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시간) 개막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53년 전 처음 개최된 CES는 매년 기조연설(Keynote)을 통해 전시의 포문을 열고 있다. 기조연설자(Keynote Speakers)는 그해 시장 트렌드를 이끌 IT 리더로 평가되고, 연설은 기업의 새로운 비전을 엿보는 기회로도 여겨진다.
올해도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을 시작으로 '기조연설 릴레이'가 펼쳐지기에 앞서, 지난 10년간 CES의 달군 기조연설자들을 살펴본다.
2010년에는 중국 기업이 처음으로 CES 기조연설 명단에 포함됐다.
연설자는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의 저우허우젠(周厚健) 회장. 글로벌 소비자들 사이 중국 가전이 '주류'에 들어서면서 이들 업체가 전시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장했던 시기다.
2011년에는 기조연설자 가운데 2개 기업이 자동차 업체였다. 아우디의 루퍼트 스태들러 회장, 포드의 앨런 멀랠리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당시 20여개 자동차 관련 업체가 전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스마트카 경연장'이라고도 평가됐다.
이후 2년 뒤인 2013년은 CES의 '불황기'였다. 상당수의 모바일 대기업이 CES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특히 매년 기조연설을 담당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 임원도 이때를 기점으로 더는 연단에 서지 않기로 했다.
다른 한편 CES는 위상이 높아진 MWC(Mobile World Congress)와 차별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기타 유망 IT 산업에 눈을 돌려 '종합 IT 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2015∼2016년 CES에서는 '자동차의 시대'가 펼쳐졌다. 포드의 마크 필즈 회장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 AG의 디터 제체 회장,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와 폴크스바겐 헤르베르트 디이스 CEO 등이 기조연설자로 세계 무대에 올랐다.
이때부터 보다 의미 있는 자동차 관련 신기술이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CES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별칭도 얻었다.
CES 2017에서는 세계 최대 여행업체인 카니발 코퍼레이션의 아널드 도널드 CEO와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사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여행·스포츠 분야로의 확장이었다.
특히 같은 해 연단에 선 리처드 위(余承東) 화웨이 CEO는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기조연설자로 선정돼 전 세계 IT 업계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중국 바이두의 루치(陸奇) 최고운영책임자(COO)도 2018년 기조연설을 했다. 중국의 위상이 '정점'에 달한 해로 꼽힌다.
작년에는 AI와 5세대 이동통신(5G)을 내세운 통신 업체와 반도체 업체가 눈에 띄었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 지니 로메티 IBM CEO, 리사 수 AMD CEO 등이 그 주인공이다.
2010∼2019년 한국 기업은 총 5차례 연단에 올랐다.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은 2011년과 2015년 사장 직책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5년 사이 연설 주제는 휴먼 디지털리즘에서 사물인터넷(IoT)으로 진화했다.
2013년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우남성 사장이, 2016년에는 삼성SDS 솔루션사업 부문 홍원표 사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국 연설자 5번 중 4번이 삼성맨이었다.
작년에는 LG전자[066570] 최고기술책임자(CTO) 박일평 사장이 로봇과 함께 무대에 올라 AI를 통한 라이프스타일 혁신에 관해 연설했다.
올해는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가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자로 나서 모빌리티의 영역이 한층 확대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김현석 사장도 첫 타자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어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삼성맨은 총 5차례 연단에 서게 됐다.
한편 중국 업체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2년째 기조연설 명단에 없어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 환경으로 중국 IT 기업의 글로벌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