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납부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다음주 초 삼성 일가가 상속 내용과 절차 등을 공식 발표한다.
당일 발표에는 최근 미술계의 관심이 뜨거운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방안을 포함해 이 회장 소유의 주식 배분 방안과 사회 환원 계획이 폭넓게 담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 회장이 밝힌 1조원대 사재 출연 약속을 이행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 일가는 최근 이건희 회장의 주식과 미술품과 부동산 등 유산 배분과 상속세 납부 방식에 대한 조율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유족을 대신해 다음주 초 삼성 일가의 유산 상속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유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주식 지분만 11조366억원에 달하고 미술품·부동산·현금 등을 포함하면 총 납부세액이 12조∼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감정가만 2조5천억∼3조원에 달하는 총 1만3천 점의 미술품 중 일부는 기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는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유명 미술 작가의 작품은 지방 미술관과 기증 절차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이번 발표에 삼성 일가의 사회 환원 계획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이후 이건희 회장이 약속한 사재 출연이 대표적인 관심사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으나, 현금 또는 주식 기부, 재단설립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다 실행이 지연됐고,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삼성 일가가 이번 기회에 이건희 회장의 1조원 상당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고인의 생전 약속을 지키지 않겠느냐는 것이 재계 일각의 예상이다.
사재 출연을 한다면 방식은 이건희 회장 명의의 재단 설립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해 2월 삼성의 대표적인 장학재단인 '삼성장학회'가 설립 19년 만에 장학사업을 중단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니겠냐는 관측이다.
삼성장학회는 이건희 회장이 '인재경영' 철학을 담아 아들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직접 사재를 출연해 2002년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별도 재단 설립 없이 삼성생명공익재단 또는 삼성문화재단 등 기존 삼성 재단에 기부할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이 과거 이건희 회장이 했던 사재 출연 약속을 이행하기 좋은 기회"라며 "상징성이 있는 '이건희 재단'을 만들어 고인의 뜻을 이어간다면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 등 가족이 결정할 사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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