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주현 기자) 중국이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조금 지급 같은 경기 부양책보다 도시 거주 농민공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해 저축률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HSBC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도시 거주 이주 노동자인 농민공이 중국 본토에 약 1억3천90만명이 살고 있으며, 동반 가족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1억7천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또 이들은 평균적으로 소득의 약 54%를 저축하고, 이는 도시 호적을 가진 등록 주민의 평균 저축률 36%를 크게 웃돈다고 설명했다.
HSBC는 중국의 후커우(戶口) 제도가 농민공들의 높은 저축률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1950년대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후커우 제도는 교육과 의료, 주거를 비롯한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개인의 등록 거주지와 연계한다.
이에 따라 도시에서 일하면서도 해당 도시의 호적을 갖지 못한 농민공들은 미래의 의료비나 교육비 등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자가보험' 차원에서 더 많은 돈을 저축하게 된다는 평가다.
HSBC는 농민공의 저축률을 현재 54%에서 45%로 9%포인트 낮춰 도시 호적 주민과의 격차를 절반가량 줄일 경우 연간 6천370억위안(약 127조8천억원)의 추가 소비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 GDP의 약 0.5%에 해당한다.
중국은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시장 침체와 부진한 고용시장, 취약한 소비심리로 내수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0.6%에 그쳤다.
중국 정부는 이에 소비재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부터 소비자대출 이자 지원, 육아 보조금, 서비스업 지원까지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내놓고 있다.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가계 소비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HSBC는 향후 중국의 소비 확대에서 단기 경기부양책보다 구조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HSBC는 보고서에서 "향후 20년 중국의 소비는 경기순환적 부양책과 반등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적인 소비력을 실제 수요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SCMP는 복수의 중국 경제학자들도 노동 이동성을 높이고 가계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후커우 제도 개혁을 주장해 왔지만, 상당한 재정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진전이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천만명의 농민공과 그 가족에게 교육·의료 등 도시 주민과 같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미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정부에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보고서에서 HSBC는 중국인의 소득 증가와 함께 소비 형태 자체도 변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행과 여가, 브랜드 제품에 대한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하루 110달러(약 15만원) 이상을 버는 중국 본토의 생산연령 소비자가 올해 2천100만명에서 2050년 1억7천700만명으로 8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중상위·고소득층 소비지출은 2026∼2050년 연평균 4% 증가해 같은 기간 전 세계 소비지출 증가율 전망치 2.4%를 크게 웃돌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중국 가계소비의 약 47%를 차지한 서비스 소비 역시 향후 주요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HSBC는 중국이 서비스업을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것도 외국 기업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상품 교역보다 무역 갈등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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