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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9 (화)

“카드 배송 전화 조심하세요”…실제 피해자가 겪은 보이스피싱

“명의 도용됐다” 불안감 조성하며 개인정보·인증번호 탈취 시도
카드 배송원·보안팀·검찰까지 역할 분담

 

(조세금융신문=정지은 기자) 최근 카드 배송원과 금융사 보안팀, 검찰·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를 속이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범죄 조직은 실제 카드사 상담 절차와 유사한 말투를 사용하며 피해자의 불안감을 자극한 뒤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와 개인정보 탈취를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피해 사례를 종합하면 범죄 조직은 먼저 카드 배송기사로 가장해 접근한다. 한 피해자는 지난 15일 오후 “○○카드 배송 기사인데 신청한 카드 전달 때문에 연락드렸다”는 전화를 받았다.

 

피해자가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답하자 상대방은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이며 “최근 명의 도용 사례가 많다”며 “누군가 고객 명의로 카드를 발급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으니 카드사 사고 접수센터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며 특정 전화번호(02-555-****)를 안내했다. 피해자가 별다른 의심 없이 해당 번호로 연락하자 이번에는 카드사 보안팀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전화를 받았다.

 

상담원은 피해자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일부를 이미 알고 있는 듯 자연스럽게 언급하며 신뢰를 유도했다. 이어 “현재 고객 명의로 여러 금융기관에서 카드 발급 시도가 확인되고 있다”며 “부정 발급된 카드로 계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예금자 보호는 최대 5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금액이 5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추가 보호를 받기 위해 사전 접수 절차가 필요하다”며 “간단한 본인 인증만 진행하면 된다”고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이후 카카오톡으로 링크를 보내 “금융사고 예방 접수 동의서”라며 체크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은 이어 “휴대전화 보안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며 ‘금융사 통합 보안 앱’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요구했다.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링크를 통해 설치를 유도했지만, 해당 앱은 실제 금융 보안 프로그램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원격 조종하거나 문자메시지, 인증번호, 금융정보 등을 탈취하기 위한 악성 프로그램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피해자는 수상함을 느끼고 앱을 내려받기만 했을 뿐, 추가 동의 절차나 인증번호 입력 등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피해자는 통화를 종료한 뒤 직접 카드사 고객센터에 연락해 카드 발급 여부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피해자 명의로 실제 발급된 실물 카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고객센터 직원에게 통화 내용과 휴대전화에 설치한 앱에 대해 설명하며 후속 조치 방법도 문의했다. 이에 카드사 측은 “설치한 애플리케이션을 즉시 삭제하고 해당 번호를 수신 차단해야 한다”며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찰 신고와 함께 금융계좌 및 공동인증서 점검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카드 배송을 빌미로 접근한 뒤 검찰 수사관까지 등장시키는 방식도 사용됐다. 피해자가 카드 발급 사실을 부인하자 상담원은 “현재 고객 명의가 대포통장 및 금융사기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며 “서울중앙지검 금융범죄수사팀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 검사를 사칭한 인물은 “사건 보안을 위해 가족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압박하며 “자산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며 계좌 이체와 금융정보 제공을 유도했다. 피해자는 실제 공공기관 수사처럼 느껴져 극심한 불안감 속에 요구사항을 따랐다고 진술했다.

 

최근에는 메신저 피싱과 결합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카드 배송 전화 이후 “본인 확인 서류 제출이 필요하다”며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나 문자 링크로 연결해 신분증 사진과 계좌 정보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신분증 촬영본과 얼굴 인증 영상까지 전달한 뒤 명의도용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실제 카드사 고객센터 응대 방식과 금융기관 용어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어 일반 시민들도 쉽게 속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명의 도용”, “부정 발급”, “검찰 수사”, “계좌 지급정지” 등의 표현으로 공포심을 자극한 뒤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카드 배송이나 금융사고를 이유로 전화상에서 앱 설치를 요구하거나 원격제어 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하는 경우 100%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말고, 반드시 카드사 대표번호나 공식 고객센터를 통해 사실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범죄 조직은 피해자가 의심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카드사·경찰·검찰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전화로 개인정보나 인증번호, 계좌 비밀번호 등을 요구할 경우 즉시 통화를 종료하고 112 또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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