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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9 (화)

[이슈체크] 연간 8조원 조세심판청구…개혁 시험대 위 오른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비위 차단에 집중, 총리실에서 직접 감사
인재풀 확충‧사건 무작위 배당‧의견서 의무작성
개혁안서 빠진 인력‧조직, 처리 지연 해법 모호
11월 자체평가 후 추가 결론 도출 주목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조세심판원이 6개월간 개혁 시험대 위에 올랐다.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는 신속한 납세자 권리구제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금을 둘러싼 로비 창구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신속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지적이 계속됐고,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은 주례회동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조세심판원의 개혁을 주문했다. 그리고 조세심판원은 6개월간 혁신TF 감독하에 개혁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 기간 성과에 따라 추가적인 개혁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 1. 우려 : 느리고 불공정한 심판

 

조세심판원은 국세‧지방세‧관세 등 세금 관련한 행정심판을 진행하는 곳이다. 행정심판은 행정기관 스스로 잘못된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자체 수정기능(행정재결)을 가진다. 이러한 조세심판원은 조세행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가지는데, 과세관청이 세무조사해서 추징한 세금을 한 방에 뒤집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납세자가 불복을 제기한 청구세액은 약 8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세청(국세)이 1년 세무조사 징수액이 5~6조원 정도란 점을 감안할 때 어지간한 건들은 조세심판을 거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번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로 접수되면, 기약없이 처리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소액사건도 밀리기가 일쑤다. 지난해 기준 사건 접수일로부터 심판결정이 나올 때까지 평균 처리일수는 무려 225일에 달했다.

 

그간 공정성 측면에서도 여러 의문이 제기됐었다. 법원은 1~3심까지라도 거치지만, 심판원에서 과세관청이 지는 사건(청구인용)들은 더 따지지 않고, 환급을 절대적 원칙으로 한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심판원에서 이기는 것이 최선인데, 특정 원장‧심판관 취향에 따라 심판 결과가 들쭉 날쭉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온 바 있다.

 

소송으로 치면 판결문에 해당하는 심판결정문을 일부 공개하지 않는다는 식의 의문도 있었다. 소송시장에선 법보다 판례가 더 중요한데, 이를 숨겨서 좋을 사람은 그 판단을 내린 사람, 그 판단에 의해 수혜를 얻는 사람들뿐이다.

 

◇ 2. 심판 지연 : 알맹이 빠진 답안

 

조세심판원이 20일 제시한 조세심판원 개혁방안은 이 신속성, 공정성에 대한 나름의 자구책이지만, 심판 지연에 대한 해결법은 다소 모호하다.

 

심판 지연의 근본원인은 일감 쏠림이다. 전체 조세불복심판의 90%가 조세심판원에 쏠리고,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인재들이 채용된다는 점에서 획기적으로 개별 인재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방안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 최대한 효율성을 높이는 부분을 찾아보지만, 결론적으로 증원 문제를 회피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번 개혁방안에 증원 문제는 들어 있지 않다.

 

대신 조세심판원은 신규 인력배정을 통한, 자체 인력풀 확보를 통해, 편중된 외부 인력 의존도 완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좀 이상한 표현인데, 이에 대해선 조세심판원 상시 인력구조가 이원화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세심판은 크게 사건조사와 사건판단(심리‧결정)으로 나뉜다.

 

사건조사는 심판원 자체 내부 행정공무원들로 충당한다. 반면, 사건판단을 담당하는 상임심판관은 외부 인력으로 충당한다. 대체로 조세 경력이 있는 기재부, 관세청, 행안부 출신 고위공무원들이다.

 

아랫물은 대체로 자체 인력으로 충당하지만, 윗물은 거의 대부분 외부 인력에 의존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런데 조세심판원은 외부 의존도를 줄이겠다면서 이미 대부분을 자체 인력으로 충당하는 아랫물에 대해 ‘새로 입직한 5~7급 신규 직원에 대해 교육을 열심히 하겠다’ 정도의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일단락 내렸다.

 

윗물(심판관)에 대해서도 모호한 건 여전하다. 개방형 직위를 확대해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겠다고는 했지만, 어떤 자리에, 몇 명을 영입하겠다는 이야기는 없다. 현재 상임심판관을 공급하는 각 부처들과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어쩌면 행안부와 논의가 필요한, 껄끄러운 영역이 있어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을 수는 있지만, 모호하다는 비판은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밖에 방안들도 이미 수도 없이 시도되고 강조되었던 것들인데, 소액 및 장기미결사건 목표처리일수 설정, 동일 쟁점 사건 묶음 처리 등은 예전에도 시행해봤던 것들이다. 동일 쟁점 사건들이 일괄적으로 처리되어 수치적으로 좋아진 적은 있었지만, 운좋게 얻어 걸린 일회적 효과란 측면에 불과했다. 사건조사서 등 업무에 AI 사용은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사람의 검수가 필수적이므로 획기적인 효율성 증대라고 하긴 어렵다.

 

 

◇ 3.  공정성 : 비상임심판관 비위 초점

 

사실 이번 개혁방안에서 제일 힘준 부분은 공정성, 불법 로비 의혹 단절이었다.

