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다시 연 7%대를 넘어서면서 차주들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가운데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코픽스도 반등하면서 신규 차주는 물론 기존 차주까지 금리 상승 압박권에 놓였다.
이번 금리 상승은 단순히 새로 집을 사려는 차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0~2021년 초저금리 시기에 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적용받은 뒤 금리가 재산정되는 혼합형·주기형 주담대를 이용한 차주들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갱신 구간에 들어서고 있어서다.
당시 2%대 안팎의 금리로 빌렸던 대출이 현재 시장금리를 반영해 다시 산정되면 월 상환액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7%대를 다시 넘어섰다. 지난 3월 말 7% 선을 웃돈 뒤 6%대로 내려왔지만, 시장금리 상승세가 재차 강해지면서 이달 들어 상단이 다시 7%대로 올라섰다.
주담대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은 조달 금리 부담이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대출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반영되고 있다. 미국 장기채 금리 급등, 중동 리스크에 따른 물가 불안, 국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맞물리면서 채권금리가 위로 오른 영향이다.
고정형뿐 아니라 변동형 주담대도 시차를 두고 금리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월 2.89%로 전월 대비 0.08%p 상승했다. 코픽스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반영하는 지표로, 오름세가 이어질 경우 변동형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에도 순차적으로 반영된다.
◇ 싸게 빌린 주담대, 이자 부담 현실화
기존 차주 부담의 핵심은 금리 갱신 시점이다. 초저금리 시기 실행된 일부 주담대가 재산정 구간에 들어서면서, 과거 낮은 금리로 묶여 있던 대출의 이자 부담이 현재 금리 환경에 맞춰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주가 체감하는 부담은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해진다.
예컨대 4억원을 빌려 이자만 낸다고 가정할 경우 연 3% 금리에서는 월 이자가 약 100만원 수준이다. 금리가 연 5%로 오르면 월 이자는 약 167만원, 연 7%에서는 약 233만원까지 늘어난다. 같은 대출금이라도 적용 금리에 따라 매달 부담해야 할 이자가 130만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일 경우 여기에 원금 상환분까지 더해져 실제 부담은 더 커진다.
다만 모든 기존 차주가 같은 부담을 지는 것은 아니다. 만기까지 금리가 고정되는 장기 고정형 상품이나 정책모기지는 상대적으로 금리 변동에 덜 노출된다. 부담이 집중되는 대상은 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적용받은 뒤 금리가 다시 산정되는 혼합형·주기형 주담대 차주다.
이 때문에 최근 주담대 금리 상승은 신규 대출 시장에 그치지 않고, 과거 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후행 리스크로도 번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지금의 문제는 신규 대출금리가 높아졌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2020~2021년) 저금리 때 실행된 혼합형 주담대가 금리 갱신 구간에 들어오면서 기존 차주도 현재의 시장금리를 다시 적용받는 구조가 됐다. 기준금리가 당장 내려가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채와 코픽스가 동시에 오르면 차주가 체감하는 부담은 더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금리 상승에도 식지 않는 대출 수요
통상 대출금리가 오르면 차입 수요는 둔화된다. 하지만 최근 가계대출 흐름은 이 공식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리 부담이 커졌는데도 주택 관련 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는 금리보다 주택 매입 수요와 규제 회피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집값 반등 기대가 살아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 거래가 늘어난 데다,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겹치면서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조원 늘었다. 관련 통계 공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카드대금 등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1865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2조9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등을 포함한 주택 관련 대출도 전분기보다 8조1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됐지만,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를 떠받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금리 상승은 대출 수요를 누르는 요인이지만 이미 이뤄진 주택거래가 잔금대출로 이어지는 데는 시차가 있다”며 “이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곧바로 꺾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는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한도나 우대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의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며 “앞으로는 가계대출 관리와 취약 차주 보호 사이의 균형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점에서 당국과 은행의 고민도 깊어진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방치하기는 어렵지만, 금리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대출 관리 강도를 높이면 실수요자의 금융비용과 한도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주담대 시장이 금리 상승과 대출 관리라는 이중 압박에 놓인 셈이다.
특히 최근 주담대 증가세에는 주택거래 시차도 반영돼 있다. 매매계약 이후 실제 잔금대출이 실행되기까지 일정 기간이 걸리는 만큼 앞서 늘어난 거래가 뒤늦게 대출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결국 주담대 7%대 재진입은 단순한 금리 상단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5년 전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에게는 갱신 금리라는 ‘청구서’가 돌아오고, 최근 주택거래 증가는 시차를 두고 신규 대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저금리 대출의 부담과 현재 주택시장 자금 수요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주담대 시장의 긴장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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