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하루평균 거래 금액이 8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맞춰 규제하는데 이용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총 445조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1년간 누적 거래금액인 356조2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일평균 거래액은 7조9천억원이었는데 이는 지난달 1∼10일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19조8천억원)의 40% 수준이다.
올해 들어 약 두 달간 한 번이라도 가상자산을 거래한 가입 회원 수도 159만2천명(중복 포함)에 달했다.
지난해 말부터 급등세를 탄 비트코인 시장을 두고는 '투기적 자산', '최악의 거품'이라는 우려와 '미래가치에 주목한 투자'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투자 대상으로 여기고 사고파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을 부여하지만 가상화폐를 금융상품 또는 화폐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주식, 파생상품,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등과 달리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내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벌어들인 소득에 20%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지만, 금융소득이 아니라 복권당첨금 등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
가상화폐를 규율하는 법률은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다.
이 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고 심사를 받아야 하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정을 통해 고객과 거래하고 불법재산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는 FIU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자금세탁 방지 의무는 카지노 등에도 부여되기 때문에 이 자체로 가상화폐가 '제도화'됐다고 볼 순 없다.
특금법에는 고유재산과 고객 예치금을 구분해 관리하고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받도록 하는 등의 이용자 보호 장치도 일부 포함돼 있다.
그러나 법의 목적이 자금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 행위를 규제하는 데 있는 만큼 각종 불법행위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최단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해 6월 발표한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 및 거래소 이용자의 권리 구제 방안' 논문에서 "여전히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고, 가상화폐가 불법 유출된 경우 가상자산사업자의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나 구체적인 보호 의무에 관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조작, 과도한 수수료 책정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별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8년 가상화폐 거래량이 많은 것처럼 부풀린 가상화폐 거래소 코미드 간부들은 '사전자기록 위작' 등으로 처벌을 받았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는 상장증권이나 장내 파생상품의 매매에 대한 행위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1월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시세조작 등 불공정거래 금지 및 가상자산 불법 유출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위법 행위 시 손해배상책임 및 과태료를 물리는 특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자산 거래가 늘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다 보니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일본의 자금결제법 등을 본떠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고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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