식으로 다시 조사하는 경우 청구법인의 영업의 자유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중복조사금지 규정의 취지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결정 사유를 설명했다.
◇ 쟁점 1. 과세 자체는 정당
심판원은 과세 처분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았다.
대부업체 A는 해외 자회사를 두고 있었는데, 해당 자회사는 2020, 2021, 2022년 3개 사업연도에 이익잉여금을 신주로 발행해 자본에 집어넣는, 무상증자 방식을 썼다.
대부업체 A는 자회사 지분만큼 무상증자로 인한 신주를 배정받았고, 이는 당연히 배당이익에 해당했다. 그리고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으면 배당이익만큼 법인세(배당소득세)를 내야 했지만, 대부업체 A는 한 푼의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따라서 국세청 입장에서는 해외 자회사의 무상증자 신주배당을 배당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할 필요성이 있었다(의제배당).
이에 A는 해외 자회사가 있는 외국 당국이 갑자기 해외 자회사 자본이 부족하니 그만큼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익잉여금으로 무상증자를 했다고 반박했다.
A는 앞선 대법 판결을 보면 경영상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자본을 늘린 건 의제배당이 아니라고 봤고, A도 해외 자회사 자본금을 늘리고 싶어서 늘린 게 아니라 외국 정부 때문에 늘린 거니 의제배당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대법90누2154, 1992. 02. 28.).
심판원은 이러한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A가 가져온 대법판결은 자본잉여금 계정에 있던 주식발행초과금을 꺼내서 자본계정에 넣은 것이라서 세금이 문제가 될 게 없었던 사안이었다. 심판원은 A처럼 이익잉여금을 빼다가 자본에 넣은 무상증자랑 대법 판결은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았다.
◇ 쟁점 2. 해명자료 제출요구와 중복조사
문제는 과거 세무조사 대상 기간(2020년 무상증자 행위)에 대해서까지 해명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국세청 세원에서 신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과거 세무조사에서 깜빡했던 과세가 드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세를 하려면 검증을 해야 하는데, 이 검증 행위가 과도하면 중복조사로 취급되어 법에서 정하는 중복조사 금지 원칙에 따라 과세가 취소된다.
이 기준을 만든 판례가 몇 개 있는데, 첫 번째는 2017년 3월 16일 대법 2014두8360 판결이다.
대법 2014두8360 판결 자체는 국세청 세원의 과도한 현장확인을 중복조사로 깬 거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해명자료 제출요구 등을 통한 단순 사실 확인 정도는 국세청이 해도 된다고 길을 열어줬다.
그런데 여기에는 단서가 있었다. 대법 판결의 핵심은 국세청의 검증방식이 뭐든 간에 ‘과도한’ 확인이면 중복조사로 걸릴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과도한 행위를 기간‧반복성‧납세자 접촉 등으로 판단했다.
납세자가 상당기간 접촉해 장부‧서류‧물건 등을 검사‧조사하는 정도면 중복조사, 단순사실 확인이나 손쉽게 응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거나 납세자의 영업 자유 등에도 큰 영향이 없는 조사는 중복조사 아니라고 한 것이다.
국세청은 대법 2014두8360 판결을 기점으로 현장확인은 최대한 자제했지만, 다른 방식 납세자나 납세자 세무대리인에게 연락해 ‘해명자료 제출요구’ 등으로 서면 요청하는 방식으로 검증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그 ‘해명자료 제출요구’도 중복조사로 깨버린 사건이 나타났다.
서울행정 2020구합59468(2021. 09. 04.) 판결 요지는 말만 ‘해명자료 제출요구’지 세금 추징을 목적으로 ‘반복’해서 ‘장기간’ 납세자에게 ‘자료를 요구’하는 게 중복조사 아니면 무엇이냐며 납세자 손을 들어줬고, 서울고법 2021누43486(2022. 07. 08.)에서도 납세자 승리, 대법에서 심리불속행으로 납세자가 최종 승리했다.
여기서 핵심은 ‘반복적으로, 장기간, 자료요구’다. 이는 대법 2014두8360에서 지적한 ‘상당기간’ 접촉해 ‘장부‧서류‧물건 등’을 ‘검사‧조사’하는 정도와 맞닿는다.
최근 대법 2025두33013(2025. 12. 29.) 판결과 같이 과거 세무조사 대상 사업연도에 대해 국세청이 ‘해명자료 제출요구’를 했다는 것만으로 중복조사라고 할 수 없다는 판결도 있다.
