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넥슨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단순 실적 숫자보다 그 내부 구조 변화에 쏠리고 있다. 오랜 기간 중국 ‘던전앤파이터’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넥슨이 최근 들어 북미·유럽 시장과 메이플스토리 기반 IP 확장에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슈터 게임 ‘ARC Raiders(아크 레이더스)’와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넥슨이 기존 중국 중심 수익 구조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흐름도 감지된다. 다만 회사가 2분기 영업이익 감소 가능성을 직접 예고하면서 성장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판단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14일 넥슨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22억3400만엔, 영업이익 581억6300만엔, 지배주주 순이익 572억2500만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6%, 영업이익은 39.8%, 순이익은 117.8% 증가했다.
◇ ‘던파 회사’ 이미지 흔들기 시작한 넥슨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넥슨의 수익 구조다. 오랜 기간 넥슨 실적은 사실상 중국 ‘던전앤파이터’ IP 성과에 크게 좌우됐다. 중국 서비스 로열티 비중이 워낙 컸던 만큼 시장에서도 넥슨을 ‘던파 회사’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아크 레이더스’와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가 동시에 성장하면서 기존 중국 의존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던전앤파이터 매출 흐름이 넥슨 전체 실적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콘솔 게임과 장기 IP 확장 전략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변화가 두드러진 곳은 북미·유럽 시장이다. 넥슨의 북미·유럽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08억5600만엔에서 올해 444억6500만엔으로 급증했다. 증가율로는 약 408% 수준이다. ‘아크 레이더스’ 흥행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서 기존 아시아 중심 매출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핵심은 ‘아크 레이더스’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출시된 이 게임은 1분기에만 460만장이 추가 판매되며 누적 판매량 1600만장을 넘어섰다. 단순 흥행을 넘어 넥슨이 북미·유럽 콘솔·슈터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상징성이 적지 않다. 그동안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넥슨은 최근 들어 서구권 콘솔·패키지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넥슨 역시 이번 실적자료에서 ‘아크 레이더스’를 두고 “서구권 글로벌 IP를 대규모로 만들 수 있는 개발 엔진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단순 신작 흥행이 아니라 글로벌 IP 생산 체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한편 넥슨은 최근 텐센트와 중국 던전앤파이터 PC 서비스 퍼블리싱 계약을 10년 연장했고, 블리자드와는 국내 ‘오버워치’ PC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존 핵심 IP와 글로벌 퍼블리싱 기반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 메이플의 재확장…“20년 IP가 다시 성장 엔진”
이번 실적에서는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 성장도 핵심 축으로 꼽힌다.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특히 이번 성장세는 단순 PC 게임 반등과는 성격이 다르다. ‘메이플스토리 월드’,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메이플스토리: Idle RPG’ 등 IP 확장 전략이 동시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게임 흥행보다 장기간 이용자 생태계를 유지하는 플랫폼형 구조로 사업 전략이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넥슨은 최근 서울 롯데월드에 메이플스토리 테마 공간을 열고 애니메이션 영화 공개도 추진하는 등 게임 외 영역으로도 IP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 게임 매출보다 캐릭터·콘텐츠·커뮤니티를 묶는 장기 사업 모델 구축에 가까운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메이플스토리 월드 역시 아시아 지역 확장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넥슨은 지역별 이용자 취향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통해 국가별 콘텐츠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이플스토리: Idle RPG’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코딩 오류 관련 환불 이슈가 반영되며 1분기 매출이 약 67억엔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약 35억엔 줄었다. 그럼에도 넥슨은 신규 이용자 유입과 이용자 지표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20년 넘은 기존 IP가 다시 성장 엔진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기 신작 흥행보다 장수 IP의 장기 확장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 숫자는 좋았지만…2분기 전망은 급격히 보수적
다만 시장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넥슨이 제시한 2분기 전망이 예상보다 보수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넥슨은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60억5900만~253억4300만엔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최대 57.4% 감소한 수준이다. 매출 역시 최대 10% 감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회사는 던전앤파이터 프랜차이즈 둔화와 마비노기 모바일의 기저 부담, ‘메이플스토리: Idle RPG’ 관련 성과형 마케팅 확대, 인건비 증가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넥슨은 올해 전체적으로 인원과 인건비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지만, 2분기에는 신작 및 장기 운영형 게임 서비스 확대 영향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 던전앤파이터 PC 서비스는 이용자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과금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역시 업데이트 이후 복귀 이용자가 늘었지만, 이용자 유지 효과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넥슨은 중국 텐센트와 공동 개발한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번 순이익 급증에는 환율 효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넥슨은 외화예금 등을 중심으로 약 145억3700만엔 규모의 환차익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에는 약 42억엔 규모의 외환손실이 반영됐던 만큼, 올해는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며 순이익 증가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넥슨의 수익 구조 개선과 체질 변화가 확인됐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중국 사업 둔화 이후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편 넥슨은 이날 최대 300억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자사주 취득 기간은 오는 15일부터 7월 31일까지다.
넥슨은 하반기에도 글로벌 확장 전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3분기 대만, 4분기 일본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연말에는 ‘던전앤파이터: Idle RPG’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판타지 월드 RPG ‘아주르 프로밀리아(Azur Promilia)’, 웹소설 ‘템빨’ IP 기반의 3D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프로젝트 T(Project T)’ 등 신규 퍼블리싱 프로젝트도 하반기 주요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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