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장기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경기도 동두천시의 재무제표를 읽는 일은 단순히 예산의 크기를 확인하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이 도시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안보의 비용을 공간으로 감당해왔다.
2026년 1월 기준 동두천의 인구는 8만6331명, 면적은 95.66㎢이며, 이 가운데 임야가 66%, 미군공여지가 42%, 군사시설보호구역이 10%정도를 차지한다. 도시 전체가 성장의 평야를 넓게 가진 것이 아니라, 산지와 군사기지, 그리고 규제 사이에서 생존의 회계장부를 필사적으로 써온 셈이다.
필자가 분석했을 때 동두천의 재무제표를 뽑는다면 도시의 신용등급은 BBB+정도가 될 것 같다. 경기도 동두천시는 본원적 자산은 충분하지만, 아직 현금흐름으로 전환되지 못한 자산이 많은 도시로 보여진다. 기업으로 비유하면 토지와 브랜드, 지정학적 위치라는 장부상의 유형자산은 존재하고 있으나, 매출채권 회수와 영업이익률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회사처럼 보여진다.
특히 캠프 케이시는 2026년 현재도 미반환 상태이며 반환 시기도 정해지지 않았다. 경기도 자료에 따르면 캠프 케이시 개발계획에는 공원, 도로, 지원도시개발 등이 포함되어 있고 총사업비는 1조9951억 원 규모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핵심은 ‘반환 이후’라는 조건이다. 자산은 크지만 아직 유동화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동두천의 손익계산서에는 새로운 항목이 생겨나고 있다. 2026년도의 예산안은 6,040억 원 규모로 편성했고, 방향은 자립경제도시 기반 강화, 생활SOC와 도시환경 개선, 관광 3축 확대, 복지와 교육 투자에 맞춰져 있다.
전년보다 예산 규모는 줄었지만, 선택과 집중의 방향은 비교적 뚜렷하게 보인다. 동두천은 이제 국방의 배후도시에서 생활경제의 전환도시로 자신을 다시 정의하려 노력하는 모습 만큼은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도시의 영업이익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단지라는 생산설비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 동두천2 일반산업단지는 전기장비, 기타 기계장비, 전자부품, 복합업종용지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는 동두천이 단순한 주거 배후지나 관광지만이 아닌, 작지만 실속 있는 북부 제조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두천 국가산업단지는 낮은 분양률을 개선하기 위해 입주 업종 규제 완화와 기업 유치 전략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와 동두천시는 2026년 상반기까지 분양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는 동두천 행정이 앞으로 규제관리형 행정에서 투자영업형 행정으로 바뀌어야 함을 뜻한다.
동두천의 비재무적 자산도 주목할만 하다. 소요산, 왕방산, 신천으로 이어지는 자연축은 관광의 원재료이고, 미군기지와 보산동 일대가 남긴 이국적 도시문화는 다른 도시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서사다. 다만 지금까지의 동두천은 이 자산들을 하나의 브랜드 회계로 묶어내지 못했다.
관광은 관광대로, 산업단지는 산업단지대로, 미군공여지는 공여지대로 분절되어 있었다. 이제 이 도시에 필요한 것은 ‘도시 포트폴리오 경영’이다. 소요산권은 치유와 체류, 왕방산권은 레저와 스포츠, 신천권은 생활문화와 야간경제, 국가산단은 청년 제조창업과 기업유치의 거점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
동두천의 행정스타일은 보상요구형에서 가치제안형으로 진화해야 한다. 물론 국가안보를 위해 감당한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 요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도시의 신용등급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과 청년과 투자자가 들어오려면 구체적으로 이 도시에 입지했을 때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여져야 한다. 낮은 토지가격, 수도권 북부 접근성, 제조업 입지, 자연관광, 독특한 문화자산을 하나의 투자설명서로 묶어야 한다.
동두천은 가난한 도시가 아니라, 아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도시다. 이 도시의 문제는 자산의 부재가 아닌 자산 회전율에 있다. 안보의 부채로 기록되던 공간을 산업의 자본으로, 기지의 기억을 문화의 브랜드로, 복지의 지출을 정주인구의 투자로 전환할 수 있다면 동두천의 다음 신용등급은 달라질 수 있다.
동두천의 미래는 거대한 개발 구호가 아니라, 비효율적으로 묶여 있던 도시의 자산을 하나씩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정교한 행정에서 시작된다. 경기도 동두천시는 지금 회생이 아닌 재평가의 국면에 서 있다.

[프로필] 장기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현)한국외국어대학교 도시 미학 지도교수
•(현)서울창업기업원 본부장
•(현)한국경영환경위원회 위원장
•(현)인하대학교 경제학, 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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