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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9 (화)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송구하옵니다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얼마 전 한화 이글스 홈구장에서 시구를 할 기회를 얻었다. 시구가 결정된 이후, 한 달 전부터 틈틈이 연습을 시작했다.

 

사실 이전까지 야구 글러브를 제대로 껴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왼손에 낀 글러브는 무겁고 어색했고, 공은 마치 돌덩이처럼 느껴졌다.

 

글러브로 공을 받을 때의 충격이 두려워 얇은 장갑까지 착용해야 했다. 공이 날아오는 순간,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18.44m라는 거리 역시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공을 겨우 도달시키기 위해서는 크게 포물선을 그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여러 번 마주해야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시구 연습이었지만, 점차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고 반복하는 과정 자체가 작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방법은 단순했다. 포기하지 않고 반복하는 것. 유튜브를 통해 기본을 익히고, 야구를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틈나는 대로 연습을 이어갔다.

 

그렇게 시간을 쌓아 가자 변화가 나타났다. 공은 점차 테니스공처럼 부드럽게 느껴졌고, 글러브로 충격을 흡수하는 요령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더 이상 공이 두렵지 않았다. 마운드 거리도 익숙해지면서 가끔은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꽂히기도 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분명한 진전이었다. 밤에는 방에서 타월을 이용해 투구 동작을 반복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 시간은 단순한 연습을 넘어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이었고, 동시에 자신감을 쌓아가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히 느낀 점이 있다. 생존을 좌우하는 것은 힘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라는 사실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는 도태되고 적응한 개체만이 살아남는다.

 

이러한 원리는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작동하는 자연의 질서라 할 수 있다.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간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존재이다. 낯선 곳이나 힘든 상황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익숙해진다. 새로운 직장이나 환경은 물론, 큰 슬픔조차도 결국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적응력은 때로 현재에 안주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된다.

 

결국 사람은 환경에 끌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스스로 삶을 바꾸어 나가는 존재이다. 시구를 준비하며 겪은 변화 역시 이러한 적응의 과정이었다.

 

드디어 시구 당일이 되었다. “송구하기 좋은 날이군”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날씨는 맑고 청명했다. 대전 한화구장에 도착하니 관세청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직원들은 마약 척결과 위조상품 근절 캠페인을 열정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자부심이자 감동이었다. 조직은 결국 사람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마스코트가 안내해 주었는데, 예상과 달리 마운드가 아닌 마운드 앞에서 던지라는 설명을 들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라는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막상 서보니 연습 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 거리의 차이는 미묘했지만, 몸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던지는 순간 힘이 과하게 들어갔고, 결과적으로 낙차가 큰 직구가 되어 포수에게 도달했다. 연습에서는 안정적으로 던졌던 동작이 실전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짧은 순간은 ‘환경의 변화가 결과를 바꾼다’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시구 기념으로 받은 공은 한화 팬에게 선물로 건넸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이날은 지역 어린이들도 함께 초청하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환하게 웃으며 응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다.

 

관세청 본부가 위치한 대전 지역을 위해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따뜻하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공공기관의 역할은 제도와 정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데에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나아가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관세청이 할 역할이 무엇인지 발굴하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했다.

 

한 달간의 준비 과정과 단 한 번의 실전을 통해 몇 가지 분명한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웠던 일도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점차 정교해진다.

 

둘째,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연습은 통제된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실전은 그렇지 않다. 거리, 시간, 동선, 심리 상태 등 수많은 변수들이 동시에 작용한다.

 

셋째, 유연함이 중요하다. 실전에서는 예상과 다른 상황이 반드시 발생하며, 이에 맞게 스스로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깨달음은 단지 야구 시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관세행정 역시 본질적으로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제도와 절차에 따라 안정적으로 운영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변수와 예외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새로운 무역 방식의 등장, 지능화된 불법 행위는 매 순간 기존의 기준을 시험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반복된 훈련과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전문성과,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판단력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중요하다. 홍보는 제한된 인원으로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아르키메데스의 “나에게 설 곳과 충분히 긴 지렛대를 주면, 지구라도 들어 올릴 수 있다”라는 말처럼, 작은 힘이라도 적절한 조건과 도구가 갖춰지면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관세행정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 국경의 수호자로서 홍보라는 지렛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훨씬 더 큰 정책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시구를 준비하며 던졌던 수많은 공들은 단순한 연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익숙해지는 과정이었고, 동시에 스스로를 조율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실전은 그 모든 과정을 시험하는 자리였다. 관세행정도 다르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반복된 준비와 훈련, 그리고 예기치 않은 순간에 발휘되는 판단과 대응, 그리고 이를 배가시키는 전략적 홍보가 결합될 때 비로소 빈틈없는 경제 국경이 완성된다.

 

[프로필] ▲1969년생 ▲경남 밀양고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영국 버밍엄대 경제학 박사 ▲행시 36회 ▲관세청 서울세관장 ▲부산 세관장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관세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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