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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0 (일)

[예규·판례] CT 조영제 주입 세트, 세관이 ‘주사기’로 본 이유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CT 촬영 때 쓰이는 소모품의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세관이 분쟁을 벌였다.

 

쟁점이 된 물품은 CT 검사 과정에서 조영제나 식염수를 환자에게 자동으로 주입할 때 사용하는 의료용 소모품이다. 조영제는 CT나 MRI 촬영 때 혈관이나 장기 등의 대조도를 높여 병소의 위치와 형태를 더 뚜렷하게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이 물품은 크게 두 종류로 수입됐다. 하나는 조영제 자동 주입기에 장착돼 조영제 또는 식염수를 흡인한 뒤 환자 쪽으로 배출하는 주사기 형상의 플라스틱 물품 2개와 이송관이 세트로 멸균 포장된 제품(쟁점물품①)이다. 다른 하나는 조영제 자동 주입기에 연결돼 약물을 환자에게 이송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 관 형태의 제품(쟁점물품②)이다.

 

업체는 2021년 11월과 2022년 3월 미국 Bayer Healthcare LLC로부터 해당 물품을 수입하면서 당초 이를 ‘그 밖의 주사기와 이와 유사한 물품’(HSK 9018.39-8000호, 기본세율 8%)으로 신고했고, 세관도 이를 수리했다.

 

이후 업체는 품목분류가 잘못됐다며 2022년 5월 세관에 경정청구를 제기했다. 해당 물품은 조영제 자동 주입기에 장착되는 전용 부품이므로 ‘전기식 진단용 기기의 부분품과 부속품’(HSK 9018.19-9000호, WTO 협정세율 0%)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업체는 이를 근거로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총 1,808만9,530원의 환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세관은 경정청구를 거부했다. 결국 업체는 관세청에 심사청구를 제기해 세관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게 됐다.

 

◆ 조영제 주입 세트, 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쟁점 물품을 ‘조영제 자동 주입기의 부분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물품 자체의 구조와 기능에 따라 ‘주사기·관류용 물품’으로 볼 것인지다.

 

관세율표상 제9018호는 내과용·외과용·치과용·수의과용 기기와 그 밖의 의료기기를 다룬다. 이 중 HSK 9018.19-9000호는 전기식 진단용 기기의 부분품과 부속품이 분류된다. HSK 9018.39-8000호는 주사기와 유사한 물품, 삽입관·도뇨관·흡인관 등과 유사한 물품이 분류되는 항목이다.

 

관세율 차이도 있다. 업체가 주장한 9018.19-9000호는 WTO 협정세율 0%가 적용될 수 있지만, 세관이 본 9018.39-8000호는 기본세율 8%가 적용된다.

 

◆ 업체 “자동 주입기 전용 부품…일반 주사기 아니다”

 

업체는 쟁점 물품이 일반적인 주사기나 카테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물품은 사람이 손으로 직접 눌러 약물을 주입하는 범용 주사기가 아니라, 오로지 조영제 자동 주입기에 장착돼 기계의 제어에 따라서만 작동하는 전용 부품이라는 것이다.

 

특히 쟁점물품①은 플라스틱제 배럴과 플라스틱 관 등으로 구성돼 조영제 용기와 연결된 뒤, 자동 주입기의 조작에 맞춰 주입기 내부에 약물을 충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업체는 이 같은 작동 원리를 고려할 때 주사기처럼 생긴 형태적 특징이 있더라도 이를 독립적인 주사기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용 방식 자체가 기계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으므로 자동 주입기의 부분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논리다.

 

쟁점물품②에 대해서도 업체는 동일한 주장을 폈다. 해당 물품은 조영제나 식염수를 흘려보내는 플라스틱 관일 뿐, 끝단에 바늘 등이 없어 환자에게 직접 삽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세율표상의 삽입관·도뇨관·흡인관과 같은 물품으로 분류할 수 없고, 자동 주입기에 연결되는 전용 이송 부품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 세관 “바늘 없어도 주사기…약물 이송관도 의료용 관”

 

반면 세관은 쟁점 물품이 결합되는 기기가 무엇인지보다 물품 자체의 구조와 기능적 본질을 품목분류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섰다.

 

세관은 쟁점물품①이 주사기와 유사한 물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관세율표 제9018.31호에서 말하는 주사기는 바늘의 부착 여부를 따지지 않으며, 해설서 역시 주입용·흡인용 등 펌프가 달린 형태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주사기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관은 해당 물품의 품명 자체가 ‘syringe(주사기)’이며 구조 역시 외통(배럴)과 흡자(플런저)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비록 조영제 자동 주입기에 장착된다 하더라도, 주입기의 제어에 따라 플런저가 움직이며 조영제를 흡인하고 배출한다면 결국 주사기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쟁점물품② 역시 세관은 삽입관·도뇨관·흡인관 등과 유사한 물품으로 보았다. 자동 조영제 주입기에 연결돼 약물을 환자 쪽으로 이송하는 통로 역할을 수행하므로, 끝에 바늘이 없거나 환자 몸속에 직접 꽂히지 않더라도 의료 현장에서 약물을 이동시키는 관 형태의 기구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세관은 관세평가분류원의 사전심사 결과도 덧붙였다. 관세평가분류원은 2022년 1월 쟁점물품①을 주사기와 유사한 물품으로, 쟁점물품②을 삽입관·도뇨관·흡인관 등과 유사한 물품으로 판단해 모두 HSK 9018.39-8000호에 분류한 바 있다.

 

◆ 관세청 “전용 부품이어도 본질은 주사기와 이송관”

 

관세청은 최종적으로 세관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쟁점 물품이 조영제 자동 주입기에 결합해 사용된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품목분류는 결국 물품 자체의 구조와 기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관세청은 쟁점물품①에 대해 “품명이 주사기이고, 구조가 외통과 흡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영제 자동 주입기에 장착돼 주입기의 제어에 따라 조영제를 흡인하고 배출하는 주사기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해당 물품을 주사기와 유사한 물품으로 보아 HSK 9018.39-8000호에 분류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쟁점물품②에 대해서도 판단은 같았다. 관세청은 이 물품이 자동 조영제 주입기에 연결돼 약물을 환자 쪽으로 이송하는 명확한 통로 역할을 수행하므로, 관세율표가 규정하는 삽입관·도뇨관·흡인관 등과 유사한 물품에 부합한다고 명시했다.

 

결국 관세청은 쟁점 물품들을 단순히 상위 장비의 작동을 돕는 전용 부품(HSK 9018.19-9000호)으로 취급해 달라는 수입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관이 업체의 청구를 거부한 처분은 법리적으로 정당하며 잘못이 없다고 보아 심사청구를 최종 기각했다.

 

[참고 심판례: 관세청-심사-2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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