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둔화 우려에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값이 약 3% 떨어졌다. 송파구에선 10억 가까이 떨어진 곳도 있는데, 와중에 용산·종로·서초구는 집값이 올랐다.
8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2.96% 하락했다. 이중 도봉구가 6.40% 하락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송파구(-5.88%), 노원구(-5.63%), 성북구(-5.58%) 순으로 하락률이 높았다.
상승한 곳은 용산구(2.41%)와 종로구(1.02%), 서초구(0.71%) 3곳뿐이었다. 강남 11개 구는 평균 2.47% 떨어졌지만, 강북 14개 구는 평균 3.52% 하락해 낙폭이 더 컸다. 실제 서울 전역에서는 고점 대비 수억원씩 떨어진 매물이 속출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84㎡(20층)는 작년 11월 16억7천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8월 같은 면적 22층 물건이 25억3천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1년 새 10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59㎡도 2021년 8월 12층 물건이 15억3천만원에 거래됐으나, 작년 12월에는 같은 면적 3층짜리가 9억9천만원에 팔렸다.
서울 외 지역 아파트값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이 3.12% 하락한 가운데 세종은 11.97% 내려 시·도별 하락률에서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동탄신도시가 있는 화성(-10.63%)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광명(-9.84%)과 수원(-8.47%), 양주(-7.41%), 과천(-7.16%), 대구(-7.15%), 대전(-6.65%), 인천(-6.12%) 등 주요 도시 모두 떨어졌다.
아파트 시가총액도 급감했는데,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1244조9천억원으로, 2021년 12월 말(1258조5천여억원)보다 13조6천억원 줄었다. 정점이던 작년 6월(1268조2천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6개월 만에 23조3천억원가량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2020년 1월 913조원이었으나, 집값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같은 해 8월 1천조원을 돌파한 뒤 작년 6월까지 줄곧 증가해왔다.
작년 한 해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경기(-18조700억원)였고 서울(-13조6천300억원)에 이어 인천(-9조2천억원), 대구(-3조6천억원), 대전(-3조2천억원), 부산(-2조8천억원), 세종(-1조1천억원) 등 순이었다. 전국적으로는 51조8천여억원 줄었다.
부동산R114는 "올해도 전체적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작년에는 거래가 끊긴 채 내려갔지만 올해는 규제완화 등 영향으로 어느 정도 활성화된 상황에서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돼, 통계상 집값이 하락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급매물 거래가 이뤄진 뒤 하반기부터는 강보합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바닥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관련 "규제를 푼다고 주택 가격이 오르리라 기대도 안 하고, 그렇게 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주택 가격 자체가 너무 높다는 입장을 바꾼 적이 없지만 문제는 실수요자다. 청약 당첨자 등 가격과 관계없이 거래를 진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거래 단절로 도로가 끊긴 것"이라며 "최소한 거래 단절로 가계 파탄이 오는 부분에 대해 숨통을 트고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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