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상장사가 합병이나 주식교환 등에 나설 때 거래가격을 정하는 방식이 오는 12월부터 크게 바뀐다. 법령에 정해진 산식에 따라 가격을 계산하는 방식 대신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함께 따지는 공정가액 체계가 적용된다. 가격 산정 과정에 대한 이사회와 외부평가기관의 검증 책임도 강화된다.
15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일 개정·공포된 자본시장법의 후속 조치로, 개정안은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 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합병가액 산정 방식이다.
현재 시행령에는 상장사 합병가액을 산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규정돼 있지만, 개정안은 이 같은 세부 산식을 삭제한다. 앞으로는 거래 특성에 따라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해 가격을 정해야 한다.
자산가치는 회사의 순자산을 발행주식 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산출하고, 수익가치는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이나 배당할인모형(DDM) 등을 활용해 평가할 수 있다.
새 기준은 상장사의 합병뿐 아니라 분할합병,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포괄적 주식교환·이전 등에도 적용된다.
가격을 결정하는 절차에 대한 공시 의무도 늘어난다.
상장사 이사회는 거래의 목적과 기대효과, 산정된 가액이 적정하다고 판단한 근거 등을 담은 의견서를 작성해야 한다. 거래 과정에서 특별위원회를 두는 등 별도의 공정성 확보 절차를 밟았다면 해당 내용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이사회 의견서는 증권신고서와 주요사항보고서 등을 통해 시장에 공시된다. 거래가격 자체뿐 아니라 이사회가 어떤 근거로 이를 적정하다고 판단했는지까지 주주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외부평가기관이 들여다봐야 할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에는 주로 가액과 거래조건이 적정한지를 평가했다면 앞으로는 해당 거래에 사용된 평가방식이 적절한지, 가격 산정 과정에서 전제한 주요 가정이 합리적인지 등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평가 과정에서 발생한 제약이나 어려움도 공시 항목에 담긴다.
계열사 간 거래에서는 이해관계 공개 범위가 확대된다.
합병 당사자와 특수관계인 사이에 출자 관계나 채무보증이 있는지,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지, 거래 전후 지분이 어떻게 변했는지 등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지배주주와 친인척, 계열회사, 임원 등 거래 당사자와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주체가 가격이나 조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합병 등에 반대하는 주주가 행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의 가격 결정 방식도 손질된다.
회사와 주주가 매수가격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도 앞으로는 시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함께 고려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매수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외부평가기관의 검토를 받아야 하며 관련 평가 내용도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위는 시행령과 관련 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규제심사와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 의결,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행 시점은 개정 자본시장법과 같은 오는 12월 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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