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K-푸드와 K-패션을 향한 세계적인 팬덤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상에 편승해 외국산 물품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원산지 표시 위반 행위 역시 한층 지능화 되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시중 유통 단계에서 적발된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는 총 189건에 달하며, 단속 금액은 1,80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2024년) 대비 단속 건수는 소폭 감소했으나 금액은 약 48% 급증한 수치로, 위반 행위가 점차 대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지난 2023년에는 단속 금액이 4,077억 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원산지 세탁 문제는 우리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이에 본지는 공정무역 질서를 확립하고 국내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서울본부세관 심사2국 심사5관 원산지표시단속 1팀(팀장 임형준, 팀원 양혜선, 김호연, 유미영, 유지인)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 "데이터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치밀한 사전 분석
원산지 단속의 시작은 사무실 책상 위에서 시작된다. 원산지표시단속 1팀은 관세청의 수출입 내역과 온라인 쇼핑몰의 판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대조한다.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의류를 대량 수입한 기록이 있는 업체가 쇼핑몰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로 광고하고 있다면 원산지표시 위반 위험이 있는 단속 대상이다.
단속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잠행 수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관 주소가 아닌 일반 주소로 물건을 직접 주문해 받은 뒤, 수입 당시 보세창고에서 촬영된 사진과 현품의 라벨 상태를 비교 분석하는 방식이다. 육안으로 똑같은 물건인데 라벨만 바뀌어 있다면 '라벨갈이'의 명백한 증거가 된다.
임형준 원산지표시단속 1팀장은 올해 주요 중점 원산지 표시 단속 방향에 대해 “의류 라벨 갈이가 늘어남에 따라 의류 쪽을 집중 단속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세관 심사5관실은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된 시가 90억원 상당의 중국산 파크골프채를 무더기로 적발 한 바 있다.
적발된 업체는 단속 결과 중국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해 국산 부품과 조립한 뒤 국산으로 속여 팔았다.
수입원료를 사용한 국내 생산물품은 국내 제조원가 비율이 일정 비율 이상이어야만 국산으로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기준 미달임에도 원산지를 국산으로 표시한 경우가 많아 적발 대상이 된다.
◇ 새벽 시장부터 지방 창고까지…현장과의 사투
이들의 업무는 물리적 한계가 없다. 업종별 영업시간에 맞춰 새벽 시장을 급습하거나, 본사 주소가 서울인 업체를 면밀히 분석해 지방의 실제 창고를 찾아내기도 한다.
현장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유미영 단속1팀 주무관은 "단속이 시작되면 시장에 순식간에 소문이 퍼져 업체들이 라벨을 떼거나 물건을 숨기기도 한다"며 "단속을 거부하거나 영세 상인들이 '왜 우리만 잡느냐'며 강력히 반발할 때면 심리적 고충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산 반제품(철강, 생활 용품 등)을 가져와 국내에서 아주 단순한 가공만 거친 뒤 한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수법이 늘고 있다.
임형준 팀장은 "업체들이 특혜 원산지 기준과 원산지 표시 기준을 혼동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 AI 시대, 똑똑해진 소비자들과 함께하는 단속
흥미로운 점은 최근 소비자들이 단속의 핵심 조력자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과거 내부 고발 위주였던 제보가 이제는 일반 소비자의 신고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AI를 활용해 복잡한 법령을 확인하고 고도로 구성된 신고서를 작성해 국민신문고에 접수한다.
김호연 주무관은 "소비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AI를 활용해 작성한 논리적인 제보를 보면 단속반원들도 더 꼼꼼하고 촘촘하게 대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의 관세인에 선정된 서울세관 김호연 주무관은 미국 통상정책 강화로 미국 수출길이 막히자 한국을 대체시장으로 선정하고 중국산 저가 물품을 국산으로 허위표시 해 유통한 업체를 다수 적발한 바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주무관은 2025년 8월 서울본부세관 '으뜸이(심사분야)'로 선정된 데 이어, 같은 9월에는 관세청 전체를 아우르는 '이달의 관세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단속 1팀에 소속된 양혜선 주무관은 과거 FTA 특혜 원산지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비특혜 원산지 단속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양 주무관은 많은 업체가 현장에서 혼란을 겪는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업체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것이 '특혜'와 '비특혜'의 구분이에요. FTA를 통해 관세 혜택(특혜)을 받는 기준과, 물품 본체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표시할 수 있는 원산지 표시(비특혜) 기준은 엄연히 다릅니다. 특혜 관세를 적용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한국산으로 표시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위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실제로 양 주무관은 이러한 비특혜 사례를 분석, 자동차 용품 등 국산 가장 수출 물품에 대한 기획 조사로 의미있는 실적을 거두었다. 양 주무관은 그 공로로 2025년 2분기 핵심가치상(명예긍지 분야)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세관 원산지표시단속 1팀은 단독 수사 외에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원산지표시단속 1팀은 명절 등 수요 급증 시기에 관세청은 공산품을, 농관원과 수품원은 각각 농·수산물을 전담하여 합동 점검을 실시함으로써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농관원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에 각 기관의 단속 실적을 등록해 정보를 공유하며 통합 정보 공유를 통해 위반 횟수에 따른 누적 관리와 엄중한 처벌이 가능해졌다.
또한 지역 상권 정보에 밝은 지자체와 협력해 단속 창구를 효율화하고, 합동 캠페인을 통해 상인들의 준법 의식을 높이는 계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양혜선 주무관은 “우리과에는 원산지표시단속 전문 요원들이 있다”라면서 “그분들이 매장이나 박람회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 주는 경우가 있어,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 기업 보호가 우리의 사명"
이러한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단속 1팀은 2025년 한 해 동안 193억 원 상당의 원산지 표시 위반 행위를 적발해 '전국 최우수팀'으로 선정되었으며, 올해 초에도 95억 원 규모의 생활용품 원산지 위반을 잡아내는 등 탁월한 실적을 거두었다.
고된 현장 업무와 잦은 출장, 민원인의 반발로 인해 일명 '기피 부서'라는 인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뜨거운 '사명감' 때문이다.
"저가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해 시장을 교란하는 순간, 정직하게 땀 흘려 제품을 만드는 우리 제조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 이들이 공유하는 단단한 신념인 셈이다.
임형준 원산지표시단속 1팀장은 “서울세관 원산지표시단속 1팀은 앞으로도 '라벨갈이'로 인한 국내 제조업 피해 예방을 위해 의류 등 생활 밀착형 품목에 대한 기획 단속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힘주어 밝혔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원산지를 정확히 분석해내는 임형준 팀장을 필두로 양혜선, 김호연, 유미영, 유지인 주무관이 한마음으로 뭉친 원산지표시단속 1팀.
라벨 뒤에 숨겨진 거짓을 끝까지 추적해 K-브랜드의 정직한 가치와 우리 산업의 근간을 지켜낼 이들의 향후 활약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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