 

조세 부분은 워낙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라서 소위 판이 좁다. 심판관이든 세무대리인이든 언제 어디서든지 아는 사람을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판을 넓히거나, 감시망을 촘촘히 까는 것이다.

 

조세심판원 개혁방안에선 비상임심판관 제도에 대해서 이 두 가지 방법을 동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조세심판원에는 8개 심판부가 있고, 4개는 국세일반사건, 1개는 국세소액사건, 1개는 관세사건, 2개는 지방세 사건을 맡는다.

 

보통 한 심판부에 상임심판관 1명이 상시로 사건 심리를 하고, 비상임은 4명 정도가 해당 심판부에 고정 배치되고, 이중 2명씩 번갈아 가며 사건 심리에 참여한다.

 

지난해 말 기준 36명의 비상임심판관 중 교수가 26명, 변호사 4명, 전직 공무원이 6명인데, 만일 로비가 간다면, 상임도 비상임도 타깃이 되지만, 비상임 쪽이 타깃이 되기 쉽다.

 

왜냐하면 상임 1명, 비상임 2명 구조로 사건 결정을 하는데, 비상임 둘이 마음먹고 밀어붙이면 심판결과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임의 경우는 일반직 공무원 신분이라서 외부인 미팅을 대단히 조심스러워 하는 측면이 있지만, 민간인 출신인 비상임은 민간 기업인이나 고액 재력가와 만나는 데 전혀 제약이 없다.

 

때문에 개혁안에서는 비상임심판관에게 무작위로 사건을 배정하고, 비상임심판관의 인력을 현행 36명 정도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처럼 비상임심판관이 특정 심판부 사건을 고정 배당받지 못하도록 하고, 비상임심판관의 풀을 늘려 점진적으로 물갈이를 하여 고인물이 병폐를 걷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일설에 따르면 정부가 비상임심판관의 수를 세 배, 100여명까지도 늘리는 방안을 고민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이번 개혁안에 담기지 못했다. 조직‧예산 문제도 있고, 판이 좁은 조세영역에서 어디서 갑자기 100명의 비상임심판관을 구하느냐는 현실적 제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볼 법한 부분이다.

 

비상임심판관에 대해 다면(직원) 평가를 시도하기로 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해봤던 방법이고,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잘만 정착된다면 효과성이 있을 수 있지만, 정권 바뀌었다고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재)위촉 추천(평가)위원회를 거쳐서 비상임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위원회 존재 자체보다는 이 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임심판관 명단 공개, 조세심판관 의견서 작성 제출 의무화 등도 담겼다. 후자의 경우 만만일 이상한 주장을 하는 심판관에 대해 추후 감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감시망 측면에선 국무1차장 산하 법무감사담당관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법무감사담당관실은 원래도 조세심판원 감사를 담당할 수 있었는데, 인력 등 문제로 실질적으로는 감사원 감사 등에 의존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앞으로는 전담팀을 구성해 감사원급의 감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조세심판원에 설치되는 청렴윤리팀은 지원업무를 맡는다. 업무내용은 직급·상황별 행동요령 마련·시행, 직원 청렴교육, 적극행정 및 청렴 우수사례를 발굴·포상 등 청렴도 제고 업무 수행 등이다.

 

이밖의 개혁안으로는 국세청을 참고한 듯한 개혁안도 몇 개 있다.

 

조세심판관합동회의 공개는 지금 국세청에서 하고 있는 국세심사위원회 회의를 약간 벤치마킹한 모양새인데 납세자 동의가 공개의 전제라서 중요 사건, 대기업‧대재산가‧유명인 사건은 아마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세심판원 재산신고 의무자는 4급 이상에서 7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건 공직자윤리법 개정사항이지만, 비쟁점 사안이므로 어렵지 않게 법 통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외부 사람과 지정된 곳 외 업무 상 접촉행위 금지, 외부접촉행위 보고의무, 외부인 청탁 등 보고의무 부여는 처벌조항과 관리 조직이 따르지 않으면 그저 그럴싸한 명분 쌓기 외 실질적 기능을 하기 어려워 보이낟.

 

 

◇ 4. 개혁의 칼자루 쥔 총리실

 

조세심판원 개혁의 칼을 쥔 건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다.

 

국무1차장은 조세심판원 혁신팀장이 되어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혁신기간 동안 매월 혁신추진사항을 점검, 보고받을 계획이다.

 

또한, 총리실 및 조세심판원 합동 혁신 TF(민간 참여)를 구성해 혁신체계를 갖추고, 매년 11월 민관TF 정기회의, 대정부 업무보고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핵심은 6개월간 혁신기간 후 11월 한달간 자체평가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 평가의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개혁안이 나올 수 있다.

 

그동안 거듭 지적돼온 조직과 인사, 원장의 자격과 권한, 비상임 및 상임심판관 개편 등 여러 개혁과제들도 이 때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상길 조세심판원장은 “작년 개청 50주년을 계기로 지난 반세기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기 위한 개혁방안을 마련했다”며 “청렴‧공정‧투명‧혁신의 가치를 기관 운영의 근간으로 다시 확립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심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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