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삼성전자 노사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3차 사후조정이 끝내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실제 발동할 지를 두고 재계·업계·노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삼성전자 다수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금일 오전 11시 사측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결국 중앙노동위원회 진행에 의해 사후조정은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사측이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조정이 종료된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노동조합은 예정대로 내일(21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 다만 파업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같은날 삼성전자측도 입장문을 통해 “사후 조정이 종료된 것에 대해 삼성전자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회사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어떠한 경우에라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후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측은 “이같은 원칙을 포기할 경우 당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추가 조정 또는 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결렬…정부 긴급조정권 발동에 재계 등 촉각
한편 사후조정 결렬로 인해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21일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재계·업계·노동계 등의 시선은 일제히 정부 당국에 쏠렸다.
앞서 지난 14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자신의 SNS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관련)사안의 중대성과 상상하기 어려운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면서 “산업부 장관으로서 파업 발생 시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7일 김민석 국무총리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삼성전자 파업으로 인해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8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긴급조정권 발동 권한을 가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간 꾸준히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실제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긴급조정권은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중 단체행동권(파업)을 국가가 직접 제한하는 초법적 조치다. 2005년 아시아나항공 파업 사태 이후 현재까지 긴급조정권은 단 한 번도 발동된 사례가 없다.
긴급조정권 발동 즉시 노조의 모든 쟁의행위는 법적으로 중단되며 향후 30일 동안 파업이 전면 금지된다.
파업이 금지된 30일간 중노위 주관으로 노사간 강제적인 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만약 이 기간 동안에도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노위는 직권으로 단체협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 ‘중재재정(강제 중재안)’ 조치를 내리며 노사는 이를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관할부서인 고용부 장관이 아닌 대통령, 청와대, 산업부 등에서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했다는 것은 이미 정부 최고위 관계자 사이에서 최악을 대비한 긴급조정권 검토에 착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긴급조정권 발동 권한을 가진 고용부 장관이 변수이긴 하지만 결국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한다면 대통령 등 최고위 관계자의 결정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단 실제 긴급조정권이 발동된다면 개별 기업의 노사간 임금 교섭 갈등을 넘어 현 정부와 노동계 전체의 대규모 정면충돌로 번져질 가능성도 있다”며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있으나 정부당국과 삼성전자 노사는 끝까지 중재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후조정 결렬은 삼성전자 내 적자 사업부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노사간 이견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당국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사후조정 과정에서 노조는 DS(반도체) 부문 내 적자사업부인 시스템LSI·파운드리 등에 대해서도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사측은 노조의 주장이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의 기본 경영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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