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가 누적 3만8000건을 넘어섰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피해 신청 10건 중 약 4건은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의도’를 입증하지 못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제도 사각지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지난 4월까지 총 100차례 회의를 개최했으며, 누적 기준 전세사기피해자등 결정 건수가 3만8503건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지금까지 위원회가 처리한 전세사기 피해 신청은 총 6만3124건이다. 이 가운데 가결 비율은 61.0% 수준이다. 반면 1만4028건은 피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고, 6235건은 보증보험이나 최우선변제금 등을 통해 보증금 전액 회수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적용 제외됐다. 이의신청이 기각된 사례도 4358건에 달했다.
특히 부결 사례 상당수는 ‘보증금 미반환 의도’를 인정받지 못한 경우였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피해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된 1만4028건 가운데 9550건(68.08%)은 임대인의 고의성이나 사기 의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 제도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실제 피해 입증 과정은 여전히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더라도 임대인의 기망 의도나 다수 피해 여부 등을 충족하지 못하면 특별법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 매입 지원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실적은 지난달 28일 기준 8357호까지 늘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체 매입 규모가 90호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840호 수준으로 매입이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와 LH는 피해주택 매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운영 중이다.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LH에 양도하면 LH가 경·공매를 통해 주택을 매입한 뒤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경매 차익을 보증금으로 활용해 최대 10년간 계속 거주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공공이 피해주택을 대규모로 매입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LH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정부는 매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방법원과 경매 속행 협의, 사전협의 절차 일원화 등 매입 체계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피해는 여전히 청년층과 비아파트 주택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로 결정된 사례 가운데 20~40세 미만 비중은 76.02%에 달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29.0%), 오피스텔(20.8%), 다가구주택(18.3%)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아파트 피해 사례도 13.4%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1만1094건), 경기(8480건), 대전(4342건), 부산(3980건), 인천(3729건) 순으로 피해가 집중됐다. 수도권 비중은 전체의 60.5% 수준이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해 특례채무조정과 장기 분할상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HF 전세보증 이용 피해자는 잔여채무 일부를 최대 20년 동안 분할 상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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