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해외신탁을 활용한 역외 자산 은닉 구조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국세청이 미신고 해외신탁에 대한 과태료 상향과 형사처벌, 명단공개 제도 도입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신고대상 해외신탁 범위 역시 실제 신고 사례를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임동 국세청 국제세원담당관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해외신탁 신고제도 시행 원년, 보완 입법 방향과 과제 정책 세미나’에서 “현재 해외신탁 미신고 과태료 한도 1억원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에는 공감한다”며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처럼 과태료 한도를 10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태료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및 명단공개 규정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해외신탁 신고제도가 올해 처음 시행된 이후 국세청이 제도 보완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세청은 해외신탁 제도를 단순 신고 의무를 넘어 역외 탈세 대응 체계 강화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이 담당관은 과거에는 단순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역외 탈세 구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페이퍼컴퍼니 자체를 신탁 형태로 보유하는 방식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탁자와 수익자 구조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가 늘어나면서 해외신탁 신고제도가 “탈세를 막기 위한 마지막 퍼즐” 성격을 갖게 됐다는 취지다.
이어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실제 신고 사례와 민원 등을 축적하면서 신고대상 범위와 기준을 점진적으로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담당관은 신고대상 해외신탁 범위와 관련한 불확실성 문제도 인정했다. 그는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유형의 신탁 중 어떤 것이 신고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신고대상 해외신탁의 범위는 향후 실제 신고사례를 통해 점차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한 경우 앞으로는 신고대상 신탁의 범위를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가별로 구조와 법체계가 다른 해외신탁 특성상, 실제 신고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신고 범위와 기준을 단계적으로 정교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소액 위탁자 부담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담당관은 “현재 신고대상 해외신탁의 최저금액 기준이 없어 소액 위탁자의 신고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주로 고액자산가들이 해외신탁을 설정하다 보니 신고 최저한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신고 추이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신고의무자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되면 개정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담당관은 또 “단순 실수로 신고하지 않은 경우와 고의적으로 은닉한 경우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면책이나 감경 기준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해외신탁 실질소유자에 대한 신고의무 확대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담당관은 “위탁자가 비거주자로 전환되거나 사망한 경우 수익자에게 보충적 신고의무를 부여하자는 의견에도 공감한다”며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처럼 위탁자와 신탁재산의 실질적 소유자 모두에게 신고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상 해외직접투자·해외부동산·해외금융계좌·해외신탁 등 여러 해외자산 신고제도가 각각 운영되면서 납세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본식 통합 신고체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과 같은 해외자산 통합 신고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는 현행 해외자산 신고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인 만큼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향후 신고 안내 강화와 제도 정착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 담당관은 “오늘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납세자에게 개별 신고 안내를 하고 제도 안내 책자를 발간하는 등 신고 첫 해인 만큼 납세자 안내와 제도 정착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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