하지만, 대법 2025두33013은 해명자료 안내문을 보낸 후 아무것도 안 했으면, 세무공무원이 현장방문을 안 했으면, 납세자 또는 대리인에 세무서 출석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해명자료 제출요구’에 의한 강제력이 발생하지 않기에 중복조사라고 보지 않은 것이지 만일 국세청의 ‘반복적으로, 장기간, 자료요구’ 행위가 있었다면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 쟁점 3. 부실 조사와 지연 검증
이번 조심 2025서3948의 경우도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세무조사에서 과세하지 않은 무상증자 배당소득세 탈루건을 서울국세청 세원에서 ‘해명자료 제출요구’를 이용해 ‘반복, 장기간, 자료요구’하며 검증하다가 2020년 과세분에 한해 중복조사로 졌다.
발단 행위는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A 등에 대해 2022년 1월 18일부터 2022년 4월 22일까지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에서 비롯됐다.
세무조사 대상 기간은 2016~2020년 사업연도였는데, 세무조사 착수 시점에서 A는 해외 자회사로부터 무상증자로 세금없이 배당수익을 누리고 있었다.
만일 이때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2020년 해외 자회사의 무상증자를 잡았다면, 그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국세청 세원이 2021년 수정신고를 바로 들어갔을 것이고, 2022년 무상증자 행위를 방지하거나 또는 수정신고로 세금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국세청 조사국은 이와 관련해서 세금을 추징하지 않았고, A는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문제삼지 않았으니 계속 무상증자 탈루 행위를 이어갔다.
서울국세청 세원이 과거 세무조사에서 무상증자 배당소득세 탈루에 대해 과세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건 세무조사 끝난지 2년이나 지난 뒤였는데, 여기부터 과세취소가 되는 원인행위가 발생했다.
서울국세청 세원은 2024년 6월 14일부터 2025년 5월 8일까지 1년에 걸쳐 A측에 해외 자회사에 대해 자료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국세청 세원이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세무조사했던 자료를 또 요구(2020년 해외 자회사 자본전입 자료)하는 등 수 차례 A측에게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자료 제출 요구와 사실관계, 과세대상 여부확인을 위한 질문을 했고, 다수의 장부 및 서류 제출을 요청했다.
이는 대법 2014두8360, 서울행정 2020구합59468이 금지하던 중복조사 요건 자료 요구 행위의 기간, 반복성에 부합했다.
심판원도 조심 2025서3948 결정을 통해 “과세관청이 2024.6.14.부터 2025.5.8.까지 1년여에 걸쳐 청구법인에게 수 차례 질문을 하고 자료를 요청한 행위는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이나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간단한 질문으로 보기 어렵고 실제 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할 정도의 수인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심판원의 칼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심판원은 과거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A의 2020년 사업연도를 세무조사 해놓고선 서울국세청 세원에서 또 과세자료를 요구한 데 대해서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후 내부 소통 및 납세자의 접촉에 관한 과세관청의 별도 내부 통제장치가 없어 보인다”며 꽤 이례적으로, 꽤 강도 높게 국세청 업무절차를 비판했다.
서울국세청 세원 쪽에선 과거 비정기 세무조사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심판원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건 국세청 내부 업무 프로세스의 문제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서울국세청 세원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는 점이 있을 수 있다.
조심 2025서3948 사건의 경우 A 자회사가 해외에 있다보니 서울국세청 세원 입장에선 납세자든 세무대리인이든 연락을 취할 수 밖에 없고, 해당 회사 자료를 받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 확인 연락을 할 필요성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재조사로도 가기 어려운 게 관련 대법 판결을 살펴보면, 수사기관 고발이 있었어도 국세청이 이미 인식했거나 알아서 확보할 수 있었던 자료를 근거로 과세하면 깨지고, 2개 이상 과세기간에 걸쳐 잘못이 있는 경우도 단순히 같은 잘못이 반복되는 걸로는 재조사를 할 수가 없다.
결국, 모든 쟁점과 해법은 발단과 원인 행위로 돌아간다.
①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제대로 세무조사해서 과세를 했다면(발단 행위) ②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과거 세무조사 당시 했던 조사행위나 자료 등을 세원이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창구를 열었다면(심판원 비판사항) ③ 서울국세청 세원이 해명자료 제출요구만 하고 자료 달라고 확인 요청을 하지 않거나(원인행위) ④ 서울국세청 세원이 2020년 사업연도에 대해서는 이미 세무조사를 받았으니 해외정보교환 등의 대안적 행위(납세자 부담 제로)를 모색했다면, 2020년 과세를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국세청은 ‘조사’도, ‘세원’도